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언급하지 말라”…위기의 與, 새로운 메시지 전략은?[이런정치]

2023. 10. 2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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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관종 DNA”…김기현의 거센 입, 잠잠해질까
“국힘, 정부여당 관계·여야 관계 모두서 주도권 잡아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8일 국회 당 대표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국민의힘이 ‘몸 낮추기’에 돌입했다. “사형”, “관종 DNA”, “대한민국 국민 자격도 없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내던 김 대표도 지난 세 번의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이재명’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았다. 야당 때리기 ‘일변도’로는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인데, 당내에서는 김 대표가 ‘민생 드라이브’ 의지를 보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대표는 지난 21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된 후 단식 24일차에 단식을 중단하고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변호인과 논의해 영장심사에 대비해 왔다.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영장 발부 여부는 26일 밤이나 27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섭 기자
“국민들, 이제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민주당’ 분리해서 바라봐”

21일 여권에 따르면 김 대표는 최근 지도부로부터 ‘이재명을 언급하지 말라’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제기된 지 2년이 지나면서 국민들이 이 대표와 민주당을 분리해 보기 시작했다는 취지다. 지도부 관계자는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대표의 명분 없는 단식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해줄 것이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다”며 “하지만 국민이 심판한 것은 정부여당의 실정이었다. 이를 간과한 것이 주요 패인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중심으로만 여야 관계를 정립하려 했던 것이 되려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부터 거센 수위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지난달 10일 이 대표의 단식을 두고 “사전에도 없는 출퇴근 단식 쇼, 당당한 꼼수, 망신스러운 혁신, 부정부패하는 민주화 등등 언어유희의 극치를 보는 느낌”이라고 비난했다. 지난달 7일에는 뉴스타파의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에 대해서는 “쿠데타 기도”, “사형에 처해야 할 국가반역죄”라고 했다.

이 대표는 그동안 자신의 카운터파트를 ‘국민의힘’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으로 설정해 메시지를 냈다. 윤석열 정부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며 24일 간 단식투쟁에 돌입했던 것도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 굳히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 가운데 여당이 ‘이재명 때리기’에만 치중하며 야당 짠 판에 끌려 다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여당 대표면 야당 대표의 적수가 되어야 하는데 국민이 생각하기에 이 대표의 적수는 윤 대통령”이라며 “정부여당 관계에서도, 여야 관계에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현실”이라고 자조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포털 여론조작·김만배 가짜뉴스 TF 모두 사라진다…다음은?

지난 19일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정치 현수막’을 철거하고 정쟁 소지가 있는 TF를 모두 정리하기로 의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전국에 걸려있는 일체 정쟁형 현수막을 지금 이 시간부로 철거하기로 결정했고 사무총장을 통해 각 당원협의회 별로 지시를 내리기로 했다”며 “이와 더불어 지금까지 정쟁 요소가 있는 당 소속 TF를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선공작 게이트 TF ▷포털 TF ▷가짜뉴스 괴담 방지 특별위원회 등이 통폐합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조수진 최고위원이 위원장을 맡은 ‘민생119(민생특별위원회)’도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민생119를 정리하고 새로운 민생 관련 TF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민생119는 지난 3월 김 대표 출범 직후 ‘김기현표 1호 특위’라는 명분으로 출범했으나 조 최고위원의 ‘밥 한 공기’ 발언으로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특위 위원이었던 곽대중씨도 조 최고위원과 불화 끝에 위원직을 사퇴한 뒤 금태섭 전 의원의 신당에 합류하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됐다.

다만 국민의힘이 최근 위기 때마다 ‘민생’을 언급한 만큼, 이번에는 확실한 ‘드라이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지난달 초 ‘ㄱㅎ’ 로고를 새로 도입했다. 김 대표는 최고위 백드롭(배경 현수막)에 “민생과 경제는 ㄱㅎ 국민의힘” 등 글귀를 배치하며 민생으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지만, 이 대표를 향한 발언 수위는 여전했다. 단기적으로 민생을 강조하기 보다 실질적인 ‘김기현표 민생 정책’이 드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지금까지 ‘김기현이 간다’ 등을 하며 정책 해결사를 자청했지만, 민심의 관심과 동떨어진 의제가 많았고 현장에 간 다음에 별다른 진척사항도 발표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이 이번 보궐선거 참패를 기점으로 민생 정당이 되려면 대표 먼저 끈기 있게 민생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했다.

newk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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