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수십명 참수?…가짜뉴스에 극단 치닫는 ‘이·팔 전쟁’ [박민기의 월드버스]
무력 충돌 와중에 가짜뉴스 기승
중국 틱톡, 허위정보 무차별 살포
“진실 알리는 역할” 긍정 의견도
EU는 ‘가짜뉴스 삭제’ 강력 요구
전쟁 약 9일 만인 지난 15일 기준 양측 사망자는 4000명을 넘어섰고, 부상자는 약 1만3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들 중 가자지구에서만 어린이 750명 등 민간인 275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선제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가운데 이스라엘이 수만 명의 군 병력을 동원해 가자지구를 침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전쟁을 지켜보는 전 세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미 극단으로 치달은 이·팔 전쟁 안에서는 무력 충돌 아닌 또 다른 전쟁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가짜뉴스와의 전쟁’입니다. SNS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양측의 잔혹한 전쟁범죄를 고발하는 무분별한 영상이 전 세계로 확산해 서로를 도발하면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수십 명의 아기가 참수된 채 발견됐다는 가짜뉴스 등이 대표적입니다. 탈 하인리히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11일 가자지구 인근 크파르 아자 인근에서 영유아들의 머리가 참수된 채 발견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소셜미디어와 SNS를 통해 급속 확산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취재 현장에 있었던 일부 언론인들은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테러리스트가 영유아를 참수하는 사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지만 이후 미 백악관은 미 정부가 이와 관련한 사진이나 보고를 직접 확인한 바는 없다고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이 같은 혼란의 중심에는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가 운영하는 동영상 공유앱 틱톡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구조기관 ‘자카’에 따르면 틱톡은 약 260명이 사망하고 그 이상의 인원이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남부 한 음악 축제 현장이 찍힌 영상을 틱톡 알고리즘에 올렸습니다. 시청자들은 하마스의 첫 공격으로 번쩍이는 하늘 아래 춤을 추던 젊은 남녀들이 피해를 입는 영상에 ‘슬픔’ 이모티콘 등으로 댓글을 달았습니다. 일각에서는 틱톡이 이·팔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는 전 세계 창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 과정에서 진실 뿐 아니라 허구 무차별적으로 전파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팔 전쟁을 둘러싼 가짜뉴스 논란 속에서 틱톡을 향한 의견도 긍정과 부정 두 갈래로 갈리고 있습니다. 일부는 틱톡이 비현실적인 전쟁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참상을 세상에 알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 뉴욕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테크 기업 액티브펜스 창업자 노엄 슈워츠는 “젊은이들이 행사장에서 인질로 잡혀 묶인 채 총살 당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 아니냐”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런 상황을 보여주는 영상이 확산하지 않았으면 사람들은 전장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현실로 믿지 않았을 것”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틱톡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가짜뉴스 영상이 선전전과 사회 혼란을 바라는 세력에게는 최고의 수단이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같은 우려가 확산하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틱톡에 서한을 보내고 이·팔 전쟁과 관련한 가짜뉴스 등 정보 삭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EU에서 제정한 디지털서비스법(DSA)에 따라 틱톡은 테러리스트 콘텐츠나 불법 증오 발언 등과 같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삭제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관련 논란이 커질 조짐을 보이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 역시 전쟁 발발 이후 올라온 부적절 콘텐츠 약 80만 개를 삭제 조치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결국 지난 12일 영유아 40여 명 참수 사건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며 말을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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