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클레 천사 그림' 좋아하세요?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3. 10.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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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천사가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다. 죽음은 천사와의 만남, 천사의 완성의 순간이므로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책 '변화하는 천사 파울 클레의 천사'(세창출판사)를 번역한 조정옥 성균관대 초빙 교수는 "이 책에서 천사 그림들은 천사의 다양한 생성 변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완성된 천사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불완전한 실패작들의 다양한 버전을 보여 준다. 클레의 그림에서 천사는 미의 극치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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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여기서 천사가 기다리는 것은 죽음이다. … 죽음은 천사와의 만남, 천사의 완성의 순간이므로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책 '변화하는 천사 파울 클레의 천사'(세창출판사)를 번역한 조정옥 성균관대 초빙 교수는 “이 책에서 천사 그림들은 천사의 다양한 생성 변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완성된 천사의 아름다운 모습보다는 불완전한 실패작들의 다양한 버전을 보여 준다. 클레의 그림에서 천사는 미의 극치일 것이라는 통념을 깨고 있다"고 했다.

스위스 화가 파울 클레(1879~1940)의 '천사 그림'은 어딘가 아이러니한 유머를 띠고 있다. 아이가 그려 놓은 듯 우스꽝스러운 데다 하나같이 천진스러우면서도 그 이면에는 퇴폐미술가라는 오명,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과 같은, 비극 상황에 대한 고뇌가 있었다.

이 책에서 천사는 그 무엇 하나 완성된 형체가 없다. 다만 클레의 안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천사가 되고자 변화하는 모습만이 있을 뿐이다. "계속 만지고 있는 천사" "자주 잊어버리는 천사".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은 명칭에서부터 천사에 대한 일반 관념에서 비껴나 있다.

천사라고는 하지만 하늘을 날기는커녕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며, 날개는 있는 둥 없는 둥 하는 게 아름답다거나 숭고하다는 느낌은 여기에서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천사 그림이 작품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파울 클레의 지난한 만년에였다. 그의 생애 마지막 몇 해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히틀러가 권력을 장악한 지 얼마 안 되어 집이 수색되고, 편지들이 잠정 압수 되는 수모를 겪었으며 작품은 퇴폐미술로 낙인찍혀 변종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었다. 이 일로 뒤셀도르프 예술 아카데미의 교수직까지 박탈당하게 되자 그는 고향 베른으로 기약 없이 떠나게 된다.

거기다 피부를 굳게 해 전신을 마비시키는 피부경화증이 발병하게 되면서 클레의 손은 점차 움직임이 제한되어 갔다. 이 즈음해서 천사 그림 시리즈가 탄생한다. 클레가 천사를 주제로 그린 작품 가운데 절반 이상이 그가 죽음을 앞둔 2년 동안에 창작되었다.

"머리가 수평으로 위치한 것은 클레에게 언제나 우울의 상징이며 이 그림에서 이러한 우울한 자세는 다른 모든 부분에 제대로 연결되지 못한 채 떠돌고 있다."(94쪽)

이 책은 천사 그림 모음집이자 해설이라고 할 수 있다. 융의 분석심리학에 영향을 받았고 현재 미술치료사이기도 한 저자인 잉그리트 리델이 파울 클레의 천사 그림을 분석해 놓았다.

집단무의식, 아니마, 자아와 자기 개념, 시선의 방향과 무의식의 관계 등 융의 분석심리학에 기반한 리델의 정교하고도 치밀한 분석은, 작품의 구도와 아울러 천사를 이루는 선 하나하나를 이해하기 어려운 독자들에게 친절한 안내서로 보인다.

"여기 그림 왼쪽의 날개에서 튀어나온 한 얼굴이, 두 날개 사이의 신체로부터 생성되는 한 형태, 즉 커다란 몸 위에 “입을 맞추고” 있다. 이 형태는 우선 거대하고 뚱뚱해 보인다. 이 사실이 창조적인 임신한 천사의 다정함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이 형태에 키스하고 있는 것은 오히려 예술가 파울 클레 안의 창조적인 천사이다."(153쪽)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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