'GS에서만 10년' 리베로 한다혜는 버티고 버텨 증명해냈다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 사원이 한 번도 이직하지 않고 한 직장에서만 10년간 신뢰를 받는다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 오직 실력으로만 평가받는 프로 스포츠의 생태계에선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그저 낭만적으로 보일 수 있는 '원 클럽 선수'는 결코 구단에 대한 애정, 팬들의 사랑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냉정하게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가능한 자리다.
이를 증명해 낸 프로배구 여자부 선수가 있다. 그녀는 입단 초기 팀에서 외면받는 선수였지만, 결국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꿰찼다. 그 팀 사령탑 역시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고 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GS칼텍스 리베로 한다혜(28·164cm)다.
그녀는 지난 20일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전에 특별한 순간을 맞았다. 이날은 GS의 2023-2024 시즌 첫 경기이자, 한다혜가 팀에 입단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한다혜는 프로 데뷔 후 10년 동안 오직 GS에서만 활약한 '원 클럽 우먼'이다. 지난 2013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5순위로 팀에 합류한 한다혜. 공교롭게도 이날은 GS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200번째 날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이날은 특별한 감정이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다혜는 경기가 끝난 뒤, "심정이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다"고 속내를 밝혔다.
한다혜는 스포트라이트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전에 행사를 공지 받아서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사실 주목 받는 걸 안 좋아한다"는 것.
그러면서도 "구단에서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믿고 맡겨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0년 동안 한다혜가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은 단연 팀이 한 해에 무려 3관왕을 차지한 2020-2021시즌이었다.
한다혜는 "역시 트레블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보자고 생각했는데 벌써 10년이 됐다"고 추억했다.
GS는 이 시즌에 잊지 못할 순간을 남겼다. 2020 KOVO컵 우승, 2020-21 정규 리그 1위, 2021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모두 차지한 것이다. 이는 V-리그 출범 이후 프로배구 여자부 구단 중에서는 유일한 기록이다. 이 순간의 주역 중 한 명이 한다혜다.
그녀는 사실 프로 초기에 많은 경기를 뛰던 선수는 아니었다. 한다혜는 "그때는 시합을 아예 안 뛰어서 '내가 이 팀에 계속 이렇게 있어도 되나', '차라리 실업팀을 가서라도 뛰는 게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당시 주위에서 '버티는 게 최고'라고 해서 버틸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 시기를 잘 버텨냈고, 어느덧 주전으로 거듭나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리베로가 됐다. 한다혜는 "잘하는 후배들이 무척이나 많아서 항상 고비가 많다"며 "그래도 후배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하는 거 같다 "고 솔직하게 말했다.
"많은 리베로 언니들처럼 오래 부상 없이 잘하고 싶다"는 것이 한다혜의 목표다. 대표팀에 대해선 큰 욕심은 내지 않았다. "잘하는 언니들이 많아서 제가 더 실력을 길러 보도록 하겠다"며 겸손하게 답했다.
한다혜에게 GS는 어떤 의미일까. 한다혜는 "그저 월급을 주는 구단"이라며 장난스럽게 얘기했지만, "GS와 20년 동안 동행해 보겠다"며 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사령탑 차상현 감독도 한다혜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차 감독은 "제가 코치 시절부터 감독이 될 때까지, 다혜가 신인 시절부터 지금이 오기까지 동고동락을 같이 했던 선수"라고 돌이켰다.
이어 "선수 한 명이 한 팀에서 10년 동안 있는 게 정말 어렵다"며 "자의든 타의든 트레이드가 될 수도 있고, FA 신분이 되어 팀을 나가는 경우도 정말 많은데 한 팀에서만 선수 생활을 10년 동안 할 수 있다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축하를 보냈다.
그러면서 "많은 고생을 해서 10년을 잘 버텼고, 비로소 최고 리베로로 자리매김했다"며 "본인의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대단한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10년 동안 오직 한 팀에서만 활약했더라도, 1995년생 한다혜는 아직 28살에 불과하다. 롱런하는 리베로들처럼 오래도록 활약하고 싶다는 한다혜에겐 아직 훨씬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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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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