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 밖 구경하기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행궁으로 들어가기 전 의미 있는 행궁 밖 시설도 살펴보자.
홍살문, 하마비, 금천, 신풍교, 삼정승 나무에 담긴 이야기다.
화성을 방문하는 사람은 화성행궁도 꼭 들른다. 성이 먼저일까, 궁이 먼저일까? 궁이 없다면 성은 존재할 수 없다. 절과 부처의 관계와 같다. 부처가 본질이고 절은 껍데기다. 지나쳐 버리기 쉬운 행궁 밖 이야기를 만나보자. 화성행궁의 정문인 ‘신풍루’가 안과 밖의 경계가 된다. 신풍루 밖의 홍살문, 하마비, 신풍교, 삼정승 나무에 대한 이야기다.
■ ‘홍살문’에 대해
홍살문은 두 개의 둥근 기둥을 세우고 기둥을 연결한 보에 붉은 살을 여럿 박아 놓은 모양이다. 궁과 관아의 입구에 세워 경의를, 능, 묘, 단에서는 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궁, 행궁에 홍살문이 세워져 있는 것은 보기 드물다. 화성행궁은 성역의궤 중 화성전도에 홍살문이 명확히 보인다. 기록이 중요한 이유다.
수원에는 몇 곳이 더 있다. 문선왕묘 입구에 홍살문이 있다. 문선왕은 공자를 말하고 묘는 사당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향교를 말한다. 땅의 신과 곡식의 신에게 제사하는 곳인 사직단에도 있다. 단을 에워싼 담에 모두 4개의 홍살문을 세웠다. 현재 모두 유실된 상태고 위치는 원호원 뒷산으로 밝혀졌다.
사도세자와 정조의 능인 융릉과 건릉에도 있다. 왕릉에는 정자각으로 가는 향어로가 시작되는 곳에 홍살문이 세워져 있다. 융릉의 원찰로 세워진 용주사의 산문 앞에도 있다. 사찰 앞 홍살문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다. 아버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용주사를 창건하고 위패를 모셨기 때문이다.
정조의 어진을 모신 화령전 입구에도 홍살문이 있다. 화령전은 2019년 보물로 지정됐다. 정조 한 분만을 위해 지방에 세운 영전으로 이례적인 경우다. 현재 궁을 거쳐 들어가기 때문에 행궁의 일부처럼 착각하지만 사실 3문제 출입문이 따로 있는 행궁 밖 완전한 별도 공간이다. 화령전의 모든 건물은 단청을 하지 않았다. 제향을 올리는 유교 건축이기 때문이다. 단묘, 향교, 서원 같은 유교 건축은 유교 사상의 한 축인 검소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검소함은 포작과 단청에서 잘 나타난다.
이렇게 화성행궁, 화령전, 향교, 사직단, 융릉, 건릉, 그리고 사찰인 용주사에 홍살문이 있다. 수원이 홍살문이 가장 많은 도시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 ‘하마비’에 대해
하마비는 궁궐, 향교, 사당 입구에 세워 이곳에서 말에서 내려 걸어 들어오라는 표석이다. “대소인원개하마(大小人員皆下馬), 즉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말에서 내리십시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수원에는 화성행궁, 향교, 화령전, 지지대에 있다. 행궁은 왕이 거처하는 궁이고, 문선왕묘는 공자가 거처하는 사당이고, 화령전은 정조의 진영이 거처하는 영전이다.
지지대는 1번 국도 의왕시와 수원시 경계에 있는 고개를 말한다. 아버지 능을 참배 후 한양으로 돌아갈 때 이 고개를 지나면 다시는 능 쪽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조가 일부러 머뭇(지)머뭇(지)했다 한다. 발을 떼지 못한 이곳을 ‘머뭇머뭇한 곳’, ‘지지대’라 이름 지었다.
비슷한 용어 하마석은 말에서 내릴 때 밟는 돌로 화성에는 동장대에 1개가 있다. 행궁 안 정전인 봉수당 앞에도 있었다 하나 현재는 없다. 정리의궤 봉수당도에 보이는데, 하마비가 행궁 밖에 있는데 하마석이 행궁 안에 있다는 게 이상하다. 하지만 임금이 말을 타고 봉수당 앞에 내릴 때 사용한 하마석이다. 그러니까 하마비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에 임금은 해당되지 않는다. 성역을 완료한 다음 해 1월 원행 시 봉수당 앞에서 말에서 내린 기록이 있다. “중양문을 지나 말에서 내리시고, 유여택에 납시었다”라는 기록이다.
■ ‘신풍교’에 대해
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에 놓은 돌다리다. 행궁 뒷산 북쪽에서 시작한 명당수가 행궁 앞을 지난다. 정문 앞에 설치한 다리인데 길이에 비해 폭이 넓다. 이미 홍살문부터 행궁 밖 어로가 시작되기 때문에 넓은 것이다. 궁궐 앞에 맑은 명당수를 흐르게 해 궁궐로 출근하는 관리들이 그 맑은 물을 보고 마음을 깨끗이 해 공정하고, 공평하고, 정의롭게 업무에 임하라는 의미가 있다. 명당수가 악귀를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내를 금천, 다리는 금천교라 부른다. 화성에서는 정문인 신풍루의 이름을 따 금천교를 신풍교로 바꿨다. 정조의 부모가 잠든 융릉에도 금천과 금천교가 있다. 왕릉에서 금천은 속세와 성역을 구분 짓는 경계 역할을 한다.
■‘삼정승 나무’에 대해
홍살문을 지나 신풍교 다리를 건너면 행궁 정문인 신풍루 앞에 작은 광장이 있다. 이곳에 380년 된 느티나무 세 그루가 있다. 기품 있고 멋진 나무다. 이 세 나무를 ‘삼정승 나무’라 부른다. 안내문에는 380년 된 나무라고 돼 있다. 계산해 보니 성역 당시 나무 나이가 160세가 된다. 고목을 옮겨 심고 살리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이 세 나무의 배치를 품(品)자 배치라고 한다.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 세 정승이 이 나무 아래에 각각 서서 어진 사람을 맞이해 올바른 정치를 베푼다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사가 만사이기도 하고 참사이기도 하다. ‘삼정승 나무’의 기품과 심은 뜻을 보며 사람을 제대로 볼(見) 줄 알고, 키울(育) 줄 알고, 쓸(使) 줄 아는 정조의 ‘견육사 정신’을 엿보았다. 글·사진=이강웅 고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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