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국가에 헌신… 경찰견 럭키, 눈물의 장례식
급성 혈액암… 안타까운 안락사
“부대 차렷.... 경례!”
지난달 25일 오후 대전 유성구 세동 대전경찰청 경찰특공대 앞마당. 태극기가 덮인 유골함이 도착하자 도열한 특공대원들이 말없이 일제히 경례했다. 하얀 조약돌로 뒤덮인 화단 한가운데 유골함을 묻었다. 그러고는 까만색 묘비가 놓였다. 묘비에는 ‘국가에 헌신한 경찰견 럭키 이곳에 잠들다’라는 글귀가 새겨졌다.
대전경찰특공대에서 8년 동안 임무를 수행해온 경찰견 ‘럭키(수컷·8)’의 안장식이 엄숙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2015년 4월 태어난 벨기에 셰퍼드인 마리노이즈 품종이다.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대전경찰특공대에 배치돼 폭발물 탐지와 수색 임무를 담당할 경찰견으로 길러졌다.
지난 6월 원인을 알 수 없는 종양이 생기면서 럭키는 앓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급성 혈액암이 전신에 퍼졌다는 진단까지 나왔다. 동물병원에서 치료했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스스로 일어서서 걷거나 배변 활동마저 불가능해졌고, 피부 욕창과 내출혈까지 발생했다. 럭키를 치료한 수의사는 “더는 손쓸 방법이 없다”고 했다. 럭키와 동고동락하던 특공대원들은 눈물을 흘리며 안락사하기로 결정했다.
“럭키야, 그동안 너무 고생했어. 사람들을 위해 힘써줘서 미안하고 고맙다.”
지난달 22일 럭키를 안락사 시킬 때 동물병원은 눈물바다였다. 수의사가 사망 선고를 내리자 대원들은 울먹이며 떠나는 럭키를 향해 경례를 올렸다. 그러고는 충남 논산에 있는 반려동물 장례식장으로 이동했다. 마치 사람의 장례식처럼 영정 사진에 종이꽃이 가득한 관이 준비됐고, 종이로 만든 수의(壽衣)로 사체를 감쌌다. 평소 먹던 고기캔과 물 등 상도 차려졌다. 대원 한 명 한 명이 떠나는 럭키를 안고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럭키야, 잘 가” 하며 오열하는 대원도 있었다. 이어 화장했다.
생전 럭키는 대전경찰특공대 경찰견 8마리 중 최고의 에이스였다. 지난 2020년 경찰특공대 전술 평가 대회에서 폭발물 탐지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매년 대회만 나가면 폭발물 탐지나 수색 분야에서 꼭 3위 안에 드는 실력견이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 행사에 투입됐다. 폭발물 신고 출동, 실종자 수색 등 임무 수행에 나선 횟수만 200차례가 넘는다.
8살이다 보니 경찰견 중 가장 고참인 것은 물론 웬만한 대원들보다도 선배였다. 럭키는 올해 명예로운 은퇴를 앞두고 있었다. 김정식 폭발물탐지팀장은 “경찰특공대의 동료이자 선배인 럭키는 폭발물 찾아내는 보증수표와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동료 대원들은 럭키를 떠나보내는 장례와 안장 모습을 추모 영상에 담아 경찰 내부망에 올렸다. ‘하늘나라에서는 행복해라’, ‘국민을 위해 고생 많았던 럭키, 편히 쉬길....’ 등 추모 댓글 100여 개가 이어졌다. 럭키와 6년을 함께 근무한 이상규 대원은 “럭키는 용맹하고 장난꾸러기 같은 친구였다”면서 “다시 만날 때까지 하늘에서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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