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쟁 현수막 내리는 국민의힘, 오랜만에 보는 모습
국민의힘이 전국 거리마다 걸어놓은 정쟁성 현수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이재명 대표님! 구속은 피해도 처벌은 피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장 임명 부결, 이재명 방탄의 마지막 퍼즐’ 같은 현수막은 철거하고 ‘국민의 뜻대로 민생 속으로’처럼 정책과 민생을 강조하는 현수막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해 정쟁보다 민생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그동안 여야는 서로를 비방하는 정치 혐오성 현수막을 경쟁적으로 내걸어 ‘현수막 공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신문·방송에 나오는 정당 간 노골적 비방전이 길거리에서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수막 비용은 대부분 국민 후원금이나 국고 보조금이다. 현수막이 신호등을 가리고 보행자가 줄에 걸려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이 쏟아졌지만 작년 말 국회에서 지자체 허가나 신고 없이 정당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게 하는 옥외광고물법이 통과돼 막을 방법이 없었다. 지난 4월 이를 규제하는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6개월째 계류돼 있다. 그런데 여당이 먼저 이런 꼴불견 현수막을 철거한다니 오랜만에 보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은 정쟁을 위한 당내 각종 태스크포스(TF)도 정리하기로 했다. ‘코인 게이트 진상조사단’ ‘대선 공작 게이트 조사단’ 등을 모두 없애고 정책 중심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대변인들도 정쟁을 부추기는 논평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민주당도 이에 호응한다면 정치가 조금이라도 달라질 것이다.
집권 여당은 본래 국정 성과로 승부해야 한다. 야당 비판이나 정치 싸움으로 치달아선 국민 지지를 받기 힘들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동안 강조해 온 이념 대신 민생으로 기조를 바꾸겠다고 했다. 주 1회 이상 민생 현장을 찾아가 민심을 들으며 낮은 자세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주도해 온 핼러윈 참사 추모 행사에도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 편 네 편 가르지 않고 국민과 소통 통로를 최대한 넓히겠다는 뜻일 것이다.
앞으로도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작은 것부터 보여주기 바란다. 개혁 정책과 민생 대책도 여론을 잘 수렴해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사를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겸허한 모습으로 국정 성과를 하나 하나 쌓아가는 것이 여당이 갈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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