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욘 포세가 묻는다, 당신 인생의 단면은 무슨 색입니까
멜랑콜리아 1-2
욘 포세 지음 |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540쪽 | 1만7000원
인생이란 물결을 칼로 잘라낸 단면은 어떤 색깔일까.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욘 포세의 소설 ‘멜랑콜리아’가 던지는 질문이다. 우울증으로 인생 대부분을 정신병원에서 보내며 작품을 남긴 노르웨이의 풍경화가 ‘라스 헤르테르비그’(1830~1902)의 이야기. 다만, 인물의 내면을 중심으로 전개돼 일반적인 ‘역사 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소설 1부는 그의 비극적 인생에서 단 이틀만을 잘라 펼쳐 보인다. 1853년의 어느 날, 무기력증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그는 사랑하는 이와도 멀어져 고뇌와 자기 분열에 빠진다. 다른 하루는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1856년이다. 그러나 어두울 것 같은 병원에서 일상은 한편으론 환하고 활기차다. “나는 오늘 가우스타 정신병원에서 도망칠 것이고, 그림을 그릴 것이다.”
소설의 묘미는 가상의 인물을 통해 헤르테르비그의 삶을 바라보는 중반부 이후다. 약 300쪽 분량에 걸쳐 그의 내면을 읽어내던 독자의 시선이 갑작스레 환기된다. 헤르테르비그가 이미 죽은 시점에서 그의 그림에 관해 소설을 쓰려는 ‘비드메’, 그리고 누나인 ‘올리네’가 등장한다. 치매에 걸린 ‘올리네’가 동생에 대한 기억의 파편을 소환하는 2부에 이르면, 헤르테르비그의 삶은 한 개인만의 비극이 아니게 된다. 인간의 내면엔 어둠과 빛이 동시에 스며들어 있으며,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병적인 삶도 우리 주변에 분명히 존재한다는 메시지로 연결된다.
평이한 단어가 사용됐으나 가독성이 높다고 말하긴 어렵다. 일부 문장이 반복되고, 시적인 리듬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 변덕스러운 문장에 몸을 맡길 때, 작품의 불안과 비밀스러움이 주는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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