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서 어떻게 수사자료 171장이 빼돌려졌을까?[사건의 재구성]
검찰, 대응 미온…김영배 의원 “사건조작 의혹도, 공수처서 조사해야”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서울중앙지검 1502호실에서 피의자가 조사받는 도중 수사기밀과 압수품 등 사진을 찍어 자기 재판에 활용도 하고, 유출시킨 사태를 알고도…검찰이 자존심도 없습니까?”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을 대상으로 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영배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타다.
김 의원은 이틀 뒤 공수처 국감장에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압수품)사진을 찍고 유출한 것을 넘어서 (검사가)수사를 조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수처에서)수사를 해야 될 건이라고 봅니다.”
4년 전 군 장성과 경찰서장 등 군·검·경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지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경남 사천 군납비리 사건’이 이번 국감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2019년 10월30일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인 1502호에 한 통의 진정서가 들어왔다.
군에 어묵을 납품하고 있던 경남 사천 A업체 대표 정모씨가 당시 이모 고등군사법원장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내용이다.
진정서는 A업체 임원인 장모씨가 냈다. 내부 고발인 셈이다.
장씨 진술로 수사는 급물살을 탔고 1주일도 안 돼 A업체 등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수사 과정에서 이 군사법원장뿐 아니라 사천경찰서장, 통영지청 수사계장, 육군 급양대장(중령) 등에게도 뇌물이 건네진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두 달 만에 이들을 기소했고 1심에서 뇌물을 준 업체 대표는 징역 3년, 법원장은 징역 4년, 사천서장은 징역 1년형(항소심 징역 8월)을 선고받는 등 관련자들이 처벌받았다.
육군 전 급양대장(중령)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뇌물을 직접 건넨 장 씨는 제보자이자 피의자로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했지만 1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그런데 장 씨는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 1502호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을 벌였다.
검사방을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압수물에 각종 민감한 수사자료까지 사진을 찍었다. 8일 동안 171장을 촬영했다.
당시 담당 검사는 몰래 찍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수사관과 함께 있는 사진 등 ‘몰래 찍었다' 하기에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많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가 로그인된 PC 화면 등 수사관이나 검사가 아니면 아예 들어갈 수 없는 수사관 자리에서도 사진이 찍혔다.
김영배 의원이 입수한 당시 장 씨 측근들이 대화를 나눈 녹취록(2019년 11월 8일)을 보면 장 씨가 압수물을 가지고 나온 정황이 잘 드러나 있다.
[당시 사건 참고인] 검사 방에 장례식장 그 압수 자료가 딱 올려져 있었대 [장씨 지인] 예. [당시 사건 참고인] 그래서 장대표 이제 쓱 보고 있는데 (검사가)“잠깐 저 화장실 갔다 올게요”하고 나갔나봐. 방에 장대표만 혼자 남겨놓고. 거기서 서류 몇 장 뺐잖아.
그리고 이들은 의미심장한 말도 남겼다.
[당시 사건 참고인] 근데 더 웃긴 건 뭔지 아냐? [장씨 지인] 뭐요? [당시 사건 참고인] 검사가 들어오더니 “아, 이거 서류 치워야겠다. 근데 서류가 좀 가벼워진 것 같아” 그러면서 갖다 놓더래 [장씨 지인] 대놓고 다 본 거네요. 대놓고 한 거네 [당시 사건 참고인] 어. 자료도 좀 그게 이제 ‘검사가 한 편이야’가 그 뜻이네 [장씨 지인] 예. [당시 사건 참고인] 그거지, 장대표 너 공격당하면 나도 문제 생길 수 있으니까 너 공격당하지 마. 마크 해주니까 방어 제대로 해 그 뜻이더라고 [장씨 지인] 예 맞아요. “서류가 가벼워진거 같네?” 일부러 그거를 펴놓고 할 리는 없거든요. 검사가 그 자료를. 수사관이 보는 거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장씨는 A업체 대표 뇌물 사건 제보하기 한달 전 A업체로부터 회삿돈 수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장씨는 자신의 횡령 사건 등 민형사상 방어용으로 이 자료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장씨는 검찰에서 빼돌린 자료를 각종 재판에 활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배 의원은 뇌물을 줬다고 제보를 한 사람이, 실제로는 자기 회사에서 배임·횡령을 한 사람인데 자신의 죄를 덮으려 뇌물사건을 검찰에 기획 진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수사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제기했다.
장 씨 기억에 없거나 진술조서에서 틀린 내용을 검찰에서 알려줘 이를 바로잡는 녹취록 등이 공개된 것이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지난 5월1일 이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했으나 현재까지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해당 검사는 군납 비리사건 이후 부장검사로 진급하고 올해 하반기 인사에서 대검찰청 주요보직으로 발령났다.
jz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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