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日 애니? 흥행 부진 지속…구원 투수 있을까 [N초점]

정유진 기자 2023. 10. 21. 0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30일' '용감한 시민' 포스터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극장가의 흥행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름에 이어 추석에도, 겨울을 앞둔 비수기라 볼 수 있는 현 시점까지 극장에는 이렇다할 만한 흥행작이 나오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한국 영화의 부진이 뼈 아프다.

올 여름에 개봉한 이른바 '빅4'라 불렸던 대형 배급사들의 성수기 개봉작들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나마 '흥행했다'고 표현할 만한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 '밀수'로, 이 영화는 누적 관객 514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인 약 400만명을 거뜬히 넘겼다. '빅4' 중 흥행 2위를 차지한 작품은 이병헌의 열연이 돋보였던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인데, 손익분기점인 400만명에 가까운 384만명 이상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또 다른 '빅4' 작품이었던 '더 문'(감독 김용화)과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역시 아쉽게도 각각 누적 약51만명, 약105만명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여름 성수기보다 더 고전한 시기는 추석 시즌이었다. 전통적인 성수기 답게 이번 추석 시즌에도 세 편의 기대작이 출격해 흥행 경쟁을 벌였다. 영화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박성식), '거미집'(감독 김지운)이다. 지난달 27일에 나란히 개봉한 세 편의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개봉 4주차인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그나마 선방한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누적 187만7735명을 동원하며 선두에 있고(19일 기준), '1947 보스톤'이 누적 94만7951명, '거미집'이 누적 31만2038명을 동원 중이다.

현재 박스오피스 정상에 있는 작품은 '30일'(감독 남대중)이다. 추석 영화 세 편과의 정면 승부를 피해, 일주일 뒤 개봉하는 전략을 사용한 이 코미디 영화는 지난 3일 개봉 이후 17일 넘게 정상을 지키고 있다. 누적관객수는 134만8881명으로, 손익분기점 160만명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바야흐로 이처럼 한국 영화가 '손익분기점'만 넘겨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시기가 도래했다. 가뭄에 콩 나듯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선방하는 작품들이 있지만, 상반기 천만 관객 돌파에 성공한 '범죄도시3'(감독 이상용)처럼 팬데믹 이전 한국 영화 흥행작이 흔히 보여주고는 하던 시원한 흥행을 성사시키는 작품이 거의 없다.

한국 영화들이 부진한 틈을 메운 것은 외화들이다. 2023년 흥행작 1위인 '범죄도시3'의 뒤를 잇는 작품은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감독 피터 손)이며 누적 약722만명을 동원했다. 이어 3위는 '스즈메의 문단속'(감독 신카이 마코토, 누적 약555만명), 4위인 '밀수'의 뒤를 이어 5위 자리를 꿰찬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 누적 475만명), 6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Volume 3'(감독 제임스 건, 6위, 약420만명), 7위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약402만명)까지. 올해 흥행 영화 톱10 중 7편이 외화다.

이처럼 흥행이 쉽지 않은 가운데, 개봉 전부터 높은 예매율로 기대감을 주고 있는 작품은 일본 애니메이션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인 이 작품은 흥행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서 39.3%(20일 오후10시 기준)의 높은 실시간 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스즈메의 문단속'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 올 한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약진이 도드라졌던 만큼, 다시 한 번 일본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의 구원 투수로 나서게 될지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한국 영화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는 '30일'에 대한 입소문이나 관람 이후 반응이 나쁘지 않으며,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와 같은 날 개봉하는 신혜선 주연 영화 '용감한 시민'(감독 박진표)은 교권 침해나 학교 폭력 등 시의적절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웹툰 원작 다운 유머러스함을 갖춘 액션 영화라는 점에서 올해 흥행 트렌드에 걸맞는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뉴스1에 "미국이나 중국 영화 시장은 이미 예전 수준으로 회복이 됐다, 국내 영화 시장만 계속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티켓 값 상승이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발전 등 여러 이유가 나왔지만 해결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면서 "관객들이 극장에서 볼 만한 작품, 모험 보다는 보장된 재미를 좇는 경향이 지속되고 있어 영화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그럼에도 극장은 살아남을 것이다, 역사 속에서 극장의 위기가 온 적이 여러 번이지만 매번 이겨내고 발전해왔다, 이 시간도 장기적으로는 이겨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미래를 낙관했다.

eujenej@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