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펭수와 듀엣을 꿈꾸며 (MD칼럼)
[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나는 펭수를 좋아한다. EBS 연습생, 자이언트펭TV의 펭수 맞다.
누군가는 ‘마흔 넘어서 펭수를 좋아한다고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다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관없다. 펭수는 내 삶에 즐거움을 주는 몇 안 되는 존재다.
최근 꿈이 하나 생겼다. 펭수와 듀엣하기! 다재다능한 펭수는 노래도 무척 잘해서 많은 곡을 커버했는데, 기타 반주곡이 좀 있다. 핑크 스웨츠의 ‘At My Worst’와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은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곡이다.
음…. 기타를 배우고 있으니, 펭수 팬이라면 이런 꿈도 꿀 수 있는 거 아닌가. 물론 내 실력은 펭수와 늘 함께하는 정소리 기타리스트의 발끝은커녕 그림자에도 못 미치지만. 그래도 꿈은 자유니까.
북에디터의 장점이라면 역시 추진력.
기타 선생님께 나의 꿈을 알리며 “저 이거 칠 수 있어요?”라고 톡으로 물었다. 당장 못 친다는 것은 안다. 그래도 “뭐 몇십 년 하면 돼요”라는 답 정도는 기대했다.
그사이 친구들에게도 얘기했다. 그러자 돌아온 말.
“꿈이 너무 크다.”
“펭수 옆에서 반주하고 잡혀가는 흐름은 아니겠지?”
“펭수는 박치가 아니야.”
그래서 나는 “아니, 기타 선생님이 나도 박자감 좀 좋아졌다고 했어!”
다시 친구가 말했다. “0점에서 3점이 되면 좋아진 게 맞지. 참고로 만점은 10000점.”
아오!!
이윽고 기타 선생님의 답장이 왔다. “아니오. 못 쳐요.” 이렇게 내 꿈은 말 그대로 일장춘몽이 되었다.
기타 선생님은 평소에도 칭찬에 야박하다. “지금 좀 괜찮았죠? 아니, 선생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그건 고래고요”
친구들의 놀림이나 기타 선생님의 야박함 속에도 스스로를 칭찬해주고 싶은 일이 있다.
기타 레슨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됐다. 레슨 횟수로는 49회를 넘겼다. 기타를 시작할 때 ‘그래도 1년은 해봐야지!’ 했는데 그 1년이 된 것이다.
특별히 끈기가 있는 성격도 아니고, 뭔가 새로운 일에 잘 도전하는 성격도 아니다. 하지만 ‘취미는 독서 아닌 것으로 갖고 싶다’, ‘이렇게 일만 하다 죽기 싫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왔다.
여전히 나는 F코드를 잘 해내지 못하고, 수업 중 기타선생님을 꽤나 고뇌에 빠뜨리는 실력이지만 그렇다고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다.
“꾸준히 하면 뭐든 다 해요.”
다행히 펭수가 커버한 ‘At My Worst’와 ‘Tears in Heaven’을 연주하고 싶다는 내 말에 응원해준 사람도 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게 인생이다. 까짓것 한번 해보지 뭐.
|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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