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헌신‘ 김종규에게 남은 과제는?
김유택(60‧197cm), 서장훈(49‧207cm), 김주성(44‧205cm), 오세근(36‧199.8cm)…, 적지 않은 시간 동안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팀의 골밑을 지켜낸 빅맨들이다. 최정예가 모인 대표팀에서 포스트를 책임진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 선수 기준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고 이를 입증하듯 소속팀에서도 우승을 이끈 바 있다.
기아자동차 왕조의 주역 김유택은 한기범과 함께 ’트윈타워‘의 원조로 불렸고, 서장훈은 성인 무대 등장과 함께 리그 판도를 바꿔버린 장본인이다. 김주성은 수비 등 궂은 일에 더해 빠른 발을 앞세운 달리는 빅맨으로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오세근 또한 파워, 테크닉 등 다양한 부분의 밸런스를 통해 전 소속팀 안양 정관장을 강호의 반열에 올려놓은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원주 DB 김종규(32‧206.3cm)는 2% 아쉬운 국대 센터로 불린다. 국가대표로서의 공헌도는 위에 언급한 레전드들과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지만 아직까지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끈 적이 없기 때문이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동기이자 라이벌인 김민구를 제치고 전체 1순위에 지명된 후 "KBL을 제가 한번 뒤집어보겠습니다. 느낌 아니까"라며 당찬 포부를 밝힐 때만 해도 시간이 문제일 뿐 우승은 따놓은 당상인 듯 했다.
무관에 울고 있던 LG 또한 국대급 빅맨의 영입으로 드디어 우승 대열에 들어설 것으로 보였다. 안타깝게도 30대 중반을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은 현재까지 우승은 잡히지 않고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른 가운데 이제는 LG를 떠나 DB 소속이 됐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은 것 가운데 하나는 남은 커리어에 우승을 추가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김종규는 역대 국가대표 빅맨을 통틀어서도 최고를 다툴 만큼 빼어난 운동능력을 자랑한다. 206.3cm의 신장에도 어지간한 가드 이상으로 빠르게 달리고 높이 뛴다. 스킬적인 아쉬움을 지적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동능력만으로 붙박이 국가대표를 꿰찼을 정도다.
림프로텍팅 또한 강점이다. 각종 하이라이트에서 외국인선수들에게 인유어페이스를 당하는 모습이 많아 동네북(?)같이 보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다. 상대에게 그런 플레이를 자주 먹는 선수들의 특징 중 하나는 그만큼 골밑에서 적극적으로 수비를 한다는 사실이다. 상대가 덩크슛을 시도하려고 할때 미리 포기하거나 슬쩍 피해버리면 그런 장면도 만들어지지 않는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김종규 또한 그렇다. 골밑수비를 아주 잘한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상대가 림어택을 시도할때 끝까지 달려들어 블록슛을 노리는 타입이다. 때문에 김종규가 골밑에 버티고 있으면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한창 기술을 익혀야 할 대학 시절의 영향 탓인지 김종규는 포스트업에 능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신장대비 볼핸들링이 나쁘지 않은지라 페이스업에서 강점을 보인다. 미드레인지 점퍼가 가능해 돌파와 함께 이지선다형으로 상대 수비를 괴롭힐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수비 입장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상황은 김종규가 달릴 때다.
빅맨이 어지간한 스윙맨 이상의 스피드로 내달려 속공상황에서 피니셔와 트레일러 역할을 해내는지라 김종규가 달려온다 싶으면 막아내기 매우 어렵다. 김종규의 최대 장점은 꾸준함이다. 큰 폭의 성장세가 없는 가운데 노장대열에 들어서고 있는지라 ’예전의 김종규가 아니다‘, ’노쇠했다‘는 등의 혹평을 받고 있지만 실상 성적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2020~21시즌을 제외하고는 꾸준하게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난 시즌 평균 득점(11.04) 역시 통산 득점(11.35)과 별반 차이가 없다. 늘 비슷하게 10~12득점 사이를 오가고 있다. 어시스트, 리바운드 또한 마찬가지다. 이른바 몬스터 시즌이 없다뿐이지 한결같다. 기대치가 높아서 아쉬움을 목소리가 클뿐 시즌이 끝나고 나면 평균은 깔고 간다.
김종규의 현 소속팀 DB는 올시즌 6강 경쟁팀으로 분류된다. 나름 만만치 않은 전력이지만 강력한 우승후보 SK와 KCC를 필두로 LG, 현대모비스, KT 등 강호가 즐비하다. 역대 어떤 시즌보다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물론 DB 또한 흐름만 잘 탄다면 복병 혹은 그 이상도 가능해 보인다.
경쟁력은 충분하다. 지난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아시아쿼터제 최고의 히트작으로 꼽히는 이선 알바노(26‧185cm)를 필두로 박찬희(36‧190.3cm), 두경민(32‧183.3cm) 등이 뒤를 받치는 가드진은 화력과 노련미를 두루 겸비했다. 각각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는지라 조합에 따라 다양한 농구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든든한 것은 1옵션 외국인선수로 국내 무대에서 검증된 디드릭 로슨(26‧201cm)을 데려왔다는 사실이다. 로슨은 고양 오리온스 시절에도 준수했지만 특히 지난 시즌 고양 데이원 소속으로 뛰면서 가치를 확 끌어올렸다. 골밑플레이는 물론 슈팅력도 준수하고 거기에 일정 부분 리딩에도 관여하며 컨트롤타워로서의 모습도 보여줬다.
로슨이 없었다면 이정현, 전성현 등이 마음껏 활개 치기 쉽지않았을 것이다는 분석이다. 데이원 돌풍의 실질적인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현 소노(전 데이원) 김승기 감독이 타이밍이 안 맞아서 로슨과 함께하지 못하는 것을 지금까지도 아쉬워하고 있을 정도다. 넓은 시야와 뻬어난 BQ를 바탕으로 내외곽에 걸쳐 전천후 활약이 가능한 유형인지라 김종규와의 좋은 호흡이 기대된다.
변수는 강상재(29‧200cm)다. 김주성 감독은 로슨, 김종규와 함께 강상재를 함께 쓰는 ’트리플 포스트‘ 완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제대로만 돌아갈 수 있다면 10개 구단 최강의 높이를 자랑했던 ’원주 산성‘을 부활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강상재의 3번 포지션 적응이라는 과제가 남아있다.
전임 이상범 감독 또한 끊임없이 김종규, 강상재와 외국인빅맨의 동시 출격을 시도해 왔지만 미완성에 그친 바 있다. 다만 현재의 김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높이를 활용한 농구에 익숙하고 외국인빅맨 또한 다양한 조합과 잘맞는 타입의 로슨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거기에 최근 몇 년간 쭉 쌓인 경험치 또한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김종규가 원주 산성의 완성과 함께 무관의 한을 털어낼 수 있을지 주목해보자.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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