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그들의 새 질서

김진명 워싱턴 특파원 2023. 10.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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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중국 베이징에서 회담하며 악수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지난 7~8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전쟁을 선포하는 것을 보면서 ‘심상찮은 조짐’이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지난해 2월의 일인데, 만 2년도 되지 않아 유럽에 이어 중동에서도 전쟁이 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초기였던 5~6년 전, 일부 국제 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하는 모습이 1930년대와 닮은 것 아니냐는 논쟁이 있었다. 1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겪은 1930년대 미국에서는 해외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여론이 높았다. 1930년대 후반 유럽이 전쟁에 휩싸이는데도 중립을 고수했다. 그러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격을 받은 후에야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앞세우며 동맹을 짐으로 여기고 미군의 해외 주둔을 꺼렸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것이 1930년대와 유사하며 비슷한 위험을 안고 있다고 여겼다. 물론 1930년대와 현재의 정세가 다르다는 등의 반박도 있었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 가리기는 어렵다. 다만 미국이 대외 군사 지원을 줄이려 몇 년째 애를 쓰는데도 자꾸 상황이 반대로 전개되니, ‘미국의 후퇴가 세계를 위험하게 만든다’는 주장이 다시 떠올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돌아왔다”며 동맹 정책을 복원했다. “미국의 리더십이 세계를 유지한다”며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도 전폭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이나 해외 파병을 꺼리는 것은 트럼프와 같다. 그 바탕에는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국력을 소모하며 중국의 추격을 허용했다는 뼈저린 반성도 깔려 있다.

1930~40년대 미국은 ‘떠오르는 해’였다. 미국 주도의 질서를 만들 압도적 경제력이 있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미국이 트럼프 시절부터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 간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해 온 것도 중동에서의 군사적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하지만 외교 협상만으로 평화가 담보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다시 드러났다.

북·중·러는 이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하마스의 공격 이틀 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새로운 세계를 건설해야 할 임무가 러시아 앞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질서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바이든이 이스라엘을 방문한 18일, 푸틴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전략적 공조’를 다짐했다. 북한은 이런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이 넘는 탄약을 대고 있다.

2차 대전 후 미국이 주도한 질서에도 결함은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분명 그 속에서 번영했다. 그 질서의 위기에 우리는 대비돼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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