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금리 급등세 사실상 용인, 고금리 공포 장기화 우려
파월 ‘매파적 발언’ 파장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날 오후 5시(미 동부시간 기준) 연 5.001%를 찍은 뒤 4.9898%에 마감했다. 5% 선을 넘은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이다. 파월 의장은 이날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국채금리 급등세 원인을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um)’ 상승으로 짚었다.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6%가량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가 장기채권을 계속해서 발행하자 기간 프리미엄 상승에 영향을 줬다. 국채 수급 불균형과 불확실성을 키우면서다. 최근 미 소매판매 지표 등이 예상과 달리 호조를 보이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완화돼 안전자산인 장기물에 대한 선호가 약해진 영향도 있다. 파월 의장은 “견조한 경제 여건이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이 장기물에 대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특히 이 같은 급등세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기보다는 “그대로 움직이도록 내버려 둬야 할 것”이라며 용인하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미국 대형 투자자문사 에버코어ISI의 크리슈나 구하 글로벌 정책·중앙은행 전략팀 헤드는 “파월 의장이 국채금리 상승을 용인하려고 의도한 것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이런 발언은 장기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준이 탄탄한 경기 속에서 채권시장에 주의를 기울이는 입장이라면, 경기 회복세가 둔화하는 한국 입장에선 미국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기업이 떠안을 부담이 걱정이다. 이미 장기 금리 상승에 한국 국고채 장기물 금리가 동조화하면서 대출금리가 올라 경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태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은 1월 이후 10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7%포인트 이상 상승했다”며 “미 장기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 장기 금리 상승세를 가속한 직접적인 계기가 9월 고용·소매판매 지표의 서프라이즈였다”며 “급등세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미 경기지표 둔화가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 시계에서 보면 한·미 장기 금리 동조화 현상은 더욱 고민이다. 고금리에도 탄탄한 경기를 과시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인구 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 등 선진국 주요국의 중장기 채권금리 상승세가 한국에선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갖는지 등이 쟁점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기자간담회에서 “취임할 땐 중장기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고 금리 수준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 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다면, 최근 일련의 사태를 바라보면서는 선진국 금리가 올라갔을 때 한국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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