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공매도 HSBC, 시스템 개선했다는데…다른 외국계들은

우연수 기자 2023. 10.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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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주요 IB부터…수천수만 투자자 강제 어려워"
실시간 대차거래 전산 시스템 둘러싼 갑론을박 여전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10.11.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되자, 외국인들의 무차입 공매도가 시스템상 버젓이 발생하고 있었단 사실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법적으론 불가능하다지만 시스템상으론 가능하다보니 이처럼 감독당국이 수개월 공들여 사후 적발할 때만 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에 적발된 홍콩계 IB들에게 금감원은 무차입 공매도가 원천 차단되는 시스템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주문을 넣는 모든 외국인 기관들에게 이 같은 시스템을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개인들의 실시간 대차거래 전산시스템 구축 목소리는 높아져가고만 있다.

글로벌 IB 공매도 주문 시스템 개선, "모든 투자자 강제는 먼 일"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규모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HSBC는 차입이 확정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 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수당 만큼만 공매도 주문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 금감원은 BNP파리바에도 이 같은 시스템 개선은 권고했다.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않으면 주식을 빌리지 않고도 공매도 주문을 넣는 것이 그간 가능했다는 얘기기도 하다. 3일 결제 시스템이니까 먼저 공매도 주문을 내놓고 T+2일까지만 주식을 빌려다 놓으면 걸리지도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결제일까지도 주식이 없어 결제가 안되면 아주 큰 문제지만 글로벌 IB들은 어떻게든 주식을 구해오기 때문에 그런 사고가 난 적이 없다"며 "그래서 지금껏 글로벌 IB들의 불법 공매도를 인지하지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HSBC처럼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 무차입 공매도 원천 차단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주식 차입 거래가 시스템적으로 정확히 관리되고, 잔량 만큼만 주문이 나가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후 글로벌 IB에 대한 불법 공매도 조사를 확대하고, 또 적발이 되면 이 같은 시스템 개선을 권고할 예정이다.

다만 글로벌 IB가 아닌 모든 투자자들에게 이 같은 시스템을 요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당국 측의 입장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공매도 주문을 넣는 방법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직접 주문을 넣는 것이고 또 하나는 HSCB, BNP파리바 같은 글로벌 IB를 통해 공매도를 넣는 것이다. 직접 주문을 넣으려면 국내 주식을 차입해와야 하는데 글로벌 IB를 통하면 매도 스왑 체결 수수료는 내야겠지만 더 편리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HSBC와 BNP파리바의 경우 불법이 적발됐으니 그 과정에서 시스템도 들여다보고 개선을 요구할 수 있었지만, 금감원이 다른 해외 IB들이 어떤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무작정 검사를 나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 수천 수만개가 될 수 있는 최종 투자자들 모두에게 각자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주문하도록 하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다만 외국인 기관 중 상당 비중이 직접 공매도보다는 IB 중개를 통해 공매도를 하고 있는 만큼 주요 IB들만이라도 시스템을 갖춘다면 불법 공매도 상당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나라만 해도 수백개 투자자문사들이 있는데, 모든 외국인 기관에게 시스템을 구축하라하는 건 좀 먼 얘기"라며 "당장은 대형 IB들이 국내 공매도 잔고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관들이니까 이쪽만 먼저 잡아 정리해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종 투자자들에 대한 관리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 외국계 증권사들을 소집해 최종 투자자 고객들이 국내 공매도 제도를 잘 이해하고 실수가 생기지 않도록 안내해달라고 당부했다. IB를 통하지 않는 직접 투자자들이 착오 없이 주문을 넣도록 하기 위해서다. 외국인 기관도, 글로벌 IB도 공매도 주문을 하려면 국내 소재 수탁 증권사에 주문을 맡겨야 하는데, 대부분 외국계를 이용하는 만큼 이들을 불러 당부한 것이다.

실시간 대차거래 전산 시스템 가능할가…갑론을박 여전

이 같은 상황에 개인들은 사후 적발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예방을 위한 대차거래 전산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성 유지를 위한 공매도 제도 개선에 관한 청원’ 제목의 국민동의청원서에는 이 같은 내용을 주요하게 담고 있다.

개인의 경우 공매도 주문이 대주 주문, 즉 주식을 빌려오는 주문과 연결돼있다. 대주 주문을 넣어 삼성전자 주식을 빌려오는 즉시 공매도 주문까지 들어가는 것이다. 빌리지 않고는 공매도 할 수 없는 구조다.

하지만 외국인 기관은 자기들끼리 일대일로 주고받는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린다. 개인들은 남에게 빌려주는 것에 동의한 주식을 한데 모아놓고 전산시스템 안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것과 달리, 대차는 전산뿐 아니라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개인들이 주장하는 공매도 전산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우선 대차 거래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시스템화돼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당국의 입장이다. 또 만들어놨다 해도 여기서 대차 거래를 이용하지 않고 해외에서 자기들끼리 대차 거래하는 것까지 강제할 법 근거도 없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실시간으로 공매도를 전산화하려면 대차 거래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며 "주식 배당이나 옵션 지급 등 목적이 각각 다른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하기 어렵고, 기술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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