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일론 머스크와 블루베리 머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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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그해 6월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프리몬트 공장에서 전기차를 주당 5000대씩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대부분의 투자자는 믿지 않았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이 CEO가 어느 조찬 모임에서 블루베리 머핀이 없다고 무심코 한마디 했는데, 이후 그의 비서가 그가 가는 곳의 행사 주최자들에게 블루베리 머핀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고 이게 지침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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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초.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공매도(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매도하는 것) 세력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그해 6월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프리몬트 공장에서 전기차를 주당 5000대씩 만들겠다고 약속했으나 대부분의 투자자는 믿지 않았다. 당시 테슬라 주식은 역사상 가장 많은 공매도 대상이 됐다.
머스크는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불필요한 공정을 없애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새벽 2시 30분에 자동차 아래에서 4개의 볼트가 조립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왜 저기에 4개의 볼트가 필요한가”, “누가 그런 규격을 정했나”, “2개로 해보라”와 같은 식이었다.
이런 지적은 수백 개에 달했다고 한다. 그래도 생산량이 주당 5000대에 못 미치자 6월 초에는 ‘임시차량 수리시설’ 조항을 이용해 주차장에 길이 305m, 폭 46m의 천막 공장을 만들었고 마침내 7월 1일 새벽 2시쯤 5000번째 전기차를 출고했다.
머스크의 이런 문제해결 방식이 늘 정답은 아니다. 생산을 서두르기 위해 안전과 품질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나왔고, 무리한 작업으로 테슬라의 산업재해율은 다른 기업보다 약 30% 높았다. 그럼에도 과거에 해 오던 방식을 순순히 받아 들이지 않고 거의 모든 사항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조직행동과 혁신분야를 연구하는 로버트 서튼(Robert Sutton) 스탠포드대 교수는 직원들이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는지 설명하면서 블루베리 머핀의 사례를 들었다.
한 CEO가 가는 곳에는 늘 블루베리 머핀이 있었는데, 수년간 그 이유를 아무도 몰랐다. 나중에 밝혀진 바로는 이 CEO가 어느 조찬 모임에서 블루베리 머핀이 없다고 무심코 한마디 했는데, 이후 그의 비서가 그가 가는 곳의 행사 주최자들에게 블루베리 머핀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했고 이게 지침이 된 것이다. 심지어 이 CEO는 블루베리 머핀을 특별히 좋아하지도 않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늘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하지만, 체감은 잘 되지 않는다. 규제를 만들었을 때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겠으나 수년~수십년이 지나면 현실과도 맞지 않고 이 규제가 왜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올 초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청남대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과거 대통령 별장이었던 청남대는 2003년 민간에 개방됐으나 이 안에서는 식사는 커녕 커피 한 잔 제대로 마실 수 없다. 1992년에 만들어진 상수원 보호규제 때문이다.
청남대는 과거 대통령과 경호원, 직원 등 수백명이 생활했던 곳이다. 청남대엔 200톤(t)의 오수 정화시설이 있고 정화된 물은 대청호로 흐르지 않는다. 그런데도 식당과 카페 영업이 금지돼 관광객은 경치만 보다 와야 한다.
토지 규제도 첩첩산중이다. 모든 땅에는 각종 규제가 겹쳐 있고 소관 부서가 다르다 보니 공장 부지를 공급하는 일도 하세월이다. 규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전문가조차 규제를 모두 파악하기 어렵다. 벌채에 관한 규제도 복잡해 자기 산에 있는 나무도 마음대로 베기 어렵다고 한다.
한국은 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손꼽히고 2010년대 초반 3%대였던 잠재성장률은 지금 1%대로 떨어졌다. 모든 게 규제 탓은 아니겠지만, 누가 왜 만들었는지도 모를 규제만 없애도 활력이 살아날 것이다.
머스크가 짧은 시간에 많은 업적을 세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존 법칙을 모두 무시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가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게 우리 사회 전반에 있는 블루베리 머핀을 없애야 한다.
[전재호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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