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재한 팔레스타인인 "'야외감옥' 가자지구…병원 공습은 대학살"
"가자지구는 가장 큰 야외감옥…생필품 통제"
"이스라엘, 내 이웃 죽이고 '실수'라고…" 눈물
"병원 폭격, 최악의 대학살…군사시설 아니다"
"대피는 비현실적…대피한 사람도 공격당해"
"미국 '철부지 딸' 이스라엘…국제사회 경도"
[서울=뉴시스]여동준 홍연우 기자 =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고립시키기 위해서 가자지구를 봉쇄한다고 하지만 이로 인해 가자지구 내의 경제는 황폐해졌고 수많은 사람이 세계로부터 고립된 채 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인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반격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뉴시스가 만난 타이마 카타메시(25)씨는 가자지구를 야외감옥(open-air prison)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내 병원에 폭발이 발생한 것을 두고 "이스라엘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학살(massacre)이나 제노사이드 이상의 대학살(carnage)"이라고 분노했다.
한편, 팔레스타인의 축구 연령별 국가대표팀 출신인 카타메시씨는 한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는 대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를 통해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되찾아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인근에서 진행됐다.
"서안지구 출신이지만…가자지구, 남 일 아냐"
카타메시씨의 가족은 팔레스타인 동부 지역인 서안지구 알 비레(Al-Bireh)에 살고 있다. 과거 그의 조부모는 현재 이스라엘이 점유하고 있는 예루살렘 근처에 살고 있었지만 지난 1948년 강제로 이주당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팔레스타인인 76만명이 추방된 사건을 일컫는 '나크바'의 영향이었다.
알 비레 출신인 카타메시씨에게 가자지구의 일은 '남 일'이 아니었다.
카타메시씨는 "같은 땅, 하늘, 영토를 공유하기 때문에 가자지구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의 가족과 친구로 여긴다"며 "가자지구가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자지구에서 서안지구로, 서안지구에서 가자지구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가자지구는 가장 큰 야외감옥…생필품 통제돼"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카타메시씨는 "가자지구의 사람들이 썩지 않는 음식, 약 등 생필품을 챙겨뒀을 수 있지만 이스라엘의 공격이 없던 때에도 구하기 어려워 장기간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었을 상황"이라며 "설령 약간의 생필품을 챙겨놨더라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저장했던 공간이 파괴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전기, 수도 등의 공급을 끊기도 했다. 가자지구를 지도에서 지우려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며 "현지의 전기가 복구될 때까지는 우리도 현지 소식을 뉴스로밖에 접할 수 없다. 때문에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계속해 뉴스만을 주시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카타메시씨는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봉쇄하고 가자로 무기를 밀수하지 못하도록 봉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 봉쇄로 인해 가자지구의 경제는 붕괴했고 가자지구의 사람들은 세계로부터 단절됐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내 이웃 죽이고 '실수'라고…" 눈물
그는 팔레스타인에서 '안전하다(safe)'는 단어는 통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카타메시씨는 "(내가) 12살 때 이웃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사망했다"며 "이스라엘은 이를 두고 '실수'라고 할 뿐이었다"고 눈물을 보였다.
그는 "서안지구에 있는 내 집의 창문을 열면 눈 앞에 이스라엘 정착지가 보인다"며 "거주지뿐 아니라 학교, 대학, 병원 등의 시설도 가리지 않고 폭격하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의 어느 곳이 안전하다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근에는 '프레스' 목걸이를 두르고 안전장비를 착용한 기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스라엘군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을 폭격한다"며 "이번 전쟁이 끝나면 수많은 고아들이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병원 폭격은 최악의 대학살…군사시설 아니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알 아흘리 병원 폭발로 무려 471명이 사망하고 340명 이상이 다쳤다고 밝혔다. 해당 폭발을 두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을, 이스라엘은 이슬라믹 지하드의 오폭을 폭발 원인으로 지목하며 책임공방 중이다.
그는 "알 아흘리 병원은 수백명의 환자들과 병원은 안전할 거라 판단해 대피해 있던 수천명의 사람들이 있던 상황"이라며 "그 병원마저 이스라엘의 미사일을 피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학살이나 제노사이드 이상의 대학살이며 가장 비인간적인 행위"라며 "이는 정당화될 수 없고 이를 정당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거짓이고 비논리적"이라고 비판했다.
카타메시씨는 "팔레스타인 저항군은 병원을 비롯한 공공시설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발표해 왔다"며 "미사일을 피하기 위해 병원에 있다가 이런 식으로 사망한 분들은 대체 무슨 잘못이 있나. 이스라엘이 무고한 사람들을 공격할 권리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지만 팔레스타인은 민간인을 공격한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카타메시씨는 "그들이 민간인이라고 부르는 정착민(settler)은 사실 민간인이 아니고 이스라엘의 불법적 군(軍)의 일부"라며 "그들은 팔레스타인인을 죽이는 데 일조해 왔다"고 전했다.
"남부 대피는 비현실적…대피한 사람도 공격당해"
카타메시씨는 "우린 현지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피할지 말지에 대해서 함부로 판단할 수 없다. 그들이 대피하든 아니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폭격을 피하려 대피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존중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은 그들의 대피령에 따라 남쪽으로 대피한 사람들을 폭격해 70명 이상이 숨졌고 수백명이 부상당했다"며 "어떻게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말을 믿을 수 있겠나. 그들은 항상 거짓말해 왔고, 앞으로도 거짓말할 것"이라고 분노했다.
또 "가자지구를 떠난다는 것은 그들의 역사, 추억, 인연 등이 가자지구에 남아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라며 "때문에 이스라엘이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알렸을 때 대피를 선택한 이들도 가자지구 밖이 아닌 가자지구 남부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우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현실적으로 대피가 어렵기도 하다"며 "지난 1948년에 고향을 한번 떠나왔는데 또다시 우리의 고향을 떠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철부지 딸' 이스라엘…국제사회 기울어"
그는 "이스라엘은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오냐오냐 해 온 철부지 딸'(spoiled daughter)이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이 이스라엘에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 지원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많은 나라들이 외교적으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주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아랍국가 간의 수많은 평화·정상화 조약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이 오랫동안 실패해왔다는 점도 잊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을 향해서는 "최근 한국에서 진행된 집회에 무슬림뿐 아니라 수많은 한국인을 포함한 500여명이 행진한 것을 보고 기쁘고 힘이 났다"며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은 한국이 일본의 식민 지배 아래에서 겪은 일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의 인권과 자유를 지키는 데 함께해달라"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eodj@newsis.com, hong1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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