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요정의 기묘한 모험] 어둠 속 등불처럼 환한 '황금등불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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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봄 한 버섯애호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작게 흐르는 도랑물 그 수면 위로 황금색으로 빛나는 듯한 버섯들이 수없이 늘어져 있었어요.
유명한 식용버섯인 트러플 역시 자낭균입니다.
지금껏 함께한 버섯 여행을 통해 독버섯일까 아닐까 걱정하던 야생 속 버섯과 한껏 친근해졌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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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봄 한 버섯애호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지금밖에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버섯을 보여주겠다고 했죠. 버섯의 정체가 궁금해진 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떠날 채비를 마쳤습니다.
●완두콩처럼 포자를 품는 자낭균
한 시간 반을 넘게 달려 충청북도 괴산의 산골자락에 있는 어느 계곡에 도착했습니다. 버섯애호가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버섯이 있는 장소에 도착했어요. 그곳은 거대한 소나무들이 아름드리 펼쳐져 있는 울창한 숲이었고, 숲을 가로지르는 작은 개울이 있었습니다.
“개울 앞에 서 보세요.”
버섯애호가의 말에 따라 개울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눈앞에 놀라운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작게 흐르는 도랑물 그 수면 위로 황금색으로 빛나는 듯한 버섯들이 수없이 늘어져 있었어요. 신비로운 버섯의 이름은 ‘황금등불버섯’입니다. 그야말로 어두운 숲속을 환하게 비추는 등불 같은 버섯들이죠.
황금등불버섯을 보면 보통의 버섯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거예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버섯들은 담자균에 해당하는 버섯이지만 황금등불버섯은 ‘자낭균’이기 때문입니다.
담자균과 자낭균의 가장 큰 차이는 포자를 형성하는 세포의 모양입니다. 담자균은 일반적으로 4개의 뿔이 달려 있는 도자기처럼 생긴 ‘담자기’라는 세포를 형성해요. 이 4개의 뿔에서 포자가 열리고 모두 4개의 포자를 형성합니다. 반면 자낭균은 콩깍지처럼 생긴 ‘자낭’이라는 세포에서 포자가 형성되는데, 보통 자낭 안에 8개의 포자가 달려 있습니다.
● 알록달록 다양한 버섯의 세계
유명한 식용버섯인 트러플 역시 자낭균입니다. 컵처럼 생긴 주발버섯류, 하트 모양으로 생긴 안장버섯, 다 타버린 성냥개비처럼 생긴 민콩나물버섯, 올챙이 꼬리처럼 생긴 넓적콩나물버섯도 자낭균에 속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낭균은 최소 3만 2000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상에는 정말 기상천외하고 다양한 버섯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버섯 인류가 지금까지 정체를 밝혀온 버섯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정체 모를 버섯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위에 잔뜩 널려 있다는 뜻이지요.
정체 모를 버섯이라고 해서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들 또한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정교하고 복잡한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요한 일꾼들이니까요.
만약 언젠가 난생 처음 보는 버섯을 만난다면 버섯을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 고민하기보다는 꽃을 구경하듯 버섯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감상해 보길 바랍니다. 그렇게 버섯의 매력을 차차 깨달으면 미지의 대상이었던 버섯이 나만의 작은 기쁨으로 다가올 것 입니다.
버섯요정이 안내하는 버섯 모험은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지금껏 함께한 버섯 여행을 통해 독버섯일까 아닐까 걱정하던 야생 속 버섯과 한껏 친근해졌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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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 생태사진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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