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 좀 해야겠습니다"…우주항공청 여야 논의 '말말말'

김인한 기자 2023. 10.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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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방위 안건조정위, 4차례 회의록 총 87페이지 읽어보니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언쟁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오늘은 교황 선출 방식인 '콘클라베'(Conclave) 방식으로 해서 문 땀 잠궈 놓고 결론 안 내면 못 나가는 식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감금 좀 해야겠습니다."(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최대한 결론을 내자는 취지에 다 공감하는 거니깐 그렇게 논의하도록 하겠습니다."(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우주항공청 설립 특별법 논의를 위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이 지난 5일 4차 회의 시작을 알리며 나눴던 이야기다. 여야 모두 우주항공 전담기관 설립에 뜻을 같이하며 회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야가 일부 안건에 이견을 나타내면서 회의는 3시간50분만에 막을 내렸다.

20일 국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과방위 안조위는 오는 23일 종료를 앞두고 있다. 안조위는 지난달 5일·13일·19일 세 차례 회의를 연 데 반해 이번달은 국정감사 일정 등과 겹치면서 단 한 차례만 열렸다. 안건 조정이 이뤄지지 않고, 우주항공청 설립 이슈가 표류하자 그간 여야 의원들이 논의했던 내용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포기하겠다" "차관 혼자 결정할 문제 아냐"…與의원, 정부 질타 '무슨 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여야는 그동안 외국인·복수국적자를 우주항공청장으로 임명할 수 있느냐를 두고 이견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국가안보 등의 이슈로 반대했지만 국민의힘은 시대적 흐름을 볼 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논의 과정에서 "우주안보를 담당하는 우주항공청장에 외국인이나 복수국적자를 쓰겠다는 것은 쉽게 동의가 안 된다"고 말하자,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은 "우주항공청 연구원으로 쓰는 것은 동의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변 의원이 "연구원으로야 충분히 쓸 수 있죠"라고 답하자, 조 차관은 "우주항공청장을 외국인으로 하는 것에 대해선 저희가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중 의원은 이에 대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며 "그것 차관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차관이 내부에 충분히 의사소통했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에서 단견으로 얘기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 차관은 "죄송하다. 조심하겠다"며 "논의 결과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관련 사안에 대해 "세계에서 뛰어난 인재를 모셔 오려면 처음엔 국내인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중국적자나 외국인을 모시고 와서 미국항공우주국(NASA)·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과 연결돼야 우리가 따라붙을 수 있다"며 "청장을 포기할 수준이 아니고 확정되지 않은 말을 함부로 안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박 의원은 안건조정위원장인 조승래 의원에게 "지금 청장에 대한 부분은 추후 필요할 경우 다시 한 번 복수국적자·외국인도 논의할 수 있다는 차안(次案)만 추가해달라"고 요청했다. 조 의원은 "알겠다"고 답하면서, 여야가 향후 관련 사안을 매듭 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 정의 모호" vs "칸막이 딱 못 쳐"

조성경 과기부 1차관이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안조위 논의 과정에선 법안에 '우주항공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는 의견과 급변하는 시대를 맞아 우주항공만을 정의하기엔 어렵다는 주장이 맞서기도 했다. 야당 의원은 정의가 제대로 돼야 우주항공청의 R&D(연구·개발) 직접 수행이나 각종 산업 등 업무 구분이 된다며 과기정통부에 보완을 요청하기도 했다.

변 의원은 "우주항공에 대한 용어 정의를 정확하게 해달라"며 "항공산업도 여기서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차관은 "지금 우주항공산업은 여러 가지 산업이라는 게 융합되기 때문에 그걸 칸막이를 딱 쳐서 (할 수 없다)"며 "우주항공 정의를 명확히 하지 않은 것은 우주항공산업, 우주경제라는 것이 범위가 확대되고 융합되기 때문에 섣불리 정의하면 오히려 경쟁력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같은당 조 의원도 "우주항공 정의가 모호하긴 하다"며 "우주항공 정의가 분명히 있어야 정의로부터 업무 구분이 되는 것"고 지적했다. 그러자 조 차관은 "우주항공에 대한 정의를 명확하게 해서 다시 제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 R&D 직접 수행해야" vs "항우연·천문연과 업무중복"

조승래 국회 과방위 안조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여야는 '우주항공청의 직접 R&D 수행 여부'를 두고 간극이 컸다. 여당은 연구기획·조정과 집행, R&D 수행 등이 하나로 이어져야 한다고 보고, 야당은 R&D 수행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한국천문연구원 등과 업무중복을 우려했다.

조 의원은 "우주항공청은 R&D 과제 설계나 집행만 하더라도 옥상옥이라고 받아들여지는데 R&D 기능까지 하게 되면 옥상옥이 2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우주항공청이 직접 R&D를 한다면 항우연·천문연과 중복이고, 경우에 따라 연구기관이 가지고 있던 성취가 유실될 수 있다고 현장은 걱정한다"고 했다.

조 차관은 옥상옥이 아니라면서 "R&D는 항우연·천문연이 하는 걸 겹쳐서 하겠다는게 아니라 새로운 분야들이 많이 나오고 산업과의 연계, 산업으로의 확산 등을 위한 개념 설계와 같은 기초적인 기본 프레임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항우연·천문연 외에도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대학이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다양한 연구소와 융합해 같이 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야가 R&D 직접 수행에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안조위 마지막 날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각각 '우주항공청 조기 개청 토론회'와 '제대로 된 우주정책 전담기관 설립을 위한 토론회' 등을 개최한다. 막판까지 안건 조정을 두고 진통이 예상된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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