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푸스, 또 '시 유 어게인'…위로·이별·약속의 '순환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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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민소매 밑으로 드러난 양쪽 상완이두근이 생각보다 두꺼웠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찰리 푸스(Charlie Puth·32)가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콘서트는 '내한공연에도 나이테가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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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까지 공연…회당 1만5000명씩 총 4만5000명 운집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하얀 민소매 밑으로 드러난 양쪽 상완이두근이 생각보다 두꺼웠다. 늘씬한 감수성 짙은 20대 중반의 싱어송라이터는 어느새 공연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근육질의 30대 초반이 됐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찰리 푸스(Charlie Puth·32)가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서 펼친 콘서트는 '내한공연에도 나이테가 있다'는 걸 깨닫게 했다.
해외 뮤지션은 내한공연을 주기적으로 치를 수밖에 없다. 그러면 생장의 차이로 내한공연 간에 자연스레 고리가 생긴다. 특히 푸스의 내한공연은 거듭될 때마다 공연장이 커지고 관객이 많아지는 모습이 마치 나무의 나이테와 같다. 여러 겹의 동심원을 그리면서 퍼져나가는 모양이다.
K팝계의 용어를 빌리자면, 이른바 '계단식 성장'이다. 2016년 첫 내한에선 2000명 규모의 예스24라이브홀, 2018년 두 번째 내한 때는 8500명 규모의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두 차례 공연, 5년 만인 이번엔 이날부터 22일까지 회당 1만5000명씩 총 세 차례 공연해 4만5000명을 끌어모은다.
푸스의 국내 인기 이유로 영화 '분노의 질주: 더 세븐' OST이자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핫100' 12주 1위에 오른 곡이며 미국 래퍼 위즈 칼리파와 협업한 '시 유 어게인(See You Again)',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국내 시상식 협업무대와 이 팀의 멤버 정국과 함께 한 '레프트 앤드 라이트(Left and Righ)'의 흥행 등을 들 수 있겠다. 이날 공연 직전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방탄소년단 또 다른 멤버 지민으로부터 받은 그의 첫 솔로 앨범 '페이스' 사인 CD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공연에서 푸스는 자신의 위력은 노래 그 자체라는 걸 새삼 주지시켰다. '레프트 앤드 라이트' 외에 솔과 펑크 요소가 균형 있게 녹아들어간 팝 록 '어텐션', 호주 래퍼 더 키드 라로이·캐나다 팝스타 저스틴 비버의 곡으로 푸스가 작곡·프로듀싱에 참여한 '스테이(STAY)', 다양한 변주로 관객들의 스마트폰 플래시 세례를 이끈 '위 돈트 토크 애니모어(We Don't Talk Anymore)' 등 떼창 곡들이 난무했다.
무엇보다 푸스는 '음악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경을 펼쳐냈다. '스테이'를 비롯 몇몇 곡에선 가성과 진성을 자연스럽게 넘나들었다. '치팅 온 유(Cheating on You)' 같은 곡에선 숄더 키보드를 메고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 꿨던 뮤지션답게 건반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던 포 미(Done for Me)'처럼 그루브가 넘치는 곡에선 드럼과 베이스 등 푸스를 지원사격하는 밴드의 만만치 않은 실력이 확인됐다.
첫 번째 앙코르 곡 '원 콜 어웨이(One Call Away)'의 벅찬 아련함은 여운을 짙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 유 어게인'. "다시 만나게 되면 다 말해줄게 / 다시 만나게 되면"(Oh I'll tell you all about it when I see you again / When I see you again) 밴드가 퇴장하고 푸스가 홀로 건반을 연주하며 관객과 함께 부른 이 곡은 공연의 마지막이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의 시작이었다. '시 유 어게인'은 푸스의 지금까지 세 차례 내한공연에서 모두 엔딩곡이었다. 그렇게 '시 유 어게인'은 항상 위로가, 이별가 그리고 약속가의 순환고리를 만들어냈다.
막판엔 자신이 모습이 가운데 박힌 태극기를 팬이 건네자 이를 활짝 펼친 다음 챙겨갔다. 팬들은 "태극기를 가져간 건 또 내한할 것이라는 약속"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렇게 '찰리 푸스 식의 약속'이 만들어졌다. 푸스는 지난달 애인 브룩 샌슨과는 약혼도 발표했다.
나이가 들수록 약속할 일들이 늘어난다. 푸스의 노래는 억지로 희망을 강요하는 약속이 아닌, 희망이 없어지지 않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과도 같다. 우리 삶에서 행복과 불운의 균형은 늘 잡히지 않는다. 불운이 더 큰 거 같아 콘서트장에 가서 행복을 찾는다. 푸스 같은 뮤지션은 관객의 비어 있는 행복을 작은 약속의 큰 책임감으로 떠안는다. '원 콜 어웨이'에서 이렇게 노래하는 푸스가 아닌가. "전화 한 통이면 돼 / 내가 바로 달려 갈테니 / 슈퍼맨도 내겐 안돼(I'm only one call away / I'll be there to save the day / Superman got nothing on me)" 항상 슈퍼맨보다 노래가 먼저 도착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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