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현장] '치욕적' 훔볼트포럼 韓전시 질타에 주독대사 "바로잡겠다"

이율 2023. 10. 21.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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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 카셀대 소녀상 철거 "일 관여…소녀상문제 독일전체 공감대"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국회 외교통상위원회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주독일대사관·주폴란드대사관·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오류투성이로 드러난 독일 훔볼트포럼 한국유물 전시에 관해 질타가 이어졌다.

주독일대사관, 국회 외교통상위 국정감사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양상근 주독일문화원장 등이 2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과 화상연결을 통해 열린 주독일대사관에 대한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2023.10.20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은 "식민주의에 대한 반성을 내걸고 만들어진 훔볼트포럼 한국관이 협소한 데다 유물 수도 적고, 식민주의적 시각에서 한국 역사와 문화를 보는 전시설명이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면서 "일본에서 경탄했기 때문에 한국도자기가 박물관에 유입됐다는 얘기는 치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더해 지난 13일부터 진행 중인 한국유물특별전 '아리아리랑'에서는 "일본인이 스튜디오에서 모델을 세워서 촬영한 가슴을 드러낸 조선 여성의 사진을 마치 독일인이 찍은 사진인 것처럼 전시했다"면서 "조선 여성을 대상화하고 조선 문화가 열등하고 미개하다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일본이 의도를 갖고 제작한 사진"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조선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사진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훔볼트포럼에 전시된 '물긷는 여인'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한해 300만명이 찾는 독일 베를린의 명소 훔볼트포럼 한국유물특별전 전시된 젖가슴 드러낸 항아리 든 조선여성 사진. 2023.10.16

또 일본 여성의 머리 장식을 한국 비녀로 소개하고, 1970년대에 제작된 탈을 조선시대 것으로 소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런 정도가 검증이 안 된 채로 해외에서 이렇게 전시되고 있다는 거 자체가 문제"라면서 "주독일한국문화원과 훔볼트 포럼에서 이를 주최한 것은 알고 있지만, 이것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우리 독일 대사관도 마찬가지로 문제다. 이는 당연히 문제를 제기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우상호 의원은 "훔볼트 포럼 특별전에 제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전시물이 있고, 설명도 부적절한 설명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교체를 요구해야 하는데, 유물전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이 큐레이터를 일시적으로 파견해 현지에 있는 전시 주체들과 기획작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전시는 기획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문제가 된 전시물은 빼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립중앙박물관 측과 협의해 여기에 있는 전시상태를 점검하고 여기를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를 전시 주최 측과 협의하는 후속 조처를 해야 한다"면서 "문제가 된 것을 보완하는 데 있어 대사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균 주독일한국대사는 "제기된 오류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과 훔볼트 포럼 측이 지금 협의를 하고 있는 단계로, 훔볼트 포럼 측에서 전혀 수정할 게 없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김 대사는 이어 "앞으로 대사관에서 적극적으로 관여를 해서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고, 또 논란이 있는 부분은 굳이 논란이 있는 작품을 전시할 필요가 있느냐는 논의를 통해 훔볼트 포럼 측과 계속 협의하고 대화하고 협력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훔볼트 포럼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의 21세기 최대 문화 프로젝트로 꼽히는 훔볼트 포럼은 과거 제국주의를 상징하던 프로이센 왕궁을 재건한 건물에 들어선 복합공간으로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담아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문화·예술을 전시하고 역사와 과학, 사회에 대한 토론장을 지향하는 한해 300만명이 찾는 명소다. 2023.10.6 yulsid@yna.co.kr

훔볼트 포럼은 한국유물특별전 '아리아리랑-폐쇄된 왕국에 대한 매혹'에서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 민속학박물관에 소장된,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조선시대(1392~1910) 등의 한국 유물 1천800여점 중 120점을 선별해 내년 4월 21일까지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는 일본의 머리장식으로 추정되는 유물을 한국 비녀로 소개하는 등 전시설명이 오류투성이인 데다 일본인이 찍은 것으로 추정되고 이후 일본인이 발행한 사진집에 수록된 젖가슴을 드러낸 조선 여인의 사진에 대해 독일인이 찍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들을 낳은 것을 자랑하기 위해 가슴을 드러낸 것이라는 서구인들의 속설을 검증 없이 소개해 빈축을 샀다.

김 대사는 이날 국경 개방 이후 러시아 외교관들이 북한에 복귀했는데, 영국, 스웨덴, 스위스, 독일 등 서방 외교관들의 북한 복귀 움직임이 있느냐는 국민의 힘 정진석 의원의 질의에 "독일 외교부와 협의 중인데, 2020년에 임시 폐쇄한 주북한 독일대사관에 대해 우선 현장 조사를 먼저 해 그 시설을 정비한 이후 활동 재개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실제로 평양 복귀를 위한 구체적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독일 카셀대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제막식 (카셀=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지난해 7월 독일 카셀대 학생들이 캠퍼스내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제막식에서 막을 정리하고 있다. 2023.3.16 yulsid@yna.co.kr

고경석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는 독일 카셀대 학생들이 설치했다가 학교측이 기습철거한 소녀상과 관련, 일본 총영사관의 관여에도 우리는 가만히 있는 게 바람직했느냐는 우상호 의원의 질의에 "일본측에서 관여한 것은 맞는데 소녀상 문제가 보편적 전시 인권의 문제와 관련된 것이어서 독일 전체에서 공감대가 있다"면서 "한국도 같이 관여하면 한일간 민족적 문제로 프레임이 전환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우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가 먼저 제기해 정치적 문제를 만들어낼 것은 아니지만, 일본측이 조직적으로 관여하고 있을 는 우리도 기본적 입장을 내서 대학쪽에 전달해서, 양쪽의 입장을 검토할 기회를 대학 측에 주는 것이 적절하다는 문제제기"라고 밝혔다.

카셀대 총학생회는 지난해 7월 총학생회 본관 앞 신축공원에 대학 캠퍼스내 처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영구설치했다. 카셀대 측은 이후 전시허가 기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하다가 학생들이 거부하자 지난 3월 9일 아무런 예고 없이 소녀상을 기습 철거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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