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사모펀드, SM 인수 위해 공모했느냐가 핵심
1조원대 ‘쩐의 전쟁’으로 불린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 승리한 카카오가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19일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CIO)가 구속된 데 이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전 의장까지 금융감독원 소환 통보를 받았다. 금감원은 카카오가 지난 2월 SM 경영권 인수 경쟁을 벌이던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려 SM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카카오의 행위가 지분 매입 경쟁 과열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월 무슨 일이 있었나
카카오가 SM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지난 2월 7일이다. SM 경영진은 당시 최대 주주였던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경영에서 배제하면서 카카오에 SM 지분 9%가량을 넘겼다. 그러자 이 전 총괄은 하이브의 손을 잡고 반격에 나섰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이 보유하고 있던 SM 지분의 80%가량인 14.8%를 인수하고, 당시 9만8500원이었던 SM 지분 25%를 주당 12만원에 공개 매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근무일 기준 5일 후인 16일 SM 주가는 전날보다 7.5% 뛴 13만1900원까지 올랐다. 하이브 측은 이날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의문의 기타 법인이 SM 발행 주식의 2.9%에 달하는 주식을 비정상적으로 대량 매입하는 등 시세를 조종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했다.
◇금감원 “카카오, 사모펀드 동원해 시세조종 ”
시세조종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금감원은 카카오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모펀드를 동원해 SM 주가를 시세조종한 것으로 본다. 특수관계인을 통해 의도적으로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액(12만원)보다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 2월 16일 SM 주식을 사들인 원아시아파트너스라는 사모펀드 운용사는 과거 카카오 계열사에 투자했고, 손자회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원아시아의 주식 매입 자체는 주가조작으로 볼 수 없지만, 주식을 사는 과정에서 카카오 측과 공모했다면 시세조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엔터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배재현 대표와 원아시아 대표가 CJ에서 함께 근무하며 친해진 관계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이 SM 투자 과정에서 긴밀히 정보를 주고받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3월 7일 SM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35% 공개 매수하겠다고 나섰고 결국 하이브가 경영권 인수 포기를 선언하면서 카카오가 승자가 됐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이 과정에서 함께 K팝 수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카카오와 하이브의 합의 선언 이후에도 금감원의 조사는 이어졌다. 금감원은 카카오 관련자들의 혐의가 뚜렷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19일 구속된) 배재현 대표는 법원이 영장을 발부할 만큼 혐의가 명백하고, 다른 간부 2명도 영장은 기각됐지만 시세조종에 연루된 사실이 규명됐다”고 했다. 금감원은 19일 원아시아에 대한 긴급 검사에 착수, 카카오와의 관계 및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조사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김범수 전 의장까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김 전 의장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 관련 내부 문서와 전산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 작업을 벌였다. 금융 당국은 특히 카카오 실무진의 휴대전화에서 시세조종 정황이 담긴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김 전 의장이 주가조작을 보고받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 “시세조종 혐의 적용 가능할까”
두 번째 의혹은 카카오가 직접 계열사를 동원해 SM 주식을 사서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것이다. 하이브의 주식 공개 매수 마감일인 2월 28일에도 카카오와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는 SM 주식 약 100만주를 사들였는데, 당일 거래량의 30%에 달했다. 금감원은 카카오가 시세조종에 쓴 금액이 총 2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본다.
카카오는 “수사 중인 상황”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카카오 변호인 측은 20일 “SM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 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 사실이 없다”고 했다.
증권 업계에선 “금감원이 카카오가 시세를 조종하려는 ‘의도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이브 공개 매수 마감 약 2주 전부터 SM의 주가는 12만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았고, 카카오가 직접 SM 주식을 매수한 기간과 하이브의 공개 매수일은 하루만 겹친다는 것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이번 SM 인수전 사건은 ‘카카오가 의도적으로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했다’면 시세조종이지만, ‘경영권 확보를 위한 두 기업의 지분 매입 경쟁’이라고 보면 과열된 시장 경쟁이었을 뿐”이라며 “시장에서 지분을 매입한 행위 자체에 의도성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카카오엔터는 지분 매입 전날인 2월 27일 “필요한 모든 방안을 적극 강구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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