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주는 농구감독' 김승기 "궁지에 몰린 순간, 재밌는 농구 피어나"[스한 위클리]

김성수 기자 2023. 10. 21.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양=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코트 위의 여우', '터보 가드', '독설가' 등 김승기(51) 감독을 지칭하는 별명은 많다. 지난 시즌에는 팀을 둘러싼 최악의 상황을 뚫고 4강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 '감동 농구의 수장'이 되기도 했다.

팬들에겐 '감동 농구', 상대에겐 '질리는 농구'를 선사하는 김승기 감독의 끈질김이 그의 수많은 별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의 시즌 전망이 좋지 않을 때마저도 김 감독의 존재는 판을 뒤집을 '변수'다.

스포츠한국은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사령탑 김승기 감독을 경기도 고양소노아레나에서 만나 지난 시즌 역경을 이겨낸 경험담과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 이 모두를 아우르는 그의 농구 철학을 들어봤다.

고양 소노 김승기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역경 속에 핀 '감동 농구'와 '새로운 시작'

2022~2023시즌은 김승기 감독의 지도자 경력 제 2막이 열리는 시즌이었다. 7시즌을 지휘하며 2번의 우승을 이뤘던 안양 KGC(現 안양 정관장)를 떠나 고양 데이원의 초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것.

하지만 데이원은 모기업 경영 악화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임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며 김승기 감독의 발목을 잡는 존재가 됐다. 김 감독과 선수단이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플레이오프 4강에 오르고, 팬들에게 '감동 농구'라는 별명을 얻은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시즌 종료 후 데이원 구단이 리그에서 제명됨에 따라 김승기 감독과 선수단은 뿔뿔이 흩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이 KBL의 10구단 창단 선제조건이었던 '前 데이원 선수 전원 일괄 인수' 후,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까지 영입해 '고양 소노'를 새롭게 출범했다. '감동 농구'의 주역들이 다시 한번 고양에서 뭉친 것.

김승기 감독은 "너무나 힘든 시즌이었다. 하지만 감독이 약한 모습을 보였을 때, 팀은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선수들에게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야 다음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함께 버텼다. 이 선수단의 감독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는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었다"며 힘들었던 지난 시즌을 돌아봤다.

고양 소노 김승기 감독. ⓒKBL

▶"두 발 더 뛰는 농구", 감독이 고민할수록 팀은 성장한다

데이원 시절에 비하면 구단의 재정은 확실히 안정됐지만, 소노에서 처음 맞이하는 2023~2024시즌은 김승기 감독에게 또 하나의 도전이다. 지난 시즌 주전 외국인 선수 디드릭 로슨은 원주 DB로 이적했고 '2013 NBA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이력을 자랑하는 앤서니 베넷은 체중 문제로 입단 2주 만에 팀을 떠났다. 데이원 시절 적재적소에 활약해주던 스몰포워드 조한진, 센터 박진철은 상무 농구단에 입대했다. 소노는 전성현-이정현-제로드 존스로 이어지는 주축 라인의 외곽슛에 많은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김승기 감독은 "힘든 시즌이 되겠지만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게 두진 않을 것이다. 팬들이 봤을 때 파격적이라고 생각할 만한 작전을 올 시즌에 자주 보여줄 것이다. 한 발이 아닌 '두 발 더 뛰는 농구'를 해야 한다"며 "하나의 전략으로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00개, 1000개의 수를 익히고 전략을 계속 바꿔가면서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이어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힘들 때 사우나를 찾는다. 묘수는 농구장보다 사우나에서 더 많이 나오더라(웃음). 매 순간 해결책을 고민하다보니 '점심에 짜장면을 먹어야지'라고 생각하며 짬뽕을 주문하는 황당한 경우도 있었다. 다른 감독님들에 비해 농구 생각을 비교적 안한다고 여겨왔지만, 요즘엔 침대에 누워 있어도 전략을 짜느라 잠을 편히 못 잔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재도, 변준형, 박지훈, 이정현(소노) 등 많은 스타 가드를 키워낸 김승기 감독의 능력은 소노에서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슈팅가드 박종하, 센터 조재우 등을 2~3년 동안 혹독하게 가르칠 생각이다. 편한 길만 추구했다면 안양에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을 성장시키고 싶은 마음이 커 고양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우승할 수 있는 전력을 3년 안에 만들 것이다. 그걸 하려고 지금 이 팀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양 소노 김승기 감독. ⓒKBL

▶노력과 실력에서 오는 자신감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최근 한국 남자 농구의 국제적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2023년 9~10월에 걸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진급으로 나선 일본에 지고 개최국 중국에 완패를 당하며 2006년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했다. 5∼8위전에서 이란에도 패한 끝에 역대 최저 순위(7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승기 감독은 "대표팀 상황이 어려울수록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새롭고 재밌는 농구는 궁지에 몰렸을 때 더 많이 나온다. 나 역시 비시즌 내내 많은 고민에 괴롭기도 했지만, 정규시즌에 임하면 모든 악조건을 받아들이고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다. 지는 한이 있어도 규칙 안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끈질긴 농구를 해 상대팀에 '김승기가 이끄는 팀은 질린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대표팀의 노력, 농구협회의 지원 모두 최대치에 도달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지 않아 성적을 내지 못하는 상황은 보기 싫다"며 "언젠가는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 나는 지난 시즌 시작 전 최약체 평가를 받던 팀을 이끌고 4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협회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대표팀 구성원들이 최고치까지 노력한다면 아시아 정상을 차지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소신 발언을 던졌다.

김승기 감독은 지난 시즌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안양에서 7년 동안 길게 행복했다면, 고양에서는 1년 동안 7년치 행복을 느꼈다"며 홈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후 기적적으로 맞이한 고양에서의 두 번째 시즌을 앞두고 '승부사'다운 다짐을 말했다.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려면 성적을 내고 재미있는 농구를 해야 한다. 농구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플레이오프다. KGC 감독 시절 2018~2019시즌서 6강에 들지 못하고 7위로 마쳐 유일(2019~2020시즌 코로나19로 플레이오프 미개최)하게 '봄 농구' 진출에 실패했다. 당시 마지막 경기 후 안양 팬들에게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플레이오프 탈락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말했고 약속을 지켰다. 만약 올 시즌에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고양 팬들에게 같은 말씀을 드릴 것이다. 무조건 재미있는 농구를 약속드린다."

고양 소노 김승기 감독.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Copyright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