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신당설' 솔솔…국힘 지도부 "당이 쫓아내는 그림 원하는 듯"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20일 “이 전 대표는 당이 본인을 쫓아내는 그림을 원하는 것 같다”며 “내년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이 아닌 다른 지역을 노리기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내 친윤계 사이에서 “이 전 대표에게 노원병 공천을 줘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니 공천을 줘도 된다”는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란 얘기다.
김근식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노원병에 출마하는 걸 주저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나를 쫓아내 달라’며 탈당 구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전 대표가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노원병이 여당엔 험지로 꼽히는 지역인 만큼 총선이 다가올수록 여권을 직격하며 ‘다른 길’을 개척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런 가운데 이 전 대표의 메시지도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MBC 라디오에서 본인의 신당설과 대구·경북(TK) 지역 무소속 출마설 등에 대해 “제주도에서 출마할 수도 있다”며 “비명횡사 당하기 전에 결행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이 바뀌지 않을 경우 노선을 달리할 수 있다는 메시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가 신당을 만들게 될 경우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잇따르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C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이) 수도권 선거에선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는 파괴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윤 의원 생각과 내 생각이 거의 비슷하다”며 “(본인이 만든 신당의 후보를) 당선시킬 힘은 부족할지 몰라도 국민의힘 후보를 떨어뜨리게 하는 힘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혁신위원장이 된다면 혁신위에 이준석계를 포함시켜 탈당할 명분을 주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과 합당을 앞둔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이날 SBS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를 품기 위한 노력은 끝까지 해야 한다”며 “결별을 하더라도 당이 먼저 도장을 찍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당내엔 이 전 대표가 탈당해 신당을 창당할 경우 오히려 당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거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는 목소리도 적잖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 전 대표가 탈당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당 지지율이 떨어질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몰아내는 게 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 전 대표의 신당 성공 가능성에 대해 “탈당하고 나가본들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민구 기자 jeon.ming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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