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였던 길고양이가 성묘로…그 "기적 같은" 성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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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한 시인은 어느 날 버려진 소파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보듬어 품고 젖을 먹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시인은 17년간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끼 고양이들의 성장기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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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용한 시인은 어느 날 버려진 소파에서 어미 고양이가 새끼들을 보듬어 품고 젖을 먹이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 따뜻하고 신기한 모습에 홀린 그는 고양이 세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는 자연스럽게 고양이 밥을 주게 됐다.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 '고양이 식당' 1, 2, 3호점이라 불렀다.
늘 배고픈 녀석들이 있었다. 성장기인 어린 고양이들이 특히 그랬다. 새끼 고양이들은 급식소에 자주 들렀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보니 예뻤고, 오래 보니 사랑스러웠다.
애정을 숨길 수 없었던 그는 카메라를 들이댔다. 그러고는 급식소에서 자주 보는 어린 고양이들을 규칙적으로 찍었다. 봄·여름·가을·겨울, 1년 동안.
'이 아이는 자라서 이렇게 됩니다'는 이 시인이 길 위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 40마리가 성묘로 자리기까지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책에 따르면 새끼 고양이가 성묘가 될 확률은 30% 미만. 영역 동물인 길고양이는 각종 사유로 사는 곳을 자주 옮기기에 아기 고양이가 성묘로 자라는 과정을 오롯이 관찰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시인은 17년간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끼 고양이들의 성장기를 카메라에 담는 데 성공했다.
책에는 저자가 길에서 만난 고양이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사계절을 견뎌내야 하는 고양이들은 거친 묘생(猫生)을 버티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입맛에 맞을 리 없지만 사람이 버린 맵고 짠 총각무도 입이 벌게지도록 베어먹어야 한다.
어린 시절 눈에 띄는 미묘(美猫)였지만 생존을 위해 거친 털을 지닌 '뚱냥'(뚱뚱한 고양이)으로 변한 고양이도 있고, 사람이 주는 젖병을 양손으로 야무지게 쥐고 먹는 새끼 고양이도 있다.
길에서 벽돌을 베고 잠을 청하는 느긋한 고양이, 경계심이 강해 이른바 '하악질'(경고의 의미로 입을 벌린 채 공기를 내뿜으며 내는 소리)을 자주 하는 고양이도 있다.
성격과 사는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그들은 고된 현실 속에서도 체념하기보다는 용감했고, 비굴하기보다는 당당했다.
그렇게 고양이들이 조금씩 커나가는 동안, 계절은 속절없이 흘러갔다. 시인은 그 과정에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묘생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목도한다.
그리고 어느 날, 마침내 떠날 때가 된 고양이를 마주하자 깊은 슬픔을 느낀다.
"내가 도착했을 때 맹자가 눈을 깜박인 건 혼신의 마지막 인사였던 것이다. 그것도 모르고 나는 속으로 이젠 마중도 안 온다고 타박까지 했었다. 어쩌면 녀석은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눈을 감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맹자를 마지막으로 끌어안고 한참이나 울었다."
저자는 40마리 고양이들의 생몰 연도를 꼼꼼하게 기록했다. 사라진 고양이에 대해서는 마지막으로 목격한 시점을 적었다.
이 시인은 고양이들이 자연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지만 아름답고 귀여우며 빛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거리에서 죽어 마땅한 유해 동물이 아닌 이 지구별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의 동료라고 덧붙인다.
"거리에서 만난 고양이는 모두가 하나같이 갸륵했다. 어떤 고양이는 거리의 현자처럼 먼 곳을 바라보았고, 또 어떤 고양이는 자연의 수행자처럼 느긋하게 걸어갔다. 나는 그들의 아득한 철학이 거리와 자연에 있음을 믿는다. 내가 만난 고양이들은 자연 속에서 가장 빛났고, 길 위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이야기장수. 392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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