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금리·고유가 길게 간다…단단히 대비해야

2023. 10. 2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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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2400선 붕괴 등 금융시장 불안감 확산


전쟁·긴축 연장 등 세계 경제 불확실성 커져


구조조정·취약계층 지원 등 대책 만전 기해야
어제 코스피가 7개월 만에 24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최근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정세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속으로 접어들었다. 이에 국제 유가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89.37달러로 뛰었다. 시장에선 전쟁이 확대될 경우 배럴당 100달러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무성하다.

국내외 금리도 계속 오르고 있다. 전 세계 시중 금리의 지표 격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연 5%를 넘기도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 경제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는 경제적 요인도 있지만, 미국이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지원 비용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을 확대할 경우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 영향이 크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이스라엘 상황에 대해 “지정학적 긴장이 매우 높아졌으며, 이는 세계 경제 활동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엊그제 한국은행이 지난 1월 이래 연 3.5%로 유지되는 기준금리를 또다시 동결한 것도 여러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는 “성장 경로, 물가 경로, 가계부채 추이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좀 보고 결정하자는 면에서 동결했다”고 설명했다.

고유가도 고금리도 금방 끝날 사안이 아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로 급히 날아갔지만, 뾰족한 해법이 나오진 않았다. 유가는 한동안 불안한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다.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 전망 역시 내년 1분기에서 내년 3분기로 후퇴하고 있다.

‘저성장’과 ‘과다 부채’라는 만성 질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로선 큰 우환을 만난 셈이다.

올 2분기 현재 가계부채는 1862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기업의 금융기관 대출은 1842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130조원 증가했다. 가계와 기업 모두 빚 제어가 되지 않고 있다. 취약계층과 한계기업은 더 심각하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 이상인 가계대출자만 171만명에 이른다.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도 못 내고 있는 한계기업이 지난해 기준 비금융 법인 7곳 중 1곳이다(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 이들 상당수가 빚으로 빚을 막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서민의 마지막 급전 창구인 대부업체 대출이 급감하고 있는 점이다. 올 상반기 대부업체의 신규 가계 신용대출은 60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취급 규모(약 4조원)의 14.6%에 그쳤다. 법정 최고금리(연 20%)에 묶인 대부업체들이 금리가 오른 데 따른 ‘역마진’ 때문에 대출을 줄인 것이다. 이에 따라 급전을 구하지 못한 이들이 불법 사금융을 찾았다가 생지옥을 겪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고유가·고금리 장기화에 대비한 사려 깊은 종합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구조조정을 통해 사회 곳곳의 거품과 비효율을 걷어내야 견딜 수 있다. 국민도 허리띠를 단단히 졸라매야 한다. 코로나 사태와 부동산 폭등 과정에서 천문학적 이익을 누린 은행권도 취약계층을 보듬어 안는 ‘포용적 금융’ 실천에 나서야 한다. 금융당국도 취약층의 손을 붙들어줄 맞춤 지원 프로그램을 세밀하게 마련해주길 바란다. 그것이 금융 부실 확대를 선제적으로 막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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