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됐슈”, “알아서 해유” …尹 밀어줬던 충청 민심 심상찮네

김창희 기자 2023. 10. 21.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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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 보선 여당 완패에 “보수적 충청출신 투표장 안가” 충청 이반 영향 분석
특정 실세들 논공행상 독차지, 2기 김기현호에도 충청인사 기용 없어 실망
충청권 尹 국정지지도 전국 평균보다 높아 예단 일러…외연 확장정책 관건
정치권 “‘충청 잡는 당= 최종 승자’ 선거판 공식 내년 총선에도 반복될 것”
지난해 3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대전 유세 장면 . 국민의힘 제공

대전=김창희 기자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전폭 지지했던 충청권 민심이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심상치 않다. ‘충청의 아들론’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희미해지는 대신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여당에 존재감 있는 충청 인물이 보이지 않고, 대선 승리 이후 대통령실 비서관·행정관 인사, 수도권 지방선거 공천 등에서 충청권이 ‘찬밥’ 취급을 받고 있다는 소외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충청권 민심은 물론 수도권내 충청표심까지 ‘동조화 현상’을 보이며 흔들리는 분위기다. 뼈를 깎는 반성과 혁신이 없으면 여소야대 극복은 커녕 4년전 참패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선거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과 수도권의 충청 표심 향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선거 승패는 충청권이 누구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갈린다는 선거판의 오랜 경험칙이 또다시 증명될지도 관심사다.

충청권의 판세를 보면 전국 판세가 보이고 중도적인 충청인의 민심을 잡으면 대세를 잡을 수 있다는 경험으로 보면 내년 총선에서도 충청인의 마음을 얻는 정당이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서울 강서구에서 40년 넘게 살고 있다는 충남 보령 출신의 한 60대 출향인사 황모 씨는 최근 국민의힘 완패로 끝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대해 “보수적인 충청권 출신이 이곳에 많이 사는데 이들이 투표장에 거의 가지 않았다”며 “여당 참패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충청표심의 이반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씨는 “지금 여당에 대한 수도권내 충청인의 정서는 사투리로 표현하면 ‘됐슈’, ‘알아서들 해유’라는 분위기”라며 “당 주요 포스트가 영남 일색이고, 작년 지방선거에서도 특정지역 출신들이 공천권을 독식한 뒤 보수적인 사람들 조차 환멸감을 나타내며 지지를 거둬 들이는 상황이다. 심지어 보선 뒤 충청을 배려한다며 개편된 ‘2기 김기현호’ 당직에서 조차 충청 출신은 그림자도 없더라 ”고 혀를 찼다. 이 인사는 “더불어민주당도 문재인정부 당시 호남 출신이 서울 구청장 자리를 독점했지만 그래도 인천·경기쪽 일부는 충청도를 배려하는 전략적 고려를 했는데 지금 여당은 무슨 생각인지 그런 배려 조차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충청권 최대도시인 대전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전에서 이재명 후보를 3.2%포인트 차이로 이기는 등 충청권에서만 이 후보보다 15만 표 가까이 더 얻었다. 전국 표차가 24만 표였던 것을 감안하면 충청권이 승패의 분수령을 가른 격전장이자 승부처였던 셈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국민의힘 대전시당 위원장을 맡아 승리를 이끈 양홍규 국민의힘 대전 서구 당협위원장은 “충청인들이 자신들이 선택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해 애정을 갖고 성공을 바라고 있지만, 걱정어린 눈길로 지켜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요즘 강서구 보선 등 중앙에서 불어오는 민심의 바람이 충청의 애정과 열정을 식게 만들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정말 민심이 어디있나 살펴서, 민심에 따른 정책기조를 잡고, 여성·청년· 30~40대 직장인들의 실제 피부에 와닿는 정책를 수도 없이 쏟아내야 하고, 이 지역의 유능한 인재도 성장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해 대선직후 충남 논산시 노성면에 내걸린 윤석열 후보 대통령 당선 축하 현수막.

30년 이상 지역 선출직 생활을 해온 국민의힘 소속의 한 대전지역 구청장은 “이번 추석 전후로 정부여당에 대한 따가운 질책 정말 많이 받았다. 충청도는 영·호남과 달리 대표적인 중도 표심지역인데 총선 앞두고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대전에서 30년 이상 국민의힘 당원으로 활동했던 한 인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행정관 자리 등에 그동안 험지에서 고생해온 지역 인물 10여명의 명단이 중앙에 올라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혀 연락이 없다”며 “정권 초기 소위 실세들이 자리를 독식하면서 그동안 험지에서 희생해온 충청권 당원들은 엄청난 소외감을 겪고 있다. 당원들 조차 이런데 일반 주민들에게 어떻게 표를 달라고 설득하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민주당은 충청민심을 붙잡기 위해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당 지명직 최고위원 직에 대전지역 친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 임명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실망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를 보면 충청권의 윤대통령 지지도가 전국평균보다 2%P 가량 높게 나오고 있는데 이는 아직 지역민들이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완전 철회한 것은 아니라는 반증일 수 있다”며 “무당층 비율이 30% 가량에 이르고, 중도층이 많은 충청권 선거 특성상 확실한 중도 확장 정책을 통해 표심을 얻는 정당에 기회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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