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열 승차감은 VW 골프, 실내 디자인은 푸조 308 뛰어나

2023. 10. 2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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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치백 맞수
수십 년간 변화를 거치며 최고의 해치백 모델로 자리매김한 폴크스바겐 ‘골프’(왼쪽)와 푸조 ‘308’. [사진 로드테스트]
폴크스바겐 ‘골프’와 푸조 ‘308’은 두 브랜드가 제일 잘 만드는 차종인 ‘해치백’이다. 지난 수십 년간 세대 변화를 거친 두 맞수는 각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이자, 가장 장수 모델이기도 하다. 골프는 1974년 1세대로 싹을 틔워 8세대까지 진화했다. 골프의 핵심은 ‘해치백의 교과서’란 수식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 다부진 차체와 군더더기 없는 주행 성능,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워 해치백의 리더로 50년 간 군림해왔다.

골프 트렁크, 308보다 32L 작아

폴크스바겐 골프
이렇게 말하면 푸조 입장에서 서운할 수 있다. 푸조 300 시리즈의 역사는 사실 훨씬 더 길다. 1932년 301로 시작했다. 1936년 302, 1969년 304, 1977년 305, 1985년 309, 1993년 306, 2001년 307, 2007년 308로 진화했다. 그 뒤로는 308이란 이름을 지금의 10세대까지 쓰고 있다. 푸조의 해치백 제조 실력은 모터스포츠 성적이 입증한다. 1981년부터 205 터보를 출전시켜 각종 랠리 무대를 주름 잡았다. 세계랠리선수권대회(WRC) 제조사 우승 5차례, 월드 챔피언만 5명을 배출했다. 이렇게 쌓은 해치백 제조 노하우가 308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모델 체인지를 거치며 훌쩍 큰 308의 체격이 눈에 띈다. 차체 높이를 빼고 모든 부문에서 골프보다 크다. 그 결과 트렁크 기본 용량은 308이 32L 더 넉넉하며, 최대 용량 역시 86L 더 여유 있다. 단, 골프는 트렁크 안쪽 양 옆에 쇼핑백 걸이를 심는 등 주어진 공간을 실용적으로 쓰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두 맞수가 지향하는 스타일 차이도 뚜렷하다. 골프는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골프는 언제 타도 편안하다. 눈에 거슬리는 자극적 요소가 없어 심리적으로 편안하다. 소재가 고급스러운 차는 아니지만 교과서와 같은 운전 자세, 인체공학적인 조작부 설계가 이 차의 핵심이다. 기능적으로도 뛰어나다. 계기판과 중앙 모니터를 하나의 패널로 구성한 와이드 디스플레이, 무선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유지 보조 장치를 포함한 ADAS, 운전석 마사지 기능까지 양껏 갖췄다.

반면, 308의 운전석에 앉으면 대형마트 비디오 게임 코너에 온 듯 눈이 휘둥그레진다. 직경 작은 스티어링 휠과 승객을 아늑히 감싸는 대시보드, 계단식 센터페시아 구성, 세미 버킷 시트가 대표적이다. 사소한 팔걸이 모양조차 예사롭지 않다. 이처럼 푸조는 평범한 소재를 써도 한층 감각적으로 실내를 빚는다. 308 역시 골프와 거의 같은 사양을 갖췄다. 마사지 기능은 동반석까지 담았다. 대신 정차 때 제동을 유지하는 오토홀드가 없다.

2열 공간은 골프의 완벽한 승리다. 다리 및 머리 공간, 시트 착좌감 모두 더 편안하다. 특히 방석 길이가 넉넉해서 좋다. 반면 308은 ‘예쁜’ 시트 모양에 집중하느라 실용성은 조금 타협했다. 골프가 도어 포켓도 한층 넉넉하고, 스키스루 면적도 여유롭다. 2열에 승객 태울 일이 있다면 골프가 나은 선택이다. 단, 308의 예쁜 실내에서도 눈을 떼기 어렵다.

