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폭’ 의혹 의전비서관… 尹대통령, 즉각 경질
尹, 순방서 제외한 후 사표 수리
대통령실 김승희 의전비서관이 20일 초등학생 자녀 학교 폭력 사건이 불거져 사표를 제출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즉각 수리했다. 이에 앞서 윤 대통령은 김 비서관을 중동 순방단에서 배제하고 감찰 조사를 지시했다. 학폭 사건이 갖는 민감성 등을 감안해 출국을 하루 앞두고 의전 책임자를 경질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사실 관계 등 진상이 완전히 파악되기 전에는 인사 조치에 신중을 기해온 윤 대통령 스타일에 비춰 의혹 제기 당일 사표를 수리한 것은 이례적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대통령실의 기조 변화를 반영한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여론에 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 자녀 학폭 사실은 이날 오전 11시쯤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김 의원은 김 비서관의 초등학교 3학년 딸이 2학년 학생을 때려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오후에 김 비서관을 중동 순방단에서 배제하고 공직기강비서관의 감찰이 진행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석 달 전쯤) 경기도 모 초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2학년 후배 여학생을 화장실로 데리고 가 전치 9주 상해를 입힌 폭행 사건이 있었다”며 “가해자의 아버지는 김승희 비서관”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사건 직후 학교장 긴급 조치로 가해 학생의 출석 정지가 이뤄졌지만, 학교 폭력 심의는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어서야 개최됐고 (학폭위에서) 강제 전학이 아닌 학급 교체 처분이 이뤄졌다”고 했다. 김 의원은 특히 “학교장의 긴급 조치로 가해 학생에 대한 출석 정지 처분이 내려진 날, 김 비서관 아내의 카카오톡 프로필(사진)이 남편과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으로 교체됐다”면서 “대통령 측근의 위세를 과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태도”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가해자 어머니는 (학교 조사 과정에서) 아이의 이런 행동을 (후배에 대한) 일종의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고 기술했다”고도 주장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은 학교 건물 같은 층에 있던 사이로, 가해 학생은 학교 측 처분에 따라 다른 층에 있는 반으로 전반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 학생에 대해서는 방과 후 수업이나 도서관 등 공공장소 이용 금지 등 조치도 내려졌고, 가해 학생은 이에 반발해 사건 이후 학교에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해당 학교 학부모들이 전했다.
대통령실 이도운 대변인은 이런 의혹이 제기된 지 3시간여 만에 브리핑을 열고 “김 비서관에 대해 공직 기강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를 위해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단에서 김 비서관을 배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1일 출국한다.
대통령실은 점심 직전에 국감에서 제기된 김 비서관 자녀 학폭 사건을 인지하고 개략적인 경위를 파악해 점심 직후에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민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학폭 이슈인 데다, 김 비서관이 대통령 순방단에 참여할 경우 대통령실 조사의 공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대통령이 감안해 즉각 순방단에서 배제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의전비서관은 정상회담 등 대통령 주요 행사를 기획·관리하고 행사 때 대통령을 밀착 수행하는 자리인데, 그 공백을 감수할 만큼 사안을 심각하게 봤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이 순방에서 배제되면서 외교부 의전장이 역할을 대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이 “부모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사표를 제출했고 윤 대통령이 즉각 수리했다고 발표했다. 김 비서관 순방단 제외 사실을 공개한 지 3시간여 만이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참모 신상 문제가 대통령의 중요 정상 외교 활동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될 일”이라며 “참모진 관련 의혹에 대해선 더욱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대통령 뜻도 반영됐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아들의 학폭 전력이 알려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 사건 이후 공직자 자녀 관련 학폭 의혹에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대로 김 비서관을 인사 조치했다는 것이다.
김 비서관은 행사·전시 기획 업체를 운영하다가 지난 대선 때 윤 대통령 캠프에 합류해 홍보 기획 업무를 맡았다.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통령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임명됐고 지난 4월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다. 김건희 여사와는 2009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다니면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만물상] “남녀 공학 안 할래요”
- 트럼프 압박 시작됐다, 대만 국방비 110조 될 수도
- 트럼프, 주이스라엘 대사 허커비 지명... 네타냐후가 웃는다
- ‘골목 벽화’ 논란 창신동, 6400가구로 재개발 다시 추진
- 트럼프 “머스크의 개혁, 정부 관료주의 해체·재구성”
- 한국 증시, 나흘째 ‘트럼프發 패닉셀’... 코앞에 둔 ‘4만전자’
- 엄마 뱃속에서 ‘이것’ 노출된 아이, 어른 돼서도 뇌 손상 겪는다
- 전공의협회가 지지한 박형욱, 의협 새 비대위원장 당선
- 이기흥 체육회장 “3선 도전 결정 유보... 비위 혐의 동의 못해”
- 신곡 낸 이문세 “박수 쳐주는 관객 한 명만 있어도... 은퇴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