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시선]체육 병역특례, 여론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체육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는 ‘여론(public opinion)’이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체육 병역특례 제도를 둘러싼 논란의 출발점은 바로 ‘비판적인 여론’이다.
여론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사회구성원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인정되는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체육 병역특례가 도입된 시기의 여론은 어땠을까.
병역특례제도는 1973년 도입됐다. 박정희 정부 시절의 얘기다. 세계인에게 한국이란 나라가 낯선 시절이다. 한국이라는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예술·체육 분야를 활용한 것이다. 즉, 예술·체육인에 대한 동기부여 차원에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예술·체육을 통한 국가 이미지 향상·개선이 효과적이라고 보던 시절이다. 당시에는 따로 여론 조사를 실시해서 제도를 만들지 않았다. 사실, ‘여론’이라는 것은 개인에 대한 자각과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은 법 앞에 평등, 언론의 자유, 시민의 정치 참여가 보장된 민주주의 시민사회에서나 가능하다. 50년 전인 1973년, 박정희 정부 시절에 대한 역사의 평가는 ‘형식적 민주주의’ 시대이다.
그럼, 체육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여론은 어떻게 바뀌게 됐을까. 먼저, 구체적인 여론 조사 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9년 국방부는 19세 이상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체육 병역특례 제도 유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병역특례 유지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55.6%, ‘부적절하다’가 44.4%였다. 병역특례를 유지하자는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다.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진적으로 커진 결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여론이 바뀌는 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먼저, 스포츠에 대한 관심 하락이다. 한국이라는 나라는 선진국이라 부릴 정도로 국가 위상이 높아졌고, 경제, 과학기술이 발전했다. 여기에, 스포츠 외에도 예술, 대중 문화 분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폭넓어졌다. 한마디로, 스포츠 말고도 대중의 눈을 사로잡을 것들이 늘어났다는 얘기다.
‘국가대표에 대한 인식과 경기에 대한 관여도가 병역 혜택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영향(맹이섭·박인혜, 2017)’이라는 연구에서는 국가대표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존재로 인식하거나, 국가대표 경기를 많이 접한 사람일수록 병역 혜택에 긍정적인 인식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국가대표를 개인적 성공을 위한 존재로 인식하거나 국가대표 경기를 접한 빈도가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병역 혜택에 부정적인 경향이 컸다.
다음으로 스포츠 여건의 변화다. 체육 병역특례 제도 도입 시기만 해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귀했다. 대한민국 국적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도 없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체육 강국이다. 아시안게임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은 금메달을 가지고 가고, 다음으로 한국과 일본이 나눠 가져가는 모양새다.
특히 세계적인 저변이 넓지 않아서 참가국이 적고, 실력이 월등한 야구와 같은 종목은 병역 미필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꾸려 실질적으로 병역특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진 중심에는 야구 대표팀 선발 논란이 있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병역특례 제도가 대중의 눈높이에서 멀어지게 된 것이다.
‘공정성’이 시대정신으로 떠오르면서, 병역특례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보이그룹 ‘BTS(방탄소년단)’은 병역특례 제도 대상이 아니라 멤버 하나 둘씩 병역을 이행하고 있다. 병역특례 제도의 근거가 되는 ‘국위선양’이라는 측면에서 BTS가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보다 못하거나 덜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여론’을 형성하는데 미디어의 역할이 크다. 체육 병역특례 제도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중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합법적 병역 면제 브로커’와 같은 기사 제목이나 표현 등을 통해 병역특례 제도를 희화화함으로써 대중들의 부정적 인식을 키운 것은 언론의 책임이다.
분명한 사실은 스포츠 환경과 여건은 바뀌었고, 계속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1973년 도입 이후 병역특례 제도는 5차례 변경이 이뤄졌다. 체육 분야의 경우에는 특례에 해당하는 대회의 축소가 이뤄지는 수준이었다. 그것도 현행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범위는 1990년 이후 그대로다. 시대는 바뀌고 있지만, 제도의 핵심은 그대로이다. 실효적인 제도 변경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여론’이 나오는 원인이다. 이렇게 ‘여론’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스포츠팀 (sp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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