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진심으로 너희들이 자랑스럽다”…다시 공룡군단 결의 불태우게 한 캡틴의 한 마디

이한주 MK스포츠 기자(dl22386502@maekyung.com) 2023. 10.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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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심으로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캡틴의 한 마디가 흔들릴 수 있었던 공룡군단 선수들의 마음을 하나로 다잡았다.

NC 다이노스는 올 시즌 인상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시즌 기간 양의지, 노진혁, 원종현이 자유계약(FA)을 통해 각각 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키움 히어로즈로 떠났고,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지만, 하위권으로 쳐지지 않았다.

NC 다이노스의 주장을 맡고 있는 손아섭. 사진=NC 제공
손아섭의 리더십은 올해 NC 선전 이유 중 하나다. 사진=천정환 기자
개막 전 꼴찌 후보라는 평가에도 NC는 정규리그 내내 상위권에 머물며 잘 버텨냈다. 시즌 막판에는 SSG랜더스와의 치열한 다툼 끝에 아쉽게 3위를 내주긴 했으나, 분명 NC는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잘 싸우고 있는 구단 중 하나다.

이처럼 NC가 선전할 수 있는 배경에는 캡틴 손아섭의 리더십이 있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프런트까지 NC 구단 내에서는 손아섭에 대해 칭찬이 자자하다.

지난 7월 기자와 만났을 당시 자신을 향한 평가에 대해 “저의 리더십 이야기를 많이 듣긴 하는데, 그것은 후배들이 잘해줬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어긋나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잘 움직여주며 NC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면서 “결국에는 모두 후배들 덕분이다. 잘해주면서 하나로 뭉쳐줬다. 여기에 팀 성적도 잘 나오다 보니 주장인 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됐다. 후배들에게 고맙다“고 손사레를 쳤지만, 분명 손아섭의 존재감은 NC에 절대적이다.

무엇보다 젊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고참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120% 발휘하게 만든 것이 그의 가장 큰 업적. 손아섭은 ”야구장에서 눈치보지 말아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야구장에서 눈치를 보지 말고 마음껏 놀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난 7월 MK스포츠와 인터뷰를 가졌던 손아섭. 사진=이한주 기자
‘명언 타임’도 NC 선수단 내 좋은 문화로 자리 잡았다. NC 선수단은 정규리그 내내 손아섭의 주도 하에 경기 전 더그아웃 앞에 모인 뒤, 그날의 당번이 명언을 말하고 모두가 함께 파이팅을 외쳤다. 이로 인해 부담감은 낮추고 결의를 불태운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일 수 있었다.

가을야구에서도 손아섭의 리더십은 빛나고 있다. NC 구단 공식 유튜브 영상을 살펴보면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렸던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을 앞두고 명언타임의 당번은 손아섭이었다.

사실 당시 NC의 분위기가 좋은 편은 결코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이 SSG와 3위를 놓고 맞붙었으나, 16~17일 광주 KIA 타이거즈 2연전에서 모두 무릎을 꿇으며 끝내 3위를 내준 상황이었다.

여기에 올 시즌 정규리그 30경기(180.1이닝)에서 20승 6패 평균자책점 2.00 209탈삼진을 작성한 ‘슈퍼 에이스’ 에릭 페디도 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졌다. 16일 광주 KIA전에서 고종욱의 타구에 팔뚝을 맞은 여파였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지만, 5위 팀이 4위 팀을 제치고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업셋’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게 제기됐던 이유다.

이런 와중에 손아섭은 선수들을 향해 ”나는 진심으로 너희들이 자랑스럽다. 진심“이라며 ”우리는 어차피 잃을게 없다. 다른 말이 필요없다. 포스트시즌도 똑같은 한 경기“라고 말했다. 개막 전 꼴찌 후보로까지 분류됐지만, 기어코 가을야구 티켓을 따낸 선수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사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한편, 부담감은 내려놓게 하는 한 마디였다.

이러한 캡틴의 진심이 전해졌을까. 정규리그 마지막 2경기에서 11안타 3득점에 그치는 빈공에 시달린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한층 날카로워진 공격력을 뽐냈다. 선발투수 태너 털리가 흔들리며 1회초, 2회초, 3회초, 각각 1실점했으나 4회말 서호철의 역전 좌월 만루포로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후속타자 김형준도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리며 연속 타자 홈런을 합작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만루포와 연속 타자 홈런이 나온 것은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5회초 태너의 2자책점으로 다시 동점을 내줬지만, NC 선수단은 흔들리지 않았다. 5회말 상대 수비진의 실책 및 폭투를 틈타 제이슨 마틴이 득점에 성공, 다시 앞서갔으며, 7회말 2사 만루 기회에서는 서호철이 좌익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8회초에는 수비가 흔들려 한 점을 허용했으나, 8회말 마틴의 땅볼 타점과 김형준의 좌월 3점포로 승리를 확신했다. 9회초에는 3점을 헌납하긴 했으나, 승부와는 무관했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고 했던가. 지난 2007년 프로에 데뷔한 후 올해까지 1974경기에서 타율 0.322(7500타수 2416안타) 174홈런 986타점을 쓸어담았고, 올 시즌 5홈런 65타점과 더불어 타율 0.339(551타수 187안타)를 작성, 데뷔 첫 타격왕과 네 번째(2012년, 2013년, 2017 2023) 최다 안타왕에 오른 손아섭 역시 해당 경기에서 5타수 2안타로 무난한 타격감을 뽐냈다.

이제 손아섭과 NC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를 통해 3위 쟁탈전에서 본인들에게 한 발 앞선 SSG에 설욕을 노리고 있다. 승부의 결과를 쉽사리 예상하긴 어렵지만, 분명한 점은 손아섭의 리더십을 통해 선수단이 똘똘 뭉쳐 있는 NC는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손아섭과 NC는 22일부터 시작하는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짜릿한 반전 드라마를 써낼 수 있을까. 사진(창원)=천정환 기자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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