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아들였다…'7년 연속 KS' 독한 명장, 롯데 ‘샌님 야구’ 체질 바꿀까
[OSEN=조형래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우승 이후 31년 동안 무관의 세월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사령탑에 오른 지도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그들의 지도자 경력에 롯데 사령탑은 오점으로 남았다. 롯데 감독은 ‘독이 든 성배’로 불렸다. 그러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독한 감독’ 김태형 감독은 롯데의 체질을 바꿔놓을 수 있을까.
롯데는 지난 20일, 제21대 감독으로 김태형 전 감독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 3년에 총액 24억 원(계약금 6억 원, 연봉 6억 원)의 조건이었다.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하면서 한국시리즈 3회 우승,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성과를 가진 명장을 데려왔다.
롯데는 그동안 감독 경험이 없는 ‘초보 감독’을 선임했던 기조를 180도로 뒤엎었다. 이 초보 감독들은 롯데라는 두터운 팬덤과 열기를 가진 인기팀이라는 무게를 쉽게 극복하지 못했다. 구단도 여론에 휘둘렸고 자신의 야구를 펼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는 초보 감독이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시행착오의 시간들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었다. 구단주인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이번 감독 선임 과정에서 ‘리더십도 있고 이기는 야구를 하면서 선수단의 역량과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 그리고 선수 육성에도 일가견 있는 분을 모셔왔으면 좋겠다’라면서 새 감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신동빈 회장이 제시한 기준으로 구단과 그룹은 8월 말부터 팀의 체질개선을 시킬 수 있는 지도자를 물색했고 김태형 감독은 이에 확실한 적임자였다. 지난 18일 이강훈 대표이사가 직접 김태형 감독을 만났고 20일 오전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며 감독 선임 절차를 마쳤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두산 베어스 감독을 맡으면서 두산을 언제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또 한국시리즈까지 나설 수 있는 강팀으로 변모시켰다. 이 과정에서 김재환, 오재일, 박건우 등이 주전 선수로 성장했고 모두 거액의 FA 선수들로 변모시켰다. 또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투입시키면서 선수의 강점을 끌어내는데 일가견을 보였다.
무엇보다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선수단을 휘어잡고, 승리 의지를 덕아웃 전체에 불어넣는 능력은 김태형 감독을 명장으로 올려놓은 능력이었다. 이길 수 있는, 또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는 독하게 운영을 하면서 정규시즌을 이끌었고 또 단기전에서는 이 능력이 극대화됐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은 분명히 이유가 있었다. 위기에 빠지는 순간에도 슬기롭게 극복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2019년 정규시즌에는 9경기 차이를 뒤집고 역전 우승을 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러한 김태형 감독의 독한 마음가짐은 어쩌면 롯데 선수단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31년 무관에 올해까지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면서 알게 모르게 스며든 패배 의식을 지워내야 하는데, 김태형 감독은 이러한 분위기를 바꿔놓을 적임자다.
또한 롯데는 그동안 ‘샌님’처럼 조용하고 착하게 야구를 했다. 상대를 독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무너뜨리지 못했다. 프로야구라는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은 모습이 필요하지만 롯데는 그러지 못했다. ‘왜 우리는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할까’를 고민하고 스스로도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들 나름대로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31년 동안 아무도 하지 못했던 롯데의 우승이라는 대업, 그리고 우승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체질개선까지. 김태형 감독은 많은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롯데 사령탑이라는 ‘독이 든 성배’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김태형 감독은 “롯데 자이언츠의 감독이라는 자리가 가진 무게감을 잘 알고 있다. 김태형이라는 감독을 선택해 주신 롯데 팬분들과 신동빈 구단주님께 감사드린다. 오랜 기간 기다렸던 팬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성과를 내겠다”라고 구단을 통해 말했다.
김태형 감독에게도 도전의 시간이다. 과연 롯데는 명장과 함께 달라질 수 있을까. 25일부터 시작되는 마무리훈련부터 확인할 수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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