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아닌데 도심에 핀 붉은 잎… 식물의 열 스트레스 생존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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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도심 고온 현상에 맞춰 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후카노 유야(Yuya Fukano) 일본 지바대 원예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도시의 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식물 '괭이밥(Oxalis corniculata)'이 붉은색 잎을 갖는 품종으로 진화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2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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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잎, 섭씨 35도 이상에서 성장·광합성 향상
“도심 식물 변화 연구는 처음…기후변화 농작물 전략도”
식물이 도심 고온 현상에 맞춰 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히 단풍이 든 것처럼 보이는 붉은 잎 식물이 사실은 도시에서 발생하는 열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한 생존법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실험과 게놈 분석을 거쳐 도시 속 식물의 진화 양상을 밝혀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후카노 유야(Yuya Fukano) 일본 지바대 원예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도시의 열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으로 식물 ‘괭이밥(Oxalis corniculata)’이 붉은색 잎을 갖는 품종으로 진화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20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했다.
괭이밥은 하트모양의 잎이 세 개 달리고 노란색 꽃을 피우는 식물로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 전 세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들이나 길섶, 주택가 주변에서 절로 자라나는 풀이다. 괭이밥은 계절에 상관없이 초록색이나 붉은색 빛을 띤 잎으로 가진다.
연구팀은 붉은 잎을 가진 괭이밥이 도시에 널리 퍼져 있고, 초록 잎을 가진 품종은 도시가 아닌 지역에서 주로 자라는 것에 주목했다. 도시에선 높은 건물과 시멘트, 아스팔트가 도심에 열을 가둬 온도가 상승하는 ‘열섬현상’이 발생한다. 괭이밥 잎의 색은 도심 안팎에 따라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동물이 도시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보는 연구는 많았지만, 식물의 반응을 분석한 시도는 없었다.
연구팀은 일본 도쿄 근처에서 괭이밥을 수집해 성장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붉은 괭이밥은 섭씨 35도의 열 스트레스에서 초록 괭이밥보다 높은 성장률과 광합성 능력을 보였다. 반면 섭씨 25도로 온도를 낮추자 초록 괭이밥이 붉은 괭이밥보다 광합성을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 스트레스 환경에서 붉은 괭이밥은 초록 괭이밥보다 평균 성장 속도가 5배, 생존율은 23% 더 높았다.
붉은 괭이밥이 열 스트레스에 잘 견디는 것은 잎 표피에 있는 붉은 색소 안토시아닌(Anthocyanin) 덕분이다. 안토시아닌은 블루베리나 가지, 딸기 등 보라색과 빨간색 과일·채소에 많이 함유된 성분으로 세포를 보호하는 항산화 효과가 있다. 붉은 잎 괭이밥에 포함된 안토시아닌도 항산화 물질을 만들어 열과 빛으로 발생하는 손상을 막아준다.
연구팀은 괭이밥의 진화 순서를 파악하기 위해 디옥시리보핵산(DNA)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괭이밥 씨앗은 광범위한 지역에 잘 분산될 수 있는 특성을 가진다. 이 때문에 붉은 괭이밥과 초록 괭이밥은 서로 많은 양의 유전자를 교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 많은 유전자를 교류하지만, 수백미터 이내 도시와 녹지 사이에는 잎 색깔에 분명한 차이가 있다. 괭이밥 개체가 주변 환경에 따라 진화 방향을 설정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초록색에서 붉은색으로의 잎 색깔 변화가 자연적인 변화라고 판단하면서도 도시 환경에서 변이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은 아직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진화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유전적 특성을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후카노 교수는 “고온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은 잎 색깔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연구는 도시 열섬에 대한 식물 적응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특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 지구 온난화에 직면해 야생종의 진화와 농작물 번식 전략을 예측하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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