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5000명 떼창… 콘서트 아닙니다, 선거 유세입니다
아르헨 밀레이 후보 마지막 열변
“퇴폐적 국가 시스템 바꿀 것”
“퇴폐적 국가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면 내게 표를 주십시오!”
18일(현지 시각)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형 콘서트장 모비스타 아레나에서 하비에르 밀레이(53) 하원의원이 외치자, 장내를 가득 채운 1만5000여 지지자들은 일제히 “밀레이 대통령”을 연호했다.
무대 위에 선 밀레이는 록 스타일의 선거 음악을 선창했고, 지지자들은 ‘떼창’으로 답했다. 수퍼스타의 콘서트 현장 같았다. 밀레이는 가수 리키 마틴 등 톱스타들의 공연장으로 쓰이는 장소를 골라 대선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밀레이는 극우 성향과 화려한 언변, 기이한 행동으로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그는 지난 8월 실시한 대선 예비선거(PASO)에서 1위를 했다.
오는 22일 아르헨티나 대선 본선을 앞두고 방문한 밀레이의 마지막 선거운동 현장은 축제를 방불케 했다. 행사 시작 3시간 전인 오후 5시 30분 행사장 인근 지하철역 주변부터 지지자 수백명이 모여 응원전을 벌였다. 트럼펫과 북소리에 맞춰 응원가를 불렀고, 밀레이의 외모를 상징하는 사자가 그려진 깃발을 흔들며 폭죽을 쐈다. 취재진은 사전 신청을 받아 별도의 출입구로 입장했는데, 카메라맨 등 수백명이 몰려 입장에만 1시간 30분이 걸렸다.
거대한 행사장 내부에 모인 지지자 열 중 예닐곱은 10~30대로 보였다. 밀레이는 1시간 넘는 무대 연설을 통해 기존 거대 양당 정치인들과 페로니즘(대중영합주의)의 문제점을 질타했다.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 들어 2015년까지 페로니즘 정당이 대통령을 배출했고, 한 차례 중도우파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전 대통령(2015~2019년 집권)을 거쳐 다시 페로니즘이 집권했다.
밀레이는 “사유재산이 제대로 보장되고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이 원칙인 자유의 길로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부패한 기성 정치인들은 빈곤한 현 체제를 계속 유지하길 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유일한 해결사’라고 주장했다. 객석에서는 연설 중간중간 환호와 함께 응원가가 터져 나왔고 밀레이는 팔을 크게 내저으며 더 큰 호응을 유도했다.
밀레이는 경제학자 출신이다. 그는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쓰레기’라면서 이를 달러화로 대체하고, 장기 매매도 허용하겠다는 등 파격적인 공약을 앞세웠다. 전동 톱을 들고 정부 지출 대폭 삭감을 주장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대선 본선에 나서는 총 5명의 후보 중 주요 후보는 3명이다. 밀레이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좌파 집권당의 세르히오 마사(51) 경제장관과 중도우파의 야권 후보 파트리시아 불리치(67) 전 치안장관이 경합하고 있다.
집권당의 마사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현 대통령과 다소 거리를 둬왔다. 아르헨티나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100%를 넘어 정부 실정이 부각된 상황에서 ‘미워도 다시 한 번’ 전략에 가깝다. 마사는 19일 자신의 강세 지역인 부에노스아이레스주 필라르의 한 공장에서 노동자 수백명을 앞에 두고 마지막 연설을 하며 “선거에서 노동자들이 권리를 갖게 될지 노예가 될지 결정된다”고 했다. 마사는 범좌파 진영에서 대중성이 있다는 평가다.
반면 중도우파의 정치권이 내세운 여성 후보 불리치는 19일 수도 인근 로마스데사모라의 한 광장에서 연설했다. 현장에 모인 1000여 명 가운데 중장년층과 여성이 많았다. 지지자들은 주로 아르헨티나 국기를 흔들었다. 불리치는 “민주화 이후 40년 만에 변화에 대한 열망이 큰 상황”이라면서 “밀레이는 위험하고 나쁜 아이디어를 가졌기 때문에 변화를 이끌 사람은 나”라고 했다. 그는 노동, 복지 담당 장관 등을 지낸 경륜을 앞세운다.
대선 본선 투표는 현지 시각 22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결과의 윤곽은 당일 밤 12시(한국 시각 23일 정오)를 전후해 드러날 예정이다. 이날 1위가 45% 이상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받고 2위와 10%포인트 이상 격차를 벌리면 당선된다. 하지만 승부가 나지 않으면 다음 달 19일 1·2위 간 결선투표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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