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핼러윈 日유족 만나면서 우리 유족은 왜 못 만나나
삿포로 총영사, 日 유족 찾아가
국민안전 보호 강조했던 尹정부
정권 부담 있더라도 유족 만나길
일본 홋카이도 출신인 도미카와 메이는 지난해 6월 한국에 들어와 서울 한 대학에서 한국어 공부를 했다. K팝부터 역사까지 한국의 모든 것을 사랑한 이 20대 여성은 ‘이태원 클라쓰’를 즐겨봤고, 지난해 10월 29일 밤 그 드라마의 주요 배경인 이태원을 찾았다. 핼러윈을 앞두고 “너무 기대가 된다”던 메이는 이태원 참사의 외국인 희생자 26명 중 한 명이 돼 고향에 돌아왔다.
배병수 주(駐)삿포로 총영사가 참사 1주기를 앞둔 17일 네무로시에 있는 고인의 집을 방문했다. 메이의 영정 사진 앞에서 “영원한 친구로서 한국인의 가슴에 새겨졌다”며 “한·일을 잇겠다는 꿈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하늘의 별이 돼 계속 지켜봐 달라”고 했다. 메이의 아버지는 “(한국 정부가) 이렇게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여느 참사가 그렇듯 시간이 흐르면서 대중의 머릿속에서 기억이 희미해져 가는 이때 우리 외교관의 진정성 있는 추모가 유족과 일본인들의 마음을 또 한 번 움직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130여 명이 희생된 국내에선 대통령실이나 정부 고위 인사들이 애도 메시지를 내고 유족들을 챙겼다는 소식을 접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참사 초기 전담 팀을 꾸려 공무원과 유족을 일대일로 매칭해 행정 지원을 해왔지만 그때뿐이었다. 탄핵 소추를 당해 6개월간 직무가 정지됐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여전히 유족들과 만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에선 지금껏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새로 임명된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이 “추모식에 참석하겠다”고 밝힌 게 전부다. 다른 여당 지도부의 참석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1주기를 맞아 이태원 참사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야당이 목소리를 높이는 게 정권에 부담이라 생각할 수 있다. 추모 집회에 추모를 빙자한 정치 구호가 있고, 다른 의도가 빤히 보이는 ‘불순분자’들이 일부 섞여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국민 안전 보호’란 정부의 임무를 다하지 못했다면 유족들이 됐다고, 이제 그만 오라고 할 때까지 상처를 어루만져야 한다. 설령 총리나 장관, 여당 대표가 문전박대를 당해도 말이다. 유족들은 29일 서울광장에서 추모 대회를 연다. 이제 정부·여당이 나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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