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성남시 서울공항에서는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가 푸른 하늘을 갈랐다. 엔진 굉음이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3’(이하 서울 ADEX) 현장을 찾은 관람객의 환호성을 순식간에 뒤덮었다. 보라매는 5분여 간의 기동 시범에서 수평 급선회, 배면비행 등을 통해 국산 전투기의 기술력과 위용을 뽐냈다. 보라매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4.5세대 전투기로, 복좌(2인 탑승) 형태가 특징이다. 비행 모습이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라매는 최대 속도 마하 1.81(시속 2200㎞)에 항속거리는 2900㎞다.
K방산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서울 ADEX가 방산업체 관계자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17일 개막했다. 올해로 14회째인 서울 ADEX는 1996년 ‘서울 에어쇼’로 출발해 2009년부터는 홀수년 10월에 지상 방산 분야까지 통합 운영되고 있는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분야 전문 국제 무역 전시회다. 군사적으로는 북한군 도발을 제압하는 첨단 무기를 확보하고, 산업적 측면에선 우수한 성능을 지닌 무기를 수출해 ‘K방산’ 위상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이번에는 특히 역대 최대인 34개국 550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종호 서울 ADEX 공동운영본부장은 “서울 ADEX는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성장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종합 방산 전시회”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에서는 보라매 뿐 아니라 한국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와 미국의 전투기 ‘F-22 랩터’, ‘EA-18G 그라울러’도 만날 수 있다. 시그너스는 최근 이스라엘에서 우리 국민 등 220명을 무사히 구출한 항공기다. 전폭 60.3m, 전장 58.8m, 높이 17.4m의 육중한 회색 기체는 주변에 전시된 C-130H 등 수송기를 압도한다. 랩터는 현존하는 최강의 전투기로 꼽히고, 그라울러는 미 해군이 항공모함용으로 개발한 전자전용 전투기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독자 기술로 개발한 훈련기 ‘KT-1’, 1953년 대한민국 공군이 개발한 국산 1호 군용기인 ‘부활호’와 주한미군의 다양한 지상장비가 전시된다.
방산업체들은 신형 미사일과 유도무기 등을 공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발칸 대공포를 대체할 수 있는 40㎜ 무인방공체계를 공개했고, 현대로템은 수출형 K-2 전차의 발전형 모델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기아·현대로템·현대위아 3사가 장갑차와 차세대 드론 및 드론 격추 시스템, 무인 물류 로봇 등 각종 미래 기술을 선보였다. 대한항공은 무인항공기 모형을 대거 전시했다. 수직 이착륙 및 고속 비행이 가능한 틸트로더 ‘KUS-VT’, 자동 이착륙이 가능한 중고도 무인 정찰기 ‘KUS-FS’ 등도 내놨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수송기(MC-X)와 무인기를 공개했다. 서울 ADEX 측은 “지난해 우리나라 방산 수출 실적이 173억 달러에 달했다”며 “현재 추세를 보면 올해 목표액인 200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 방산무기 시장은 지난해 폴란드로의 대규모 무기 수출을 성사하며 세계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이 커졌다. 2020년까지 30억 달러 규모에 불과했던 방산 수출 수주액은 2021년 72억5000달러, 지난해 173억 달러를 기록하며 매년 2배 이상 급성장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최근 5년 간(2018~2022년) 국가별 무기 수출 점유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4%로 전 세계 9위를 차지했다. 국내 방산업계는 서울 ADEX를 통해 세계 4대 방산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일반인은 21~22일 양일간 관람할 수 있다. 주말 동안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축하비행과 함께 보라매 시범비행이 펼쳐진다. 미국의 핵심 전략폭격기 ‘B-52 스트래토포트리스’와 미군 스텔스 전투기 F-22도 비행에 동참한다. 항공우주전시관에서는 드론과 AI 기반 비행, 항공교통관제 시뮬레이터를 운영해 흥미를 더한다. 항공우주체험장에서는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전투기조종, 패러글라이딩 등 각종 체험이 가능하다. 이밖에 드론종합경연대회, 육·해·공군 군악·의장·특공무술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권홍우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 고문은 “세계 3대 에어쇼로 꼽히는 파리·영국·싱가포르는 모두 상설전시관을 보유해 전시산업으로도 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는 반면 우리는 방산 규모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항공우주산업 경쟁력도 자동차나 철강, 조선, 전자, 반도체 등의 제조업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면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