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N수학] 공중에서 쏘고 돌팔매질로 날리는 친환경 로켓 발사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조가현 기자 2023. 10. 2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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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항공 스타트업인 스핀런치는 진공 상태인 대형 원심분리기 안에 발사체를 넣은 뒤 빠르게 회전시켜 던져서 발사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pinLaunch 제공

우주를 향한 발사라고 하면 대부분 강렬한 섬광을 뿜는 ‘로켓’을 떠올린다. 우주에 무언가를 보내기 위해 지구의 중력을 박차고 오르는 강력한 로켓이 필요한 이유는 지구 주위를 돌기 위한 궤도 속도나 중력권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 속도에 빨리 도달하기 위해서다. 평균 고도 430km 상공을 도는 국제우주정거장은 초속 7.7km를 유지해야 궤도에 머무를 수 있다.

로켓 전체 무게의 80~90%를 연료가 차지한다. 로켓 발사는 그 발사 모습 자체가 멋있기 때문에 꿈을 부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연료 낭비가 심한 것 아냐'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더욱이 주로 화석 연료를 쓰기 때문에 발사 후 배출하는 여러 종류의 배기가스와 잔존 물질은 곧바로 지구 온난화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친환경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기술적으로 넘어야 하는 장벽이 여럿 있다. 

우주를 향한 발사라고 하면 대부분 강렬한 섬광을 뿜는 ‘로켓’을 떠올린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대표적으로 수소 로켓을 보자. 수소는 산소와 결합해 연소하면 물만 나온다고 아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저온 연소가 일어났을 때다. 로켓의 특성상 수소는 고온에서 불타야 하는데 대기의 약 80%는 질소다.

따라서 대기 중 고온 연소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환경오염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이 반드시 나온다. 물론 수소 로켓은 기존의 화석 연료 로켓보다 환경 영향성이 훨씬 적다. 

이러한 로켓의 연료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여러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로켓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지만 현재 개발 중인 방법의 원리는 대체로 하나다. 로켓 점화 전에 속도나 위치 에너지를 이용해 운동역학적 에너지를 미리 높이는 것이다.

로켓을 비행기에 달아 발사. Virgin Orbit 제공

앞으로 공중 발사 방식이 화석 연료를 줄이는 로켓 발사 방법으로 가장 빨리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대표 기업인 ‘버진 오빗(Virgin Orbit)’은 올해 5월 비록 파산했지만 그 기술은 여전히 유효하다. 로켓을 큰 비행기에 달아 어느 정도의 고도와 속도에 이른 후 거기서부터 발사하면 그만큼의 에너지 연료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로켓의 경우 거주 지역 피해 등을 포함해 발사 위치와 방향이 고정적일 수밖에 없는데 공중 발사는 여기에서 자유롭다. 물론 지상 발사가 가진 단점에 대한 대안으로 해상 발사도 여러모로 검토되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이유로 발사장 입지가 좁을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에도 좋은 대안이다.

버진 오빗이 시도해온 공중 발사는 비판적 관점에서 ‘비행기 자체가 결국 1단 추진체 아닌가?’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 발사의 궁극적 방식은 ‘단발 궤도선(SSTO : Single Stage To Orbit)’이다. 비행기처럼 날아올라 우주까지 가고 임무 수행 후에는 비행기 또는 글라이더처럼 비행해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시 아직은 연구 중일 뿐 실용화한 예는 없다. 

풍선이나 기구를 이용해 공중 발사하겠다는 이야기가 먼저 나오기는 했지만 둥실둥실 떠다니는 풍선의 방향이나 위치를 제어하기는 어렵다. 설사 어느 정도 제어가 되는 기구라 한들 일단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 극복해야 할 장벽이다.

로켓을 빙빙 돌려 던져서 발사. pinLaunch 제공

이 외에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식은 ‘빠른 속도로 던지는’ 기술이다. 그 원리는 돌팔매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방식의 대표적 기업인 ‘스핀런치(SpinLaunch)’는 탑재체를 실은 발사체를 커다란 팔에 매달아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다가 일정 속도에 다다르면 하늘을 향해 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현재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발사체를 지상 장치로부터 던지는 속도는 초속 2km를 넘으며 이후 고도 60km 도달 시점에서 로켓을 점화해 궤도 속도로 올린다. 그런데 문제는 회전운동을 통해 속도를 올리기 때문에 원심력을 피할 수 없는 점이다. 또 최대 원심 가속도는 10,000g에 이른다. 

따라서 사람은 절대로 탈 수 없고, 그 내부에 실릴 탑재체는 이만한 원심 가속도를 버틸 수 있도록 더 강하게, 더 무겁게 설계할 수밖에 없다. 대신 회사 설명에 따르면 발사 비용은 현재보다 20배 이상 더 저렴하게 구현할 수 있다.

던지기는 언뜻 생각하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지만, 목표 속도에 이른 후 정확한 위치에서 발사체를 출구 방향으로 던질 수 있는 정밀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참고로 초속 2km라는 던지기 속도는 총탄이나 포탄보다 훨씬 빠른 수준이니 고속 회전하다가 정확히 놔야 하는 정밀 제어 기술이 얼마나 중요할지 대략 상상할 수 있다.

회전운동을 직선으로 바꿔 던지는 방식 말고 아예 처음부터 직선으로 가속해서 발사체를 포탄처럼 ‘쏜다’라는 개념은 이미 19세기 말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에서 등장했다. 이후 연구실 수준에서 많은 세부적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발사 과정에서 충격에 가까운 급가속을 견뎌야 하고 매우 긴 대포가 필요한 시설을 갖춰야 해서 제약 조건이 많다. 

그런데 금속 탄환 또는 포탄을 화약이 아닌 전자기파로 가속해서 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으니 베른의 상상이 실현되는 날이 곧 오지 않을까.

미국 항공 우주국(NASA)에서 고도 3만 6000km 정지궤도에 설치할 우주 엘리베이터 도착정거장을 상상해 만든 그림이다. NASA 제공

로켓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의 끝판왕으로 우주 엘리베이터가 있다. 러시아의 우주공학 개척자인 콘스탄틴 치올콥스키가 지극히 과학적 발상으로 고안한 것이다. 이 개념은 나중에 SF소설의 거장인 아서 클라크의 작품에서 여러 번 등장하면서 대중적으로 유명해졌다. 

지금까지 연구된 가장 진보된 건설 방법은 밑에서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닌 정지궤도 너머에서 지구로 줄을 내리는 방식이다. 즉 아래에서 어마어마한 무게를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저 위에서 장력을 견디는 원리다.

문제는 길이 3만6000km가 넘는 거대한 구조물의 장력을 버티는 재료로 현재까지 고순도 탄소 나노 튜브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이런 고순도 탄소 재료를 우주 엘리베이터에 사용할 정도로 충분히 길게 그리고 실용적으로 많이 만들어낼 방법이 아직 없다.

아직 화학적 추진 로켓 말고는 지구 중력을 벗어날 실용적인 방법이 등장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여러 도전이 계속되고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사업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지구 환경 보호와 멋진 꿈의 실현을 위한 노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

※필자소개 

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공기역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KAI에서 12년 동안 항공기 개발과 국제 마케팅 업무를 했고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모바일 기기용 통신 회사 ‘VMTS’를 운영했다. 2010년부터는 7년 동안 롤스로이스 한국 지사에서 항공 및 함정의 가스터빈 사업을 개발했다. 2021년부터 글로벌 우주 항공 액셀러레이터 및 투자사인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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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돈 스타버스트 한국 지사장,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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