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적어도, 일단 탈래요”…올해 손해연금 신청자 10만명 달할듯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ifyouare@mk.co.kr) 2023. 10. 2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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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현재 6만3855명…작년 전체 수준 뛰어넘어
[사진 이미지 = 연합뉴스]
그간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기 위해 연금공단이 홍보했던 방법을 따랐던 가입자들이 최근에는 손해를 보더라도 일찍 연금을 수령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올해 6월 현재 조기노령연금(일명 손해연금) 신규 수급자는 벌써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 연말께 처음으로 10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노령연금 수령 시기를 1∼5년 앞당겨서 받는 제도다.

21일 국회 최혜영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연도별·월별 조기노령연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까지 6개월 만에 누적 신규 수급자는 6만3855명이었다. 이는 2022년 한 해 동안 집계된 누적 신규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5만9314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올해 누적 신규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조기노령연금은 ‘손해연금’으로 불린다. 연금을 미리 받는 대신에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6%씩 연금액이 깎여 5년 일찍 받으면 30%나 감액되기 때문이다. 가령, 연금액이 당초 월 100만원이었던 가입자가 70만원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한편 최근 5년간 신규 조기노령연금 수급자는 2018년 4만3544명, 2019년 5만3607명, 2020년 5만1883명, 2021년 4만7707명, 2022년 5만9314명 등으로 6만명 선을 밑돌았다.

올 들어 조기연금 수령자가 급증한 데는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수급 개시 연령이 올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늦춰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퇴직 후 연금 수급 나이는 당초 현행 법정 정년(60세)과 같게 60세로 정해졌었다. 하지만 1998년 1차 연금개혁 때 재정안정 차원에서 2013~2033년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연장되면서 최종적으로 65세부터 받도록 변경됐다.

출생 연도로 따지면 1952년생까지만 해도 60세에 노령연금을 수령했으나 1953∼56년생 61세, 1957∼60년생 62세, 1961∼64년생 63세, 1965∼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는 65세이다.

올해 연금 수급 연령이 만 62세에서 63세로 한 살 뒤로 밀리면서 올해 만 62세가 돼 연금을 탈 예정이던 1961년생들이 유탄을 맞았다.

55세 무렵에 은퇴한 이들은 ‘이제야 연금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뜻하지 않게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일부가 소득 공백기를 견디지 못하고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수급 연령이 늦춰진 2013년과 2018년에도 조기노령연금 신청자는 전년대비 각각 5912명(7.5%), 6875명(18.7%) 늘었다.

소득 부족에 따른 생계비를 충당하려는 목적으로 손해를 무릅쓰면서까지 조기 노령연금을 신청한다는 사실은 국민연금의 자체 연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조기노령연금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22년 7월에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33명을 대상으로 포커스그룹 인터뷰를 해보니 ‘생계비 마련’을 우선으로 꼽았다.

[사진 = 연합뉴스]
더욱이 최근에는 지난해 9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을까 봐 걱정해 금액을 적게 받는 조기노령연금을 신청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소득 기준이 지난해 9월부터 연 3400만원 이하에서 연 2000만원 이하로 강화되면서 공적연금을 포함한 월 소득이 167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돼 지역 건보료를 내야 한다.

이로 인해 손해연금을 타려는 이들도 늘었다. 연금을 일찍 받아 수급액은 감소하지만 연간 수령액이 2000만원이 넘지 않으면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계 관계자는 “새로 바뀌는 건보료 정책이 국민연금 정책과 호응하지 못하면서, 일찍 앞당길수록 유리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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