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함부로 가지말라”던 이 회사…욕 먹고 나락가더니 결국 [홍키자의 빅테크]

홍성용 기자(hsygd@mk.co.kr) 2023. 10. 21.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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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게임 개발사는 자신의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들에게 ‘한국 서버에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라는 경고문을 붙였습니다. 기존에 유저들이 이용하던 ‘아시아 서버’를 ‘한국 서버’로 변경한 뒤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죠.

블리자드사가 스타크래프트 게임에서 내건 경고문.
“고요한 아침의 나라는 전술전략에 통달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아수라장에 놀러오지 마라.”

90년대 대한민국의 민속놀이로 불렸던 액티비전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 얘기입니다. 스타크래프트는 한국에 e스포츠 붐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었죠. 대한민국 곳곳에 PC방 열풍을 만든 것도 모두 스타크래프트 때문이었습니다.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 종목이 들어서게 된 기원을 찾아보면 이때 대한민국서 벌어진 스타크래프트 광풍이 꼽힐겁니다.

여담으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도 삼성SDS에 입사했다가 스타크래프트 붐이 일던 PC방에서 기회를 보고 회사를 박차고 나왔죠. 1998년 한양대학교 앞에서 ‘미션 넘버원’이라는 PC방을 차렸고, 그때 벌었던 돈으로 지금의 카카오를 만들었습니다. 전국민의 94%가 카카오톡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어쩌면 우린 스타크래프트 게임과 여전히 연결돼있는지도 모릅니다.

25년 정도 흐른 뒤, 스타크래프트를 만든 블리자드사가 이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최종 인수됐습니다. MS가 지난해 1월 블리자드 인수를 발표한 지 21개월만입니다.

92조원에 인수된 블리자드...3위 게임사가 된 MS
MS가 13일 블리자드를 92조원에 최종 인수 완료했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밝혔다.
MS가 블리자드사를 인수하는데 들인 돈은 92조원(687억달러)입니다. 정보통신(IT) 업계 최고 인수대금이죠. MS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액티비전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콜오브듀티 등 유명 게임의 지식재산권(IP)를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국의 경쟁당국은 반독점 등 시장 질서 문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MS의 블리자드 인수에 물음표를 띄웠습니다. 특히 영국의 반독점 규제당국인 경쟁시장국(CMA)가 마지막까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죠. 성장하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 경쟁이 독점적 상황에 따라 위축될 수 있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MS는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 권한을 프랑스 게임회사 유비소프트에 15년간 넘기기로 하고, 클라우드 게임 판권 없이 블리자드를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경쟁당국이 이를 받아들이며 최종적으로 인수가 승인된 겁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회장 겸 CEO는 “게임은 오늘날 모든 플랫폼에 걸쳐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카테고리이며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플레이어와 창작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게임 시대를 열기 위해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 커뮤니티, 클라우드에 깊이 투자하고 있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습니다.

필 스펜서 MS 게이밍 CEO도 “우리는 사람들이 원하는 곳 어디에서든 원하는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미래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죠.

콘텐츠·커뮤니티·클라우드...MS의 비전
사티아 나델라 MS 회장 겸 CEO.
나델라 CEO의 메시지에서 MS가 원하는 바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콘텐츠, 커뮤니티, 클라우드’입니다.

먼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더욱 개발해 강화하겠다는 속내가 있죠. 일단 게임 부문 매출만 MS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하게 됐습니다.

이미 MS는 ‘게임패스’라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를 게임 부문 핵심 사업으로 밀고 있습니다. 게임 패스는 이용자가 월간 일정 요금을 내고 온라인으로 접속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제공되는 많은 게임을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는 구독형 서비스입니다. ‘얼티밋 게임 패스’를 구독하면 PC를 비롯해 모바일과 스마트TV, 콘솔 등 모든 기기에서 게임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2017년에 MS가 ‘엑스박스 PC 게임 패스’를 출시하면서 업계에서 구독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젖혔죠. 현재 엑스박스 내 자체 스튜디오 게임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만 1억5000만명이고, 구독료 수입만 연 10억달러(1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1억5000만명도 놀라운 숫자인데, 블리자드의 게임을 이용하는 이용자수는 매월 4억명에 달한다고 전해졌죠. 단순 합산해도 5억5000만명이 MS의 게임 생태계 안으로 편입되는 겁니다. 강력한 게임 커뮤니티와 블리자드의 IP라는 콘텐츠가 기존 콘텐츠들에 더해지는 것이고요.

결국 MS가 키우고 싶은 것은 ‘클라우드 게임’이고, ‘클라우드 시장’입니다. 클라우드 게임은 모바일이나 PC를 통해 별도로 게임을 구매하거나 설치하지 않고도 단순히 서버에 접속하기만 해도 게임을 즐길 수 있죠. 이 자체로 업계의 질서를 뒤엎을 수 있는 겁니다.

정해진 요금을 내기만 하면 게임패스로 출시된 대부분의 게임을 클라우드 게임으로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요. PC와 안드로이드, iOS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드·AI 잡고 시가총액 1위로 뜰까
MS의 클라우드 사업 ‘애저’.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확장은 결국 클라우드 사업의 강화가 기반이 돼야 합니다. 클라우드는 기업들이 자체 서버를 구축하지 않고도, 아마존웹서비스(AWS)나 MS, 구글 등 기업의 데이터센터 안의 서버를 빌려 쓰는 방식입니다.

현재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MS 애저(Azure), 구글클라우드의 3파전 양상입니다. 32%의 점유율로 1위를 지키는 AWS 다음으로 MS가 22% 점유율로 맹추격중입니다. 구글은 11%대로 뒤쳐지고 있죠. AWS의 성장세가 주춤한 모습에서 애저가 꾸준히 뒤를 쫓는 모습입니다.

MS의 클라우드 사업은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을 일으킨 ‘챗GPT’와도 연결됩니다. 챗GPT를 완벽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곧 MS 클라우드를 선택해야한다고 조언하는 식입니다. 거대 게임회사 인수의 성공이 결국 클라우드 사업에 AI 사업까지 고스란히 연결되고 있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MS가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발돋움 할 가능성이 있다는 등 긍정적인 평가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현재 미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애플을 바짝 뒤쫓고 있죠. 증권사 오펜하이머는 보고서를 내고, MS 시가총액이 최소 1000억달러 증가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MS가 올해 초 확보한 오픈AI 지분 49%의 가치가 저평가돼있다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죠.

오펜하이머는 MS 목표주가를 410달러로 제시했고요. 34개 주요 증권사가 내놓은 마이크로소프트 목표주가 평균도 397.19달러 수준입니다. 17일 기준으로 현재 주가는 332.64달러입니다.

블리자드 대표가 이번 인수 성공 이후 “역사적인 날”이라고 선언했는데, 실제로 MS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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