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옥의 말과 글] [325] 낳음을 당한 세대

백영옥 소설가 2023. 10.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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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금쪽같은 내 새끼’의 오랜 시청자인 한 후배에겐 정작 아이가 없다. 내 주위에 미혼 시청자가 많은 이 프로그램의 인기가 신기했는데 어느 날 의문이 풀렸다. 아이 때문에 분투 중인 부모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 아이 없는 삶에 안도감이 든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 프로가 자신에게 역설적 힐링물이라고 했다.

한 친구는 불면증에 효과적인 백색 소음을 찾아 ASMR 채널에 갔다가 “여기에는 아이 우는 소리가 없어서 좋네요!”라는 댓글에 달린 좋아요 숫자에 놀랐다는 얘길 꺼냈다. 나 역시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아이 낳지 마세요’라는 글에 달린 댓글 1000여 개 중 양육의 기쁨을 말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충격받았다.

합계 출산율 0.78은 IMF 이후 삶의 기반이 무너진 부모들의 불안이 자식 세대에게 이식된 결과다. 이후 안정적인 것이 최고란 믿음이 지난 세월 공무원 시험 광풍으로 이어졌지만, 안정적 직업의 상징이던 교사 자살 사건이 상징하듯 그것마저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지금, 이제 정답은 의대뿐인 걸까.

정부가 인구 문제에 수많은 예산을 쏟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 건 그것이 경제적 문제만을 함의하지 않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라는 단어는 국민 개개인의 행복과 동떨어져 있다. 그것은 정치인들의 경제적 논리일 뿐, 새로 태어나는 누구도 누군가를 부양하려고 태어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과연 인구 대국 중국이나 인도 사람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 15~64세로 대표되는 생산 인구의 감소라는 말도 AI와 스마트 팩토리가 대두되는 요즘 구태의연한 이야기가 아닌가 성찰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숫자를 뛰어넘어야 한다.

요즘 MZ세대가 많이 쓰는 ‘낳음당했다!’는 말의 진의는 무엇일까. 저출산 문제는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과 관계가 깊다. 내가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과연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을까. 젊은 세대가 ‘낳음당했다!’는 수동태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희망을 찾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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