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LTE 구분 없애 통신비 인하 촉진, 실효성은 ‘글쎄’

2023. 10. 2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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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통합요금제’ 급물살
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이른바 ‘통합요금제’ 도입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기업들이 지금처럼 4세대 이동통신(LTE·롱텀에볼루션)과 5세대 이동통신(5G)을 구분해서 요금을 매기지 않고 데이터의 용량이나 전송 속도, 부가 서비스 등에 따라 요금을 매기는 게 통합요금제 아이디어의 골자다. 예컨대 통합요금제에선 소비자가 요금제를 선택할 때 매월 사용할 데이터 용량을 정하면 그에 맞게 LTE든 5G든 현재 위치에서 잘 터지는 서비스를 입맛대로 골라 쓸 수 있다. 즉, 5G 음영 지역에 살거나 5G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소비자라면 지금보다 합리적인 요금으로 5G 단말기를 쓸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업들이 약관을 개정해 이 같은 통합요금제를 도입하도록 정책 방향을 설정, 기업에 협조 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정부는 7월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이 소비자의 비싼 요금제 가입을 사실상 강제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단말기가 서비스를 지원하면 소비자는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마련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법 개정엔 오랜 시일이 걸리다보니 “속전속결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이에 법 개정 없이도 기업들의 약관 개정만으로 가능한 통합요금제 도입부터 추진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국정감사에서도 통합요금제는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다.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미국·일본·영국 등 해외 주요국처럼 LTE와 5G의 구분이 없는 통합요금제를 국내에도 도입해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요금제를 소비자 요구에 맞게 바꾸겠다는 노력의 일환으로 (통합요금제 도입 여부를) 이동통신 3사와 협의하겠다”면서 “5G 단말기로 LTE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까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의 현행 약관상 5G 단말기에선 5G 요금제, LTE 단말기에선 LTE 요금제만 쓸 수 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런데 소비자로선 5G 요금제에 가입해도 5G가 안 터지면 LTE로 자동 전환되는데, 이때도 비싼 5G 요금을 내므로 손해다. 박완주 의원은 통합요금제 도입이 이런 5G뿐 아니라 LTE의 과도한 요금을 줄이는 효과도 가져온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가 제공 중인 LTE 요금제의 데이터 1GB(기가바이트)당 평균 단가는 약 2만2000원이다. 5G 요금제의 1GB당 평균 단가(약 7800원)보다 3배가량 비싸다. 각각 가장 저렴한 요금제일 경우다. 2011년 국내에 상용화된 LTE 망의 감가상각이 끝났음에도 기업들이 LTE 요금제 인하에 적극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달리 미국의 버라이즌과 AT&T, 일본의 KDDI, 영국의 O2와 EE 등 기업은 LTE와 5G를 구분하지 않고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통합요금제가 국내에도 도입되면 실제 긍정적 효과가 있을까. 일단 소비자 선택권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곽정호 호서대 빅데이터AI학부 교수는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 범위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업 간 가격 인하 경쟁을 촉진하는 간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간 끊임없이 제기됐던 5G 품질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일부 줄어들 수 있다. 심병효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국내 5G 기술은 세계에서 5G 표준 핵심 특허의 25%가량을 확보할 만큼 우수하지만 대중의 평가는 인색했다”며 “데이터 전송 속도 등에서 큰 불만 없이 썼던 LTE에 비해서 체감되는 차별점이 적은 반면,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핵심인 통신비 절감 효과가 유의미하게 클지는 미지수다. 이미 5G에서 ‘중간요금제’와 ‘온라인 전용 요금제’ 등 중저가 요금제가 출시된 상황에서 추가 실적 악화를 우려한 기업이 파격적인 수준의 통합요금제를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서다.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부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통합요금제를 출시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가격대가 썩 매력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 2분기만 봐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가입자당 평균 매출(APRU)이 각각 전년 동기에 비해 2.4%, 4.5% 감소한 2만9920원, 2만8304원에 그쳤다.

7월 3110만명(누적)을 넘어선 5G 가입자를 중심으로 APRU를 올려야 하는 기업들로서는 통합요금제로 출혈 경쟁을 펼치기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국장)은 “현재 5G 요금제에선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저가 요금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여기에 초점을 맞추고 해당 구간의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기업들과 약관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통합요금제 도입이 단순히 LTE와 5G의 중간 수준 요금제를 목표로 한다면 LTE 가입자에게는 요금 인상이 될 수도 있으므로 신중하게 봐야 한다”며 “통합요금제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오래 전에 투자가 끝났음에도 높은 가격대를 유지 중인 LTE 요금제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손질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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