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이어 SH·GH도 '반값 아파트'… 반복되는 '반쪽 정책'

김노향 기자 2023. 10. 2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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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아파트' 명암(2)] 아파트 장기 할부구매 구조, 이자 변동 '주의'

[편집자주]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은 아파트 분양가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쳐 내 집 마련 위기로 다가왔다. 주택 거래의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는 공공분양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른바 '반값 아파트'를 앞다퉈 내놓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올해 사전청약을 실시한 '토지임대부주택'이 대표 모델. 높은 청약경쟁률로 인기를 끌었지만 전문가들은 제대로 된 법 체계의 확립 없이 설익은 대책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토지임대부주택은 국유지의 80%를 정부가 보유한 싱가포르 주택정책 모델에서 비롯됐다. 기본적으로 시세차익 상승을 제한하는 주택 모델이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분양된 토지임대아파트들은 지상권에 대한 권리 주장과 인근 시세 상승을 이유로 건물 소유자가 땅 소유자인 공공기관과 대립하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했다.

SH공사 토지임대부와 GH공사 지분적립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땅을 소유할 수 있는지와 전매제한 기간이 종료된 이후 '개인 거래'가 가능한지 여부다. 적은 자본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갖고 시세차익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도시 흉물된 '회현시민'… 1세대 토지임대아파트의 끝자락
(2) LH 이어 SH·GH도 '반값 아파트'… 반복되는 '반쪽 정책'
(3) [르포] 시세차익 '5배'… 10억원 벌게 해준 '강남브리즈힐'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이어 경기주택도시공사(GH)도 지난 9월 반값 아파트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내놓았다. 구조 설계는 다르나 보다 적은 자본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갖고 시세차익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토지임대부 형태는 아니지만 아파트 지분만 투자해 이익을 공공기관과 나누는 방식의 반값 아파트 정책을 지난해 말 내놓았다.

이들 주택 유형은 이전에도 한 번씩 시도됐다가 실패한 정책의 반복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2007~2008년 당시 아파트 분양가의 30%만 내고 입주한 후 4년(20%) 8년(20%) 10년(30%) 등 세 차례에 걸쳐 분납금을 내면 소유권이 이전되는 방식과 환매조건부주택(공공이 주택을 분양해 일정 기간이 경과 후 다시 매입)이 시행됐다. 하지만 미분양과 공공기관의 자금난을 이유로 시범사업 이후 시행되지 않아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해야 실효성 있는 주택정책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팔 수 있나 vs 없나 차이


GH공사의 지분적립형주택은 분양가의 10~25%만 내고 20~30년 동안 4년마다 주택 지분을 늘리는 구조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A17블록에 조성되는 600가구 가운데 240가구가 지분적립형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2025년 하반기 착공 예정으로 전용 59㎡(총 분양가 5억원 추정)의 최초 지분(25%)에 대한 분양가는 1억2500만원이다. 다만 정기예금 이자율 등에 따라 계약자의 총 지분취득액이 바뀔 수 있다.

SH공사 토지임대부와 GH공사 지분적립형의 가장 큰 차이점은 땅을 소유할 수 있는지와 전매제한 기간이 종료된 이후 '개인 거래'가 가능한지 여부다. 지분적립형은 의무 거주기간 5년, 전매제한 10년으로 건물과 함께 땅을 소유할 수 있고 10년 후 시세 기준으로 매각할 수 있다. 즉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공분양의 정체성을 약화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 시장 가격이 아닌 GH가 정한 가격이 결정되며 이는 분쟁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분 100%를 확보하기 전 판매 시엔 GH와 이익을 공유해야 한다.

SH공사의 토지임대부주택은 40년 거주 후 재계약을 통해 최장 80년(40+40)까지 살 수 있고 현행법상 공공에만 환매가 가능하다. 주택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없고 공공에 매각 시 분양가와 물가상승률, 정기예금 이자율을 반영해 매각가격을 정하기 때문에 시세차익이 제한된다.



"반값 아파트 포퓰리즘, 용어 명확히 해야"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공공주택 50만호 공급계획'에 따라 LH는 5년 동안 '나눔형'과 '선택형' 등의 공공분양주택 50만가구를 공급한다고 밝혔다. '공공주택특별법'상 이익공유형에 해당하는 나눔형은 낮은 분양가와 장기 모기지로 내 집 마련 기회를 지원한다. 분양가는 시세의 70% 이하이며 의무 거주기간 5년 후 공공에 환매 시 시세차익 70%를 계약자에게 제공한다. 모기지는 분양가의 최대 80%를 받을 수 있고 40년 동안 연 1.9~3.0%를 적용, 시세 5억원 주택 구입시 필요한 자금이 7000만원 수준이다.

선택형은 최대 6년 임차 후에 분양 여부를 선택하는 모델이다. 민간이 공급하는 '내 집 마련 리츠'와 유사한 임대 후 분양 방식으로 이전에도 운영해왔다. 분양 시점에 이르러 감정가와 분양가 산정이 최대 분쟁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분양 미선택시 거주 기간의 청약통장 납입기간을 인정하고 추가 4년 임대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 등의 공공분양주택이 '보증부월세'와 유사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더욱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법이 아닌 제도로만 공공분양주택을 운영하는 한계점도 지적된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지속돼 온 토지임대아파트의 문제점이 임대료와 소유권"이라며 "지상권과 법정 재산권의 의미가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노후화 후 재건축 문제로 대립하고 계약기간 종료 후 퇴거 거부 사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결 방안은 영미법의 리스홀드(토지임대)와 프리홀드(토지소유)와 같은 법적 개념을 명시하고 보증부월세라는 설명 의무와 시세차익 아파트가 아니라는 점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공공분양주택과 관련한 법 체계 정립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요구돼왔다.

임 교수는 "토지임대 자체는 매우 필요한 제도인데 소유와 월세의 중간 형태로 소유가 어려운 이들에게 필요한 비시장형 모델이지만 싱가포르처럼 적정 임대료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내에 있는 토지임대아파트는 아파트값이 오르는 시기에 매각해 개인이 시세차익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제도의 취지가 좋아도 이런 방식의 운영은 안된다"며 "반값 아파트라는 말 자체가 포퓰리즘이자 분양사기"라고 꼬집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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