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후루만 ‘악마의 음식’? “당 수치 높이는 음식 한둘이 아냐”

박미향 2023. 10. 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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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이슈][한겨레S] 이슈 탕후루 과당 논란
젊은층 탕후루 열풍 속 건강 우려
프랜차이즈 대표 국감 출석 예정
탕후루 당류 27g, 스무디는 65g
“섭취 줄여야…식습관부터 관리”
각종 과일을 재료로 만든 형형색색의 탕후루.

지난 19일 낮 12시 유독 서울 강남구 ‘왕가탕후루 강남역점’ 앞은 중국 길거리음식 탕후루를 사 먹으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이아무개양은 “단걸 좋아해서 왔다”며 반에서 탕후루를 안 먹은 동급생은 한명도 없다고 말했다. 이양의 친구인 또 다른 이아무개양도 “파인애플 탕후루가 나왔다고 해서 왔다”며 ‘애정’을 과시했다.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를 나무 꼬챙이에 꿴 뒤 설탕 녹인 물 등을 발라 얼려 먹는 주전부리다. 산사나무 열매는 신맛이 강하기 때문에 그대로 먹기보다는 단맛을 입혀 간식이나 술로 먹는다. 중국 북쪽 지방에서 주로 먹는 탕후루는 예부터 겨울철 열량 보충용 간식이었다. 한국 탕후루 전문점 대부분은 산사 열매 대신 포도, 딸기, 청귤 등 다양한 과일을 재료로 사용한다.

단맛 중독, 충치·비만 우려

탕후루 디저트. 쩝쩝박사 인스타그램 갈무리

10~20대를 중심으로 탕후루 열풍이 거세다. 이들 사이에서 ‘식후탕’(식사 후 탕후루), ‘마라탕후루’(마라탕 식사 후 탕후루) 등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해시태그를 단 인증샷이 에스엔에스(SNS)에 수십만개가 넘고 ‘탕후루 빙수’, ‘탕후루 마카롱’, ‘탕후루 하이볼’ 등 각종 변주가 넘쳐난다. 심지어 빨간 탕후루 색으로 손톱을 단장하는 네일아트도 등장했다. 수백개 탕후루를 먹고 나무 꼬챙이를 수북하게 쌓은 ‘먹방’이나 가지·오이·떡볶이·순대·메로나(막대 아이스크림) 등을 재료로 한 이색 탕후루도 눈길을 끈다.

탕후루 열풍과 맞물려 ‘과한 당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강성진 치과의사는 지난달 1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확실히 맛은 있지만 탕후루는 충치에 최악의 음식인 것 같다”며 탕후루가 치아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설탕을 씌운 것이라 끈적하게 치아에 들러붙는 게 충치 유발 지수가 굉장히 높을 것”이라며 “치아에는 미세한 홈이 있는데 홈에 박힌 당분은 칫솔모보다 작기 때문에 양치해도 완전히 제거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경곤 대한비만학회 부회장(가천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은 지난 11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어떤 음식이든지 딱 한 음식을 집어서 ‘건강에 좋냐 나쁘냐’를 따지기는 힘들다”면서도 “(단 음식을 먹었을 때 기분이 좋아져서 또 먹게 되는데) 그게 중독하고 거의 똑같다. 담배, 니코틴 중독이나 마약 중독이나 거의 비슷한 체계로 흘러간다. 뇌 안에서 강화시키는 도파민이나 여러가지 신경 전달 물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한번 맛에 길들여지면 거기서 헤어나오기 힘들다”며 단맛의 중독성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논란이 커지자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가 국회에 출석하기에 이르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25일 종합 국정감사에서 ‘달콤왕가탕후루’를 운영하는 달콤나라앨리스의 정철훈 공동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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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입맛, 고치기 어려워

탕후루 빙수 모습. 부산정보통 인스타그램 갈무리

탕후루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미식이 가장 가성비 높은 소비문화이자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 데 효율적인 콘텐츠란 인식에 이미 공감하는 이가 많다. 이는 에스엔에스와 결합하며 더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탕후루의 알록달록한 색과 특이한 모양, 아삭아삭 씹을 때 나는 소리 등은 ‘좋아요’를 끌어내기에 더없이 맞춤하다. 여기에 더해, 짜릿한 성취감을 주는 게임이나 놀이로 음식을 즐기는 제트(Z)세대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한 세대)의 성향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탕후루 업체도 최근 크게 증가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지난 20일 기준 등록된 탕후루 프랜차이즈는 ‘달콤왕가탕후루 ’ ‘황제탕후루 ’ 등 총 9개로, 그중 2019년에 등록한 ‘탕빙빙탕후루 ’를 제외한 대부분 업체가 최근 1~2년 사이에 생겼다 . 미등록 브랜드까지 합치면 20여개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 지난해 말만 해도 달콤왕가탕후루의 가맹점 수는 43개였는데 현재 400개가 넘는다. 김상훈 창업통티브이 (TV) 소장은 포털 사이트에 노출된 탕후루 매장만 현재 1277개에 이른다고 말한다 .

당류는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이지만 하루 섭취량을 넘기면 당연히 건강에 해롭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를 총 섭취 열량의 5%(2000k㎈ 기준 25g) 미만으로 줄일 것을 권고한다. 식약처 조사를 보면 탕후루의 당류 함량은 대략 14~27g이다. 탕후루 한두개를 먹으면 하루 권장 섭취량을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탕후루가 ‘최강 당도 기호식품’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200개 이상 매장을 운영하는 커피·음료 프랜차이즈 29개 업체에서 판매하는 음료를 조사한 결과, 스무디·에이드류 1잔에 담긴 평균 당류는 65g이었다. 탕후루가 포함한 당류의 두세배 수준이다. 커피의 평균 당류도 탕후루보다 많은 37g이었다. 콜라 한캔의 당류 함량도 26g이다.

이에 따라 탕후루만 ‘악마의 음식’으로 지적할 문제는 아니고, 전반적인 당류 과잉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탕후루·초콜릿·아이스크림 등 그 무엇이든 과잉 섭취하는 것이 문제”라며 “비만과 심혈관 질환, 당뇨, 고혈압 등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린 시절 굳어진 입맛은 성인이 돼서도 고치기 어려운 만큼 식습관의 중요성도 강조된다. 외식 정보 제공 업체인 다이어리알의 이윤화 대표는 “당 수치를 높이는 게 한둘이 아니다. 카페에서 파는 디저트도 당류 섭취를 높이는 음식”이라며 “국민의 전반적인 식습관을 이제라도 국가가 성실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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