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신압록강대교 개통 임박이요? 현지 실정 모르는 소리"

박종국 2023. 10.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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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단둥 신압록강대교 인근 주민들 "북중 국경 완전 개방, 올해는 기대 안해"
'北노동자 송환 문제가 걸림돌' 시각도…개점휴업 여행사들 "北관광 올해 넘길 듯"

(단둥=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신압록강대교가 개통된다고요? 작년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은 얘기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요. 현지 실정을 모르고 하는 소리예요"

출입 통제하는 신압록강대교의 단둥 진입로 [촬영 박종국 기자]

지난 20일 북중 최대 교역 거점인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신압록강대교에 가기 위해 탄 택시 기사는 신압록강대교 개통 임박설에 대해 이렇게 잘라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올해 들어서만 6월설, 9월설이 파다했고 최근에는 이달 16일설이 떠돌았지만, 지금껏 이뤄진 게 없다"며 "랑터우 해관(세관)이 수년 전 건립됐지만, 문을 열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날 둘러본 랑터우 해관 청사 현관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드나드는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더러 차량이 드나들긴 했지만, 해관과는 무관한 작업 인력이라고 택시 기사는 설명했다.

실제 해관 옆에는 가림막이 설치된 가운데 중장비들이 터파기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상업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임박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밝힌 바 있다.

신압록강 대교 중국 해관 구역으로 버스로 보이는 대형 차량이 접근하고, 북한 쪽에서는 기중기 트럭으로 보이는 차량 움직임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가 확인한 해관 모습만으로는 개통 임박으로 보기 어려웠다.

단둥 한 소식통은 "중국 측은 개통 준비가 다 돼 있다"며 "올해도 여러 차례 공개 입찰을 통해 해관 사무실 집기를 갖췄고, 신압록강대교 보수 공사도 꾸준히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문제는 북한의 소극적인 자세"라며 "북한 쪽 신압록강대교 진입로 공사는 끝난 것으로 보이지만, 세관은 아직 설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압록강대교가 개통하려면 출입경 인원들 통관 수속을 밟아야 할 텐데 북한 세관이 들어서지 않은 마당에 다리가 개통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인적 없는 단둥 신압록강대교 세관 [촬영 박종국 기자]

북한과 중국은 2009년 중국이 건설비 전액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신압록강대교 건설에 합의했고, 이듬해 12월 착공해 2014년 10월 단둥 랑터우와 신의주 남부를 잇는 3㎞ 길이의 왕복 4차로 규모의 다리 본체를 완공했다.

그러나 지금껏 개통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하자 2020년 1월 국경을 전면 봉쇄했던 북한이 작년 1월 단둥∼신의주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올들어 북한 나선 원정리∼중국 훈춘, 북한 무산∼중국 난핑 통상구 화물트럭 운행에도 나서면서 여러 차례 신압록강대교 개통 임박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번번이 설에 그쳤다.

철도와 도로 공용인 단둥∼신의주 간 압록강철교(중조우의교)의 화물트럭 운행 재개설도 꾸준히 나왔지만, 당장 실현될 가능성은 작은 걸로 단둥 주민들은 보고 있다.

한 주민은 "단둥 해관 맞은편 골목에 몰려 있는 북한 물품 수입 대행업체들이 여전히 문을 열지 않고 있다"며 "화물트럭 운행이 재개된다면 그들이 가장 빨리 움직일 텐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북중 교역이 활발하던 때 수십 개 대행업체들이 성업했던 이 골목은 북중 국경 봉쇄 이후 북한이 남포와 산둥성 룽커우·랴오닝성 다롄을 잇는 해상 교역에만 의존하던 2020년에 대거 룽커우와 다롄으로 떠난 뒤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 단둥 주민은 "지난 8월 이후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북한 선수단이 나오고, 중국 내 북한 주민들이 대거 귀국하면서 국경 완전 개방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들어 연내 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급속히 밀착하는 북한에 대해 중국이 곱게 볼 리 없다"며 "복잡 미묘한 북중 관계가 국경 개방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따른 중국 내 북한 노동자 송환 문제도 국경 개방에 걸림돌이라는 시각도 있다.

유엔은 대북 제재 일환으로 2019년 12월까지 외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을 전부 귀국 조치하도록 결의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과 국경 봉쇄로 단둥 등 중국 내 변경 지역의 북한 노동자 10만여 명은 여전히 귀국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유엔 제재로 석탄과 철광석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금지된 북한의 외화벌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과 경쟁하며 국제사회를 주도하려는 중국은 유엔 결의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차원에서 북중 국경이 개방되면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송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한은 송환 인원만큼 신규 인력 파견을 원해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큰 것으로 대북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철문 굳게 닫힌 단둥의 북한 상품 수입 대행업체들 [촬영 박종국 기자]

단둥 여행사들도 북한이 조만간 국경을 완전히 개방해 외국인 대상 관광 재개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북한 관광이 곧 재개될 것이라는 얘기들은 모두 가짜 뉴스"라며 "현재는 유람선을 타고 압록강 변을 돌아보는 것이 전부이며, 북한 관광은 일러도 내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외국인 입국을 허용했다는 중국중앙TV의 지난달 보도에 대해서도 "공무적인 성격의 특수한 사람들에게만 허용되는 것"이라며 "북한 매체들은 이를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많은 여행사가 오전에만 영업하고 오후에는 문을 닫는 개점휴업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하고, "북한 관광 재개를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상태"라며 "내년까지 버텨야 한다는 각오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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