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명소 여행… 몸에 양의 기운 샘솟아[수토기행]
● 삼선암 바위에 이름 새긴 속내는?
단양에는 ‘단(丹) 여행’을 위한 특별할 길이 있다. 단양군이 조성해놓은 ‘느림보유람길’과 ‘느림보강물길’이다. 이들 길을 걷다 보면 양기 충만한 단 명소들을 차례대로 만날 수 있다.
먼저 느림보유람길은 4개 구간 총 36.6km로 이뤄져 있다. 이 중 1구간(선암골생태유람길·14.8km)과 3구간(사인암숲소리길·9.2km)에서는 신선 세계를 표현하는 글과 전설들을 집중적으로 접할 수 있다.
먼저 선암골생태유람길은 ‘신선이 내려와 노닐던 길’로 불린다. 단성면 단성생활체육공원에서 단양천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선암계곡의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을 연달아 만나게 된다. 신선이 이 세 곳 암반지대의 절경에 취해 노닐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명소들이다.
도락산에서 발원하는 선암계곡의 첫 번째 명소인 하선암(下仙巖)은 30여 개에 이르는 너른 마당바위가 펼쳐진 곳이다. 이 중 3층 구조의 흰색 너럭바위 위로는 둥글고 커다란 암반이 덩그러니 앉아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 형상이 미륵 같다고 해서 불암(佛巖) 혹은 선암(仙巖)이라고 불린다.
하선암은 명당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자 빼어난 경치로도 이름났다.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은 “바위의 사면(四面)에는 봄이면 철쭉꽃이 타는 노을 같고 가을이면 단풍이 찬란한 비단 같으니, 바위는 진실로 기이한 경치 중에서 더욱 기이하다”고 노래했다.
신비로운 풍경에 반한 옛 선인들은 바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깊이 새겨놓기도 했다. 바위에 새겨진 이름만도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단지 방문 기념 삼아 새겨 놓았겠는가. 자신의 이름을 좋은 기운이 서린 바위에 새김으로써 그 기운을 취하려 한 속내까지 읽힌다.
삼선구곡의 세 번째 명소인 상선암은 크고 웅장한 바위와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조화를 이뤄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운치를 더해준다. 옛사람들은 학처럼 맑고 깨끗한 사람이 유람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평가했다. 사람이 드러누울 수 있도록 길다랗게 펼쳐진 어느 바위 위에 앉아 폭포처럼 떨어지는 계곡 물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노라니 절로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다.
● ‘느림보 물길’ 따라 펼쳐지는 선경
도담삼봉은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들에 의해 그림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단원 김홍도, 이방운 등이 이곳을 화폭에 담았다. 실경(實景)이 그림으로 표현되는 순간 그림에서도 실경의 기운(氣運)이 실린다. 이를 동양의 산수화 이론에서는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고 표현한다. 그림을 통해 자연과 교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도담삼봉과 석문은 남한강 건너편 도담정원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좋다. 도담삼봉과 석문을 배경으로 알록달록한 코스모스와 백일홍, 댑싸리가 가을 정취를 만끽하게 해준다. 특히 석문이 있는 절벽에서는 사람 모습의 바위, 자라바위 등 보물처럼 숨겨진 바위 풍광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다누리아쿠아리움에서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을 비롯해 ‘남한강의 귀족’으로 불리는 황쏘가리, 행운을 불러온다는 중국의 보호 어종 홍룡, 아마존의 거대어 피라루크 등 희귀한 민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전통의 단양 유람선 나들이도 추천 코스다. 빼어난 산수비경으로 제2의 해금강이라고 불려왔던 단양은 수많은 풍류객이 선상 유람을 즐기던 곳이었다. 단양 장회나루에서는 구담봉과 옥순봉 등을 거쳐 청풍나루를 왕복하는 유람선이 있다. 단양팔경에 속하는 구담봉과 옥순봉은 강에서 감상해야 그 운치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안영배 기자·풍수학 박사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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