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기억] 놀이공원이 좋았다

2023. 10. 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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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인 보틀(Klein Bottle) ©김효열
즐거운 비명이 사람들의 몸보다 먼저 허공을 앞지른다. 하나의 입에서 상반된 두 개의 감정이 동시에 폭발하듯이, 분명 현실 속에 있는데도 현실이 아닌 것 같은 공간, 놀이공원이다.

사진가 김효열은, 놀이공원이 좋았다. 어린 시절을 수원에서 보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놀이공원인 에버랜드가 집 가까이에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어린이날과 같은 특별한 날에나 갈 수 있는 그곳을 어린 효열은 자주 갈 수 있었다.

기구를 탈 때 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 좋았다. 기다리는 동안의 두근거림이 좋았고, 즐거운 비명이 좋았다.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소리를 질렀고, 행복해 보였다. 모든 기구와 장식이 행복이라는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꾸며진 듯한 느낌이 좋았다. 사람들을 관찰하는 사이 문득 느껴지는 비스듬한 고독을 이해했다.

대학에서는 사진을 공부했다. 재학시절부터 촬영하는 일보다 촬영한 디지털 데이터를 물성을 지닌 한 장의 사진으로 바꾸는 과정에 더 흥미가 컸다. 호기심으로 몰두했던 디지털 프린트 작업이, 졸업 후에는 직업이 되었다.

생업의 틈틈이, 놀이공원을 다시 찾아가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2008년부터다. 에버랜드와 롯데월드에 이어 2016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해외의 놀이공원들을 찾아다녔다. 대개의 사람들이 덴마크 코펜하겐에 갔다가 그곳의 대표적인 관광지여서 티볼리공원을 찾는다면, 김효열은 티볼리공원을 가기 위해 코펜하겐을 가는 식이다. 지금까지 모든 해외여행을, 가고 싶은 놀이공원이 거기 있기 때문에 거기에 갔다. 그렇게 찾아간 놀이공원의 수가 70여 곳이 넘는다.

김효열의 놀이공원 사진 시리즈 ‘클라인 보틀(Klein Bottle)’은 두 개의 뫼비우스의 띠를 붙여서 곡면으로 만든 클라인 보틀처럼 안과 밖을 구별할 수 없는, 현실과 환상이 이어진 놀이공원의 특성을 담고 있다. 그곳에서 느꼈던 전율과 희열, 행복과 비스듬한 고독이 사진에 스며서인지, 부분을 자르거나 예각을 살려 재구성한 사진들은 어떤 예감들로 가득하다.

사진의 막중한 쓰임과 의미들이 무겁게 이야기 될 때, 열심히 일하고 모아서 놀이공원에 가는 사진가가 한 명 있는 것이 참 좋다. 사진 속 놀이기구들처럼, Klein Bottle(클라인 보틀)이 멈춤 없이 작동되기를 바래본다.

박미경 류가헌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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