두 맞수는 모두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아직도 디젤이냐’며 눈살 찌푸리는 소비자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두 차를 번갈아 타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전기차(EV) 시대 전환을 앞둔 현재, 기술적 정점을 찍은 내연기관이란 표현이 적절하다. 아직 설익은 EV와 비교하면 ‘숙성의 맛’이 무엇인지 제대로 전한다. 과거 디젤차는 높은 연비를 위해 소음·진동과 타협한 느낌이 짙었다. 그러나 최신 두 모델의 소음·진동·불쾌감(NVH) 대책은 상당히 좋다. 특히 정차 중 진동이 크지 않아 만족스럽다.

308, 정차 때 오토홀드 기능 없어

푸조308
배기량은 골프가 0.5L 더 높다. 최고출력은 골프가 150마력, 308이 131마력. 골프의 EA288 evo 엔진이 조금 더 ‘신상’이긴 하지만, 두 엔진 모두 까다로운 최신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한다. 정부 공인 복합연비는 골프가 17.8㎞/L, 308이 17.2㎞/L. 두 차 모두 실제 출퇴근 환경에선 1L 당 18㎞대의 평균연비를 기록했다. 시속 80~100㎞ 항속 주행 환경에선 25㎞/L까지 오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두 차 모두 100g/㎞ 초반으로, 최신 가솔린 엔진보다 적게 뿜는다. 특히 골프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을 전보다 80% 줄었다. 이처럼 완성도 높은 구동계가 외면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통상 비교 시승할 때 두 차종을 번갈아 타보면, 주행성능의 상대적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비교는 달랐다. 두 차 모두 대단한 주행품질을 갖추되, 추구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여느 비교 평가보다 재미있었다. 골프는 고속주행 안정감이 매우 뛰어나다. 이렇게 작은 차의 직진 안정성이 대형 세단만큼 묵직하다는 점이 탈 때마다 놀랍다. 운전자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는 정확한 조향 반응,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깔끔한 코너링 등 뛰어난 균형감이 돋보인다. 굽잇길에서 진입속도를 과감히 높여도, 바깥 서스펜션이 든든히 받쳐주며 깔끔하게 궤적을 그려나가는 느낌이 좋다.

그런데, 신형 골프는 과거의 독일차처럼 ‘탄탄함’만 앞세우진 않는다. 이전 7세대 골프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승차감이다. 단단한 감각을 밑바탕 삼되, 요철을 부드럽게 삼키는 능력을 한 스푼 더했다. 또 이번 골프의 EA288 evo 엔진은 3000rpm 이상으로 회전수를 높여도, 꾸준히 출력을 뽑아내는 느낌이 좋다. 반면 308은 골프의 주행감각과 완전히 다르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길고, 마치 콜라겐처럼 ‘야들야들’하다. 그런데 자세가 무너지진 않는다. 부드러움 끝에 존재하는 끈끈하면서 쫀득한 감각이 독특한 운전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굽잇길에선 마치 스키가 활강하듯, 하중의 변화를 온전히 느끼며 달리는 느낌이 무척 재미있다. 고속주행 안정감 역시 골프만큼 뛰어나다. 저속에서 한없이 부드러웠던 서스펜션은 속도를 높일수록 진득한 감각으로 변한다.

주행성능 평가에서 두 맞수의 우열을 나누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모두 대단한 밸런스를 지녔는데, 추구하는 방식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여느 때보다 비교가 재미있었다. 가속 성능은 의외로 큰 차이 없었다. 골프가 21마력 더 높지만, 약 100㎏ 더 무겁기 때문이다. 다만 감각적인 부분은 골프가 좀 더 호쾌했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재빠른 반응도 한 몫 톡톡히 보탰다. 150마력 을 뿜는 디젤 엔진이 폭스바겐 SUV에 들어갔을 땐 심심했지만, 다부진 골프엔 더 없이 충분했다. 무엇보다 진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 만족스러웠다. 치열했던 이번 비교시승의 결과는 의외로 명료했다. 2열 착좌감이 중요하다면 골프, 그게 아니라면 둘 중 어떤 차를 선택해도 후회 없을 듯하다.

로드테스트 김기범 편집장, 강준기 기자 ceo@roadte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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