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빚지는 투자 조심하라” 한은 총재의 거듭되는 경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가 예전처럼 1%대로 떨어질 것이라 생각한다면 경고하겠다”며 빚내서 집 사고 주식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집을 (빚으로) 부담 들여 샀을 때 금융 부담이 금방 그렇게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 이 총재는 두 달 전에도 “지금 젊은 세대가 다시 낮은 금리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집을 산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분간 금리가 내리기 어려운데 높은 이자를 물면서 투자에 뛰어드는 행태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저금리 시절처럼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아파트 투자에 나서는 양상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 담보대출은 6조1000억원 증가해 9월 기준으로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 3월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다.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매매의 31.3%는 30대 이하가 거래했는데, 2019년 이후 최고치다. 집값 오름세를 못 따라잡을까 봐 초조해진 젊은 층이 빚투에 올라타고 있는 것이다. 4월 이후 전세가가 상승으로 반전되면서 경기도 남부 지역에선 전세금을 이용해 아파트를 사는 ‘갭 투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서울 강남3구 아파트 매매의 10% 이상이 갭 투자라는 통계도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지난달 2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2년 전 코로나 유행 초기 기준금리가 연 0.5%일 때 수준이다. 초단기 외상 거래인 위탁 매매 미수금도 5600억원 규모로 올 1월 대비 3.4배로 늘었다. 고수익 꿈을 좇느라 고금리 위험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국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현재 고금리 추세가 방향을 틀긴 쉽지 않다. 글로벌 금리 인상을 선도해온 미국에선 국채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연 5%를 넘었다. 국제 분쟁 여파로 유가와 환율이 불안하고, 수입 물가 상승이 인플레로 나타날 위험도 상존한다. 고금리를 ‘뉴 노멀’로 생각하고, 가계·기업·나라의 살림을 짜야 한다. 빚 무서운 줄 모르는 경제 주체는 누구든 파산 위험에 빠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젊은 층이 빚내서 집을 사는 것은 과거 수년간 벌어진 집값 폭등이 다시 나타날까 봐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 폭등을 기대하고 미리 집을 사려는 조급함까지 가세했다. 이렇게 된 것은 새 정부가 주는 신호가 아리송했기 때문이다. 집값 경착륙을 막는다며 대출을 확대해 오해를 불렀다. 고금리 시기에 투기를 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한은 총재의 경고를 흘려들으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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