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나면 총 쏠 줄은 알아야죠” 여성 38%, 기초군사훈련에 찬성

배준용 기자 2023. 10. 21.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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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3000명 설문조사 해보니 “이스라엘, 남 일 같지 않다”
이스라엘 칼라칼 대대 여군. 카라칼 대대는 여성 병사가 전투 요원을 포함한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Flickr

“우리나라도 분단국가인데,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제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총 쏘는 법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직 미혼인 회사원 강모(33)씨는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과 민간인 납치를 시작으로 발생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관련 뉴스를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강씨는 “이스라엘은 여성도 군대에 간다고 들었는데, 그들도 하마스의 납치를 피할 수 없는 걸 보고 더 큰 공포를 느꼈다”며 “전쟁이 벌어지면 여성과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것을 보며 기본적인 군사 훈련은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강씨뿐만이 아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속 잔혹한 공습과 납치, 인질 살해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 커뮤니티와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기초군사훈련을 받으면 좋겠다”는 얘기들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직장인 박모(31)씨는 “당장 전쟁이 나거나 공습을 받으면 어떻게 대피하고 대처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비상 상황에서 스스로 자신과 아이, 가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게 미리 연습해두면 좋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미 여성 기초군사훈련을 두고 올해 초 여야가 한 차례 공방을 벌였다. 지난 1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당시 김기현 현 대표가 여성도 예비군 훈련이나 민방위 훈련은 받도록 하는 민방위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 그러자 야당은 “20대 남성의 지지를 얻기 위해 전쟁을 부추기는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국민의 인식은 어떨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지난 13~17일 “건강한 여성은 약 4주의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게 필요한가?”라고 물었다. 20~60대 남녀 3009명이 응답했는데 44%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은 찬반이 딱 절반으로 갈렸다. 흥미로운 건 여성 중 38%가 “여성 기초군사훈련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높은 수치”라며 “과거와 달리 남녀평등 의식이 향상되고 아들 자녀를 둔 엄마 세대의 영향도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래픽=송윤혜

세대별로 보면 남녀 20대 응답자는 75%가 여성의 기초군사훈련에 반대했고, 남녀 간 답변 비율도 별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30~40대부터는 기초군사훈련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40%를 넘었고 50~60대는 여성의 기초군사훈련 필요성에 동의한다는 답변이 각각 56%를 차지했다. 다만 50~60대 여성은 여성의 기초군사훈련에 동의하는 비율이 각각 48%, 42%인 반면 안보 이슈에 관심이 많은 50~60대 남성들은 각각 63%, 70%로 여성 기초군사훈련을 가장 강하게 지지했다.

여성의 기초군사훈련에 찬성한 사람에게 이유(복수 응답)를 묻자 54%가 “여성도 국가안보에 기여해야 한다”고 답했다. 52%는 “전쟁·분쟁 중 자신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특히 20대 여성 응답자 중 기초군사훈련에 찬성한 사람의 경우에는 “생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변한 비율이 63%로 가장 높았고, 여성도 국가안보에 기여해야 한다는 답변 비율도 51%로 나타났다. 당장 전쟁이 나면 스스로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지키고, 국민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여성의 기초군사훈련에 반대하는 응답자의 50%는 “여성을 동원하는 것보다 더 나은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32%는 “기초군사훈련만으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실제로 여성 징병에는 찬성하지만 여성이 기초군사훈련만 받는 안은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올해 민방위 2년 차 직장인 백모(33)씨는 “4주 기초군사훈련만으로는 실전에 대응할 능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건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대부분 알 것”이라며 “여성이 기초군사훈련만 받게 되면 도리어 여성 징병을 가로막는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만 18세 이상의 남녀 국민 모두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도 남성과 같은 기간 군 복무를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7%는 찬성, 63%는 반대했다. 여성 응답자는 29%, 남성은 45%가 찬성했는데 특히 30~40대 여성은 찬성 응답이 각각 34%, 31%로 집계됐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남녀평등 의식이 향상되고 취업 등에 있어 남녀 간 차별이 줄면서 여성 중에도 남성처럼 군 복무, 병역의 의무를 하겠다는 의사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전반적인 여론을 보면 여성의 기초군사훈련이나 군 복무 등이 이뤄지는 건 단기간에 어렵다. 달라진 사회 여건에 맞게 현재 남성만 수행하는 병역 의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사회적 인정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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