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투자한 AR기업… “휴대전화로 3cm 오차 3D 공간 데이터 완성”[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IT회사 18년 다니다 동료와 창업… ‘스마트폰 이후의 기기’에 관심
공공시설 안전점검 등으로 상용화 시작… 증강현실 콘텐츠 간편 제작 기술 확보
관광지나 복합몰 등 쓰일 곳 많아… “누구나 ‘포켓몬고’ 만드는 세상에 일조”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있는 딥파인(대표이사 김현배)은 스마트 안경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스마트 안경을 통해 증강현실(AR)을 구현한다. 여러 부품의 조립 방법이라든지, 기기의 작동 방식을 담은 콘텐츠를 대상물 바로 위에 표시할 수 있는 공간 컴퓨팅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도는 이 회사의 기술을 활용해 도내에 흩어져 있는 공공 시설물의 안전점검에 활용하고 있다. 김현배 대표이사(42)는 “지금까지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려면 큰 측정 장비와 별도의 제작 프로그램이 필요했다”며 “딥파인은 누구나 손쉽게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클라우드 서비스 형태로 제공한다”고 했다.
2007년 6월 29일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정보 습득의 주요 통로는 PC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정보가 많이 흐르는 곳으로 부(富)도 옮겨 갔다.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다음 차례는 증강현실 기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 스마트 안경을 활용한 스마트한 안전관리
딥파인이 비대면 업무지원 솔루션으로 출시한 ‘아론(ARON)’에는 영상 이미지와 문자를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 실시간 영상통화에 증강현실을 결합하는 기술 등이 쓰인다. 복잡한 기기의 다양한 스위치가 있는 현장에 투입된 사람은 스마트 안경을 통해 돌려야 하는 밸브 위치는 물론이고 돌리는 방향까지 그림으로 안내 받을 수 있다. 또 기계 장치 내부의 여러 전선 가닥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를 설명서를 보는 것처럼 명확하게 구별해 볼 수 있다. 딥파인은 이 기술을 활용해 국내 유명 건설사에 원격 현장관리 체계도 구축해 줬다. 스마트 안경뿐 아니라 드론 등 다양한 기기와도 연동할 수 있다.
●“누구나 자신만의 AR 세계 손쉽게 구축 가능”
김 대표이사는 “내년에 애플이 비전프로를 내놓으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도 차세대 확장현실(XR) 기기를 내놓으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다양한 새 미디어가 나올 것”이라며 “이런 기기들을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플랫폼을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플랫폼을 활용하면 복잡한 지하공간이나 대형 쇼핑몰, 대형 전시공간을 보다 정확하게 안내하는 것이 가능하다. 주최 측이 길 안내를 위한 이정표를 증강현실 형태로 만들어 두면 사용자는 휴대전화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기만 하면 갈 방향이나 각종 콘텐츠를 볼 수 있다.
기존에는 실내 3차원 정보를 얻으려면 전문가가 전문 장비를 갖추고 실내 3차원 공간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했다. 전문장비는 성인 1명 정도의 부피에 360도 촬영 카메라와 라이다(LiDAR) 센서, 관성측정장치(IMU) 등을 갖췄다. 이렇게 취득한 3차원 위치정보를 3차원 공간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유니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별도의 코딩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그런 프로그램을 활용해 증강현실 콘텐츠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딥파인 플랫폼을 활용하면 비전문가가 휴대전화로 실내공간을 촬영하면 실내 측정은 끝난다. 이후 딥파인의 클라우드 서버가 3차원 공간 정보를 자동으로 생성한다. 증강현실 콘텐츠는 플랫폼에 있는 저작도구로 코딩 없이 간편하게 생성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비전프로 이후 증강현실 기기의 시대가 열리면 현실 공간에 가상 콘텐츠를 융합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에는 개인들이 자신의 집이나 상점에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들어 손님이나 고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 직장 동료였던 부인과 공동 창업
김 대표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병역특례로 중소 IT 기업에 취업했고, 총괄이사 3년을 포함해 18년을 일하고 38세인 2019년에 창업했다. 직장 동료로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무를 하던 박혜은 씨와 공동 창업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같은 회사에서 12년 이상을 같이 일했다.
김 대표는 “오랫동안 창업에 열망이 있었다. 인공지능과 AR의 흐름이 막 생겨나는 시기에 ‘지금이 아니면 기회를 잡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실행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비전 인식 기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회사를 관두고 6개월가량을 고3 때보다 더 열심히 관련 분야를 공부했다”고 했다. 비전 인식 기술로 아마존고 같은 무인 매장에 적용할 시스템을 개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발비 부담이 너무 커 창업 아이템을 조금 바꿨다. 김 대표는 “스마트폰 다음의 새로운 디바이스는 무엇일까를 자문하다가 AI 기술과 반도체의 고도화 속도 등을 볼 때 2011년 나왔던 ‘구글 글라스’의 고도화된 버전의 출시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고 했다. 어린 시절 즐겨 본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스마트 안경 ‘스카우터’ 같은 기기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창업 3개월 만에 비전인식 AI 기술 개발 관련 정부 연구과제를 2개나 따내면서 약 10억 원의 연구자금을 받은 것이 큰 힘이 됐다. 과제 신청 때 미리 프로토타입을 제시할 정도로 기술력을 과시했다. 최근 pre-A 시리즈로 33억 원을 투자 받았는데 현대자동차그룹과 SM엔터테인먼트 그룹 등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한 AR 시장에 먼저 진출해 기술을 쌓는다는 전략을 택했다. 딥파인의 VPS 기술은 3차원 데이터를 만들 때 위치 오차가 3cm 이내일 정도로 정확하다며 처리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신기술(NET) 인증을 받기 위한 심사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관광지나 복합몰을 찾는 사람들에게 놀라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딥파인의 기술”이라며 “다가올 증강현실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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