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년의 英 식민 통치가 ‘中과 다른 홍콩’ 만들어
신정선 기자 2023. 10. 21. 04:58
사라진 홍콩
류영하 지음 | 산지니 | 368쪽 | 2만5800원
이달 초 방한한 배우 주윤발은 “홍콩은 1997년 이후 많은 것이 변했다”며 “지금은 당국의 규제가 많아 어려운 상황이지만, 많은 이가 홍콩의 영혼을 담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왜 ‘중국의 영혼’이 아니라 ‘홍콩의 영혼’이라고 했을까. 의문을 가진 독자라면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청나라가 홍콩을 영국에 넘기는 난징조약을 체결한 때는 1842년. 주권이 반환된 1997년까지 155년간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은 그 세월의 무게만큼 중국과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됐다. 홍콩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는 이 정체성의 차이가 중국·홍콩 관계의 근본적 문제라고 본다. 특히 문화대혁명 이후 ‘너희 중국’은 독재·잔혹·야만의 나라, ‘우리 홍콩’은 민주·인도·문명의 땅이라는 이분법이 들어섰다. 155년 가운데 3년 8개월간 일본 통치까지 받아본 탓에 ‘명분보다는 실리’라는 신념도 강해졌다. 이를 노린 중국은 신도시 개발 계획 등 실리를 앞세워 홍콩을 중국 정체성으로 포섭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홍콩은 사라졌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역사가 부단히 재조립되듯 ‘홍콩의 영혼’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